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부부라고 하지만
정식으로 결혼한 사이가 아니라
한국에서만 한시적으로 동거하는 태국인 커플이 꽤 된다.
몸집이 당당한 태국여성이 와서 우렁우렁한 소리로
"난 어떡하면 좋아요?"
"왜요?"
"남편이 검문에 걸려서 출입국에 잡혀갔걸랑요."
"저런."
"방세 보증금 빼가지고 나도 태국 가야죠, 뭐. 임신 5개월이거든요."
쯧쯧, 안 됐군!
나는 집주인에게 보증금 100만 원을 빼달라고 부탁해놓고
남편이 잡혀 있는 인천공항 출입국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이 펄쩍 뛴다.
"그 여자 거짓말하는 겁니다. 공항에 와서도 자기가 임신했다고 토하고 나 잡아가라고 소리소리 지르며 게거품 물고 쓰러졌는데요. 솔직히 임신했다는 사실조차 믿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진짜 부부는 아니구요. 그리고 여기 잡혀와 있는 남자도 보증금은 자기 돈인데 왜 그년이 갖고 가냐고 난리입니다. 차는 줘도 보증금은 못 준다는데요."
하긴 계약서가 남자 이름으로 되어 있으니까
남자한테 주는 게 맞다.
그 후에도 여자는 끈질기게 찾아왔지만
나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고
보증금을 받는 즉시 남자의 통장으로 넣어줬다.
내가 왜 이 얘기를 쓰느냐 하면
어쩜 이렇게 억척스러운 태국인이 있느냐는 거다.
보통 태국인은 자기 밥도 못 찾아 먹는다.
마치 햇빛이 비춰주기만 바라고 얌전히 고개 숙인 할미꽃 같다고나 할까.
근데 이 여자는 세찬 비바람 속에서도 억세게 뻗어 나가서 다른 식물들을 죄다 덮어버리는 개나리 같다.
닥치고 뻗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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