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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 태풍' 된 쿠바 지도부의 세대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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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잔 속 태풍' 된 쿠바 지도부의 세대교체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301> 라울 카스트로 권력승계 성공

쿠바 정치권이 끝내 세대교체를 거부했다.

혁명 1세대이자 피델 카스트로의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가 24일 제7차 쿠바 인민국회의원총회에서 국가 평의회 의장에 당선됨에 따라 50여 년간의 형의 집권에 뒤 이어 향후 5년간 쿠바의 국정을 책임지게 됐다.

쿠바 국회는 이번 총회를 통해서도 쿠바혁명군 출신들에게 지도부의 실권을 그대로 허용한 것이다.

라울 카스트로의 유고시 의장자리를 대리할 수석부의장은 당초 예상을 뒤엎고 호세 라몬 마차도 벤뚜라(77) 부의장이 차지했다. 벤뚜라 부의장은 지난 1956년 쿠바 혁명의 도화선이 된 시에라 마에스트라 전투에 참여했던 혁명군 생존자중 한 사람이다.

이번 쿠바의 제7차 국회의원총회에서는 국가 평의회부의장을 비롯해 국회의장, 당서기장 등을 대다수 그대로 유임시켰다. 변화라면 31명의 국가평의회의원 41.9%가 신세대로 교체됐다는 사실뿐이다.

당초 중남미 특히 남미 정치권은 이번만큼은 혁명 1세대들이 퇴진하고 혁명 이후 세대들이 실질적으로 쿠바를 이끌어가게 될 거라는 예상을 했었다.

이들이 쿠바 정국에 변화의 바람이 불거라고 예상을 했던 근거는 지난 1월에 치러진 총선이었다. 총선에서는 세대교체 열풍이 강하게 불어 전체의석의 80% 이상이 혁명 이후 세대들로 대폭 물갈이됐었다.

이를 두고 중남미 정치권은 쿠바의 세대교체를 대세로 여기며 카스트로 형제의 정치권 1선 후퇴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었다.
▲ 제7차 쿠바 인민국회의원총회 모습 ⓒ베네수엘라 <텔레수르>

24일 오전(현지시간) 베네수엘라 텔레수르(TELESUR)등 TV를 통해 중남미 전역에 생중계된 제7차 쿠바의 인민국회의원총회의 모습도 쿠바 정치권의 물갈이를 실감케 했다.

우선 614명의 쿠바 인민국회의원 가운데 579명(97.22%)이 참석한 이번 총회는 전체의원 중 265명(43.16%)이 여성이라는 것이 특징으로 꼽혔다.

또한 방년 18세인 리아에나 마르띠네스라는 여대생이 지난 1월의 선거에서 쿠바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처음으로 등원한 것이 중남미 언론들의 특별한 조명을 받기도 했다. 마르띠네스 양은 쿠바의 정치 역사상 최연소 국회의원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이번에 새롭게 임명된 지도부와는 다르게 쿠바 정치권은 이미 세대교체를 끝냈다는 것은 의원들의 분포를 살펴보면 더 극명하게 나타난다. 전체의원들 중 390명이 지난 1월의 의원선거에서 새롭게 당선된 초선의원들이고 224명의 의원들만이 재선 이상을 한 중진의원들이다.

또한 지난 총선을 통해 평균연령이 49세로 대폭 낮아진 인민국회위원들의 연령별 분포를 살펴보면 18세에서 40세가 131명이며, 41세에서 60세가 373명, 혁명 1세대 출신인 61세 이상은 106명(17.25%)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이들 중 현역 군 장성 출신은 39명뿐이다. 카스트로 형제로 대표됐던 쿠바혁명군 출신들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소수의 혁명군출신들이 쿠바의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국가평의회를 움직이는 핵심 멤버들이라는 사실이 이번 총회에서 다시 한 번 극명하게 증명됐다. 아직도 다수의 젊은 세대들보다는 소수의 혁명 1세대들이 쿠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얘기다.

바꾸어 말하면 피델 카스트로의 영향력이 아직까지는 쿠바의 정치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말이다.

국가평의회 의장에 당선된 라울은 당선소감에서 "쿠바 혁명군사령관은 피델이 유일하며 그 어느 누구도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없다"면서 "국정의 전반적인 현안에 대해 피델에게 자문을 구한 다음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찾잔 속의 태풍'으로 끝난 쿠바 지도부의 세대교체 바람이 언제쯤이나 본격화 될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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