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현지시간) 취임한 주교 출신 페르난도 루고 대통령은 5년의 임기를 시작하면서 "오늘부터 파라과이에서 부정부패는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라고 천명하고 "우리는 결코 국가 자원을 훔친 도둑들과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도 높은 개혁과 과거청산을 약속한 것이다.
스페인어와 파라과이 원주민언어인 과라니어로 된 그의 취임 연설은 시종 일관 특권층들의 착취와 전횡을 강하게 비판하고 누구나 함께 참여하는 열린 정부가 시작됐음을 몇 차례나 강조했다.
"나는 오늘 고귀한 파라과이인들이 새롭게 깨어났음을 라틴 아메리카는 물론 전세계에 선포하는 바입니다"라고 시작된 그의 취임사는 "지금까지 파라과이는 소수의 특권층들에 의해 독점적이고도 비밀스럽게 운영되어 최악의 부패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루고 신임 대통령은 이어 "하지만 나는 이 순간부터 파라과이에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음을 선포하고 국가 자원을 훔친 권력자들, 몇몇 봉건주의자들과는 결코 국정을 함께 운영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자신과 정치노선이 같은 정당들에게는 문호를 개방, 연립정부 형태를 취할 것임을 강조했다. 파라과이 국회가 여소야대 상황이라 집권여당의 의회 장악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루고 신임 대통령은 대통령이라는 권력자보다는 선거 캠페인 시절의 기분으로 공동 지도체제를 확립, 파라과이의 사회적인 단결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재삼 강조했다. 이런 정신을 바탕으로 지난 한 세기 동안 깊게 뿌리내린 까우딜리스모(caudillismo: 소수 특권층에 의한 지배정치) 체제를 혁파하고 모두가 함께 동참하는 평등한 사회를 건설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가톨릭 주교 출신이자 중도좌파 정치인인 루고 대통령은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의 정치모델을 자신의 통치철학으로 삼을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우리는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가 했던 마지막 유언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칠레의 젊은이들을 향해 '나는 칠레와 칠레의 운명을 믿습니다. 누군가가 이 암울하고 쓰라린 순간을 극복해 내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머지않아 큰길(grandes alamedas)이 열리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 한 국민들이 자유롭게 이 길로 통행하게 될 것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 앞에도 큰길이 열려있고 보다 나은 세상, 위대한 조국 건설의 꿈을 실현시켜 줄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
루고는 마지막으로 칠레의 아옌데나 볼리비아의 모랄레스, 베네수엘라의 차베스처럼 사유재산은 철저하게 보호해 주겠지만 파라과이의 모든 천연 자원은 국민 모두의 것임을 분명히 못 박았다. 전기와 생수 등 모든 국가 자원의 국유화 조치를 천명한 것이다.
모든 불평등을 없애고 모두가 평등하게 사는 세상 건설을 약속한 루고는 전 공무원들의 애국심과 청렴결백을 거듭 주장하면서 "파라과이여 깨어나라. 깨어나라 파라과이여"라는 말로 취임사를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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