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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사용자, 전세계에서 9번째로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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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글 사용자, 전세계에서 9번째로 많아"

박인규의 집중인터뷰[10/09]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한글은 언어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다' 영국의 역사가 존 맨이 한글의 우수성을 강조한 말인데요 최근 한국어가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서 국제특허협력조약(PCT)의 국제공개어로 채택되고 아시아 등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전세계에서 우리말과 우리글의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반면 오히려 국내에선 우리말보다 영어에 더 무게를 두거나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국문학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는 등 사정이 좀 다른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561돌 한글날을 맞아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과 함께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한글날의 의미와 우리말과 우리글의 국내 현실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입니다. 이상규 원장은 1953년 경북 영천 출생으로 76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고 89년 같은 대학에서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조사연구원과 울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를 거쳐 경북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해 1월부터 국립국어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올해가 561돌 한글날인데요 지난해부터 한글날이 국경일로 승격됐다고 합니다만 요즘은 한글날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적어진 것 같아요. 한글날의 의미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 ⓒ프레시안

이상규 :
오늘이 국경일 지정 두 돌 되는 해죠. 그런데 이 한글이 유네스코에서 금년 6월에 사용자 숫자로 전 세계 9위로 발표됐습니다. 실질적으로는 한 12위 정도 되는데요 힌두어 계열의 한 서너 나라를 빼고 나면 한국이 전 세계 9위입니다. 9위라는 것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고 우리나라 경제력과 맞먹는 순위가 아니겠는가. 우리나라가 전 세계 경제적으로 9위에서 10위 정도 되는데 한글이라는 것이 국가경쟁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국어를 단순히 의사소통의 수단으로만 생각했는데, 이제는 대외적으로 의사소통뿐만 아니고 우리 한국어의 국가발전의 동력으로서 한글을 생각해야 될 시점이 됐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9위라는 건 한글을 쓰는 사람이 전 세계에서 9번째로 많다.

이상규 : 그렇습니다. 그만큼 외국 사람들이 한글을 사용하는 숫자가 늘어났다고 얘기할 수 있죠.

박인규 : 생각보다 굉장히 많이 쓰고 있네요. 한글의 우수성은 저희들도 학교 다니면서 많이 배웠지만 이상규 원장님께서는 30년 이상 한국말, 한글을 공부하신 분이기 때문에, 이 원장님 보시기에 한글은 어디가 가장 우수다고 보십니까?

이상규 : 우리 것을 우리 스스로 우수하다는 것이 참 부끄러운 일인데, 사실 한글은 과학성이나 효용성, 또 문자가 갖고 있는 미적 감각 등 사실 세계의 유명한 언어학자들이나 펄벅과 같은 소설가들이 우리나라 한글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아주 과학적이고 효용성이 아주 높은 문자라는 얘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한글의 우수성을 얘기하자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몇 시간을 얘기해도 좋을 것 같은데 대체적으로 여러분들 잘 알고 계시는 대지의 작가 펄벅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 가장 훌륭한 글자라는 평가를 내렸죠. 그만큼 우리 한글은 과학적이고 사용효용성이 아주 높은 문자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단시간 내에 민주화가 이뤄지고 과학 또는 국가발전의 이렇게 성장된 동력이 바로 한글이라고 생각합니다. 7,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는 소통의 원활성, 어떻게 보면 일제 침략이 끝나고 광복이 되던 시절에 우리나라 문맹률이 20% 정도를 훨씬 상회했는데 7,80년대 들어오면서 우리나라 문맹률은 거의 0.8 내지 1% 밖에 안됐죠. 그만큼 우리 민주화를 이루는데 한글이 기여를 많이 했고 또 우리나라만큼 지적 균질성을 유지한 나라가 없다.

박인규 : 국민들의 지적 수준이 상당히 평준화돼 있다.

이상규 : 네. 인터넷을 통해서 다양한 한글로 축적된 정보들을 소통하기 때문에 사실은 지적 민주화가 이뤄진 나라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대단히 에너지가 풍부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한글이 바로 우리 미래를 열어나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모두에 소개를 드렸습니다만 지난 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우리 한글을 국제공개어로 채택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요 이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겁니까?

이상규 : 한국어가 국제적으로 처음 공인이 됐다는 얘기를 할 수 있죠. 세계특허협력기구가 137개국이 모여서 특허출원을 하는데 지금까지는 8개 나라, 서방유럽의 강대국의 국가들만 소통언어로 인정이 됐는데 바로 한글과 포르투갈어가 두 나라가 이번에 만장일치로 통과가 됐습니다.

박인규 : 지금까지는 영어나 불어, 서반아어 등 8개어만 가지고 특허를 출원할 수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한국말로 특허를 출원해도 인정을 해준다는 건가요?

이상규 : 그렇죠. 그만큼 한국어가 국제적 언어로 국제무대에 당당히 진출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요즘 사실 중국이나 일본 같은 공항에 가보면 한글로 안내판, 표지판이 있어서 뿌듯함이 느껴지는데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말이 국제어로 인정되는 거군요. 실제로 그렇다면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도 한글, 한국말을 배우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데 어느 정도입니까?

