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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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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남

[한윤수의 '오랑캐꽃']<624>

파라돈은 아픈 척 이틀간 일을 안 했다.
혹시 사장님이
"아프면 다른 회사로 가!"
하며 사인해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장님은 사인해주지 않고 그냥
"꺼져!"
라고만 했다.

하지만 즉시 꺼지지 않고 기숙사에서 하루를 더 버텼는데
혹시 사장님이 태국으로 추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그 길로 도망쳤다.

그렇게 불법 체류자 생활을 몇 달 하다가 갑자기 귀국할 마음이 들었는데
혹시 옛날 회사에서 퇴직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떠올라
나를 찾아온 거다.
그러나 그는 퇴직금 받을 자격이 전혀 안 되었다.

"근무기간이 1년이 안 되잖아?"
"안 되죠."
"그럼 퇴직금 못 받아."
"알죠."
"근데 왜 왔어?"

그는 마치 성실한 경찰관이 그러는 것처럼,
별 이상은 없겠지만 순찰을 안 돌 수는 없다는 듯한 태도로 말했다.
"혹시 모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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