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주치의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주치의

[한윤수의 '오랑캐꽃']<623>

건강할 때 내 얼굴은 어머니 얼굴을 빼다 박았다.
하지만 병이 나서 야위면 돌아가신 아버지 얼굴이 나온다.
그래서 아버지가 보고 싶을 때는
병이 나기를 기다린 적도 있다.

그러나 적당히 아파야지
너무 아프면 아버지 얼굴은커녕
병원에 갈 생각도 안 난다.

그래도 곧 죽을 거 같자
나에게도 아는 의사가 있다는 생각이 났다.
참사랑의원 김수용 원장!
원래 그는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노동자들을 자상하게 치료해주는 의사다.
그런데 지난 6년 동안 외국인을 하도 많이 데려가서 친하다 보니
나 혼자 멋대로 주치의라고 생각하는 거다.

너무 죽겠어서
"의사가 위대해 보이네요."
하고 아첨을 떨자
"그런 얘기 하실 건 없구요."
무뚝뚝하게 받더니
"샤워기에 온수가 안 나와서."
하고 감기 걸린 이유를 설명하자
"감기가 아니라 과로로 인한 몸살입니다."
하고 잘라 말한다.

하긴 나는 나를 몰라도
그는 나를 알고 있으니까.
이 답답한 세상에 연극 대사라도 소리 높여 읊어야 속이 풀리는 내 못된 성격 때문에 매일 새벽 엄동설한의 산길을 미친놈처럼 쏘다니랴, 말도 안통하고 법도 모르는 애들과 씨름하며 떼인 돈 받아주랴, 꼬박꼬박 주 3회 칼럼 쓰랴,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직원들 월급 맞춰주랴, 열두 가지로 모양내서 속 끓이는 무작스러운 내 인생을!

주사 맞고, 링거 꽂고, 약 타다 먹었는데
하룻밤 자고나니
씻은 듯 부신 듯 나았다.

진짜 주치의다.

화성외국인노동자센터 홈페이지 바로가기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