이상규 : 대표적인 예로 미국대학입학자격고시, 우리나라 같으면 수능시험이죠, 거기서 제2외국어로서... SAT2라고 합니다. 미국대학입학자격고시에 우리 한국어가 포함됐다. 대단히 큰 일이죠. 어떤 면에서는 전 세계 62개국에서 약 750개 대학에서 이미 한국어가 강좌로 채택돼 있고요. 또 제2 외국어로서 아주 급증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들은 정보로 말씀드리면 일본 같은 데가 한국어가 제2 외국어로 상당히 당당하게, 많은 학교들이 채택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바로 이런 점들은 한국어가 국제어화가 되고 있다는 단적인 증거죠. 그 이외에 2000년도 이후 급증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국내에 유입돼 들어오는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위 우리나라에서 고용허가제라는 시험을 치고 있습니다. EPSKLP라는 시험인데 연간 2만에서 3만 정도,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이렇게 한국어가 이제는 전 세계 속의 한국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박인규 :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많은 건 물론 한글의 우수성도 있겠지만 한국의 국력이 커지다 보니까 그런 측면도 있겠죠. 그렇지만 원장님 보시기에 한국어의 국제화, 세계화의 수준이 만족할 만한가요?

▲ ⓒ프레시안

이상규 :
여기서 꼭 한 가지 되짚고 가야 될 부분이 있는데요, 2000년 이전에도 우리나라 외교통상부 또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한국어의 세계 보급을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동안 외통부에서 재외한국어학교가 14개 나라에 26개 학교가 만들어져 있었고요. 또 교육부에서 한국교육원이 전 세계 14개 나라에 35개 학교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사실 재외한국학교나 한국교육원은 우리 문화소개를 하는 거점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고요, 그리고 자생적으로 생겨난 한글학교가 무려 2072개입니다. 이것은 주로 재외동포나 또는 우리나라에 유학오는 학생들, 어떻게 보면 좀 고급인력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조금 전 말씀드린 대로 2000년 이후에 상황이 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유학생으로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이 아니고 일반 외국인, 우리 한국문화를 배우고 또 우리 한국문화에 대한 매력을 가지고 한국을 배우고자 또는 한구에 취업을 위해서 취업자들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어떻게 보면 조금 낮은 층에서의 한국어 교육을 받고자 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가히 폭발적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요 바로 이런 부분을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 우리 문화부에서, 특히 국립국어원이 중심이 돼서 세종학당이라는 것을 약 100여 개를 만들어서 우리 한국어와 함께 우리 한국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자 하는 그런 학교 설립을 지금 추진 중입니다.

박인규 : 외국인들에게 한글과 한국 문화를 가르치기 위한 교육기관을 국내에 세우는 겁니까 외국에 세우는 겁니까?

이상규 : 외국에 세웁니다. 대체적으로 세종학당이라는 것은 앞에서 말씀드린 한국교육원처럼 구체적인 건물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진출해 있는 외국문화공간이나 외국의 대학의 시설물을 활용해서, 마치 몽골족 같이 막사를 지었다가 걷어가는 유목민이죠. 유목민형 학교를 세종학당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고, 또 한 가지 중요한 게 있습니다. 언어교육이라는 것은 대단히 식민지 언어정책, 국가정책 또는 제국주의적 국가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21세기는 우리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종학당은 그런 20세기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문화상호주의적인 방식으로 접근하겠다. 우리나라보다 조금 열악한 나라라도 그 나라 역사와 문화를 우리가 존중하는 방식으로 세종학당을 설립할 예정입니다.

박인규 : 지금까지 쭉 말씀해 주신 것처럼 국제사회에서 한국어 또는 한글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반면 국내에선 좀 안 그런 것 같아요. 오히려 영어를 더 많이 배우려고 하고, 더 중요한 건 최근 보도를 보니까 사실 대학 그러면 웬만한 모든 대학에 국어국문학과가 있었는데, 국어국문학과를 없애는 대학이 늘고 있다. 사실입니까?

이상규 : 참 인문학의 위기와 관계돼 있는데요, 이게 자본주의적인 문제와도 연결돼 있겠죠. 그런데 제가 보기로는 우리나라가 사실 한글을 얘기한 게 불과 2,30년도 제대로 되지 않습니다. 조선조에 한자문화권, 한문문화권의 지배를 받다가 다시 반짝 한글을 우대하다가 다시 영어로, 소위 내 마음의 식민지 현상 아닌가, 이것을 우리가 빨리 극복해야 될 과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국문학과 대신 문화콘텐츠학과다 디지털스토리텔링이다 이런 게 나온다고 하는데, 물론 학생들 입장에서는 취직이 중요하겠습니다만. 대학이라면 국어, 한글,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고 가르치는 게 중요한 거 아닙니까

이상규 : 그렇죠. 최근에 대학에서 철학이나 문학, 이런 인간학과 관계된 것은 경제적인 유발효과가 눈에 금방 드러나지 않죠. 그러니까 자연적으로 국문이나 철학을 공부해도 사회, 직장 자리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수요자가 줄어드니까 대학에선 수요자를 따라서 국문과를 해체하고 문학창작과라든지 또는 디지털콘텐츠학과, 이렇게 변명을 하고 있는데, 아직 그러나 전통있는 대학에선 아직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크게 우려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박인규 : 지금 한글, 한국말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만, 국내를 보면... 특히 전문용어 같은 데서 외래어가 너무 많이 나와 있고, 인터넷 같은 데서 특히 젊은 친구들이 말을 줄여서 쓰다 보니 본래의 말의 순수성이랄까 이런 게 많이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혹시 국어연구원에서 나름대로 대책 같은 게 있으신가요?

이상규 : 이처럼 최근에 인터넷에서 언어파괴현상 이런 것들을 아주 면밀하게 조사하고 대책수립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들 정책 책임자 입장에서 이런 부분은 어느 시대도 마찬가지로 있었다. 정도의 과다 차이일 뿐이지 이런 것들은 어떻게 보면 긍정적인 측면으로도 우리 문자를, 문자의 상상력을 증대시키는데 어떤 면에선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 한글의 기본질서를 깨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그렇게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모국어에서 고유어가 급격히 소멸되고 있는 건 대단한 위기상황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외래어들을 적극적으로 순화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그 한 예를 든다면 홈페이지를 누리집이라고 만들었죠. 이것은 상당히 일반 국민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요. 유비쿼터스를 두리누리. 두루두루 같이 나눈다는 뜻으로. 네티즌을 누리꾼이라고 하고 웹서핑을 누리검색, 이런 식으로 특히 정보화와 관련된 단어들을 많이 순화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글날 때 발표해서 아주 인기를 얻었던 게 핫팬츠를 한뼘바지로 순화했던 게 국민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았던 한 예고요. 또 정치적 용어로서 코드라는 게 한 때 유행했죠. 코드를 성향, 미션을 주요 임무, 그리고 최근에 아카이브를 자료전산, 그래피티를 길거리그림, 웰빙을 참살이, 이런 식으로 참살이는 국민들이 이미 애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박인규 : 앞으로도 그런 외래어를 우리 고유말로 고치는 작업을 해야 될 것 같고요. 지금 국제사회에서, 특히 아시아에서 한국어를 배우기 위한 노력이 많다고 하는데 지금 국내에 들어와 있는 아시아인들이 많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나 우리나라에 시집온 여성들, 이런 분들에 대한 한국어 교육이 굉장히 중요할 것 같은데 잘 돼가고 있습니까?

이상규 : 외국 사람들이 한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내는 방금 지적하신 대로 국제이민가족들, 이주여성들, 그리고 국내에 유입돼온 노동자들. 두 가지로 크게 구분되는데요, 국제여성들에 대해서는 우리가 세 가지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첫째로는 직접 현장에서의 한국어 교육인데요, 사실 학습구성을 하기가 대단히 힘듭니다. 그래서 앞으로 자원봉사를 조직화해서 지원할 예정이고 또 하나는 온라인상에서 디지털한국어교육의 공식이 한 가지 있겠고. 또 하나는 사실 이주여성들이 현장에 앉아서 공부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비디오교재를 개발해서 일을 하면서 한국어를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 이번에 EBS와 공동으로 공중파 방송을 11월 5일부터 첫 방송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박인규 :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

이상규 : 네. 그래서 지금가지 초급 교재와 중급 교재를 만들어서 이미 여성가족부와 KBS와 공동으로 만들어서 전국의 이주여성들에게 공급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더 질 높은 교재 개발과 부교재, 한국의 관광이라든지 현지적응교재를 개발해서 다양하게 보급할 예정입니다.

박인규 : 지금까지 말씀하신 여러 가지 활동을 하려면 무엇보다 전문인력과 재정지원이 필요할 것 같은데, 충분합니까?

이상규 : 어려운 질문을 하셨는데요 사실 그 부분이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언론에서 이런 부분을 많이 지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박인규 : 이 말씀 들으시고 높은 데 계시는 분들이 재정지원이라든가... 잘 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남북정상이 7년 만에 만나서 정상회담을 했잖아요. 그 이전에, 요즘은 말이 잘 안 나오는 것 같은데, 남북 문화의 이질화. 60년이 지나다 보니 달라지고있다. 지금 남한에서 쓰는 말과 북한에서 쓰는 말도 차이가 많이 생기고 있죠?

▲ ⓒ프레시안

이상규 :
특히 남과 북의 언어차이는 전문용어에서 아주 심각합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초,중,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교재 중에서 수학이나 생물, 화학, 이런 분야의 책은 가히 외국어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에 아마 정상회담에서도 용어 차이 때문에 같이 공포하는 문건을 통일하는데 상당히 애로가 있었다고 생각했는데요.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언어 부분 통일을 위해서 남북 정상 간에 합의가 됐다는 건 매우 반가운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인규 : 이번 정상회담선언 6항인가를 보면 문화 스포츠 부문에서의 교류를 얘기했는데 그런 남북 간의 언어 이질화를 막기 위한 노력들이 되고 있습니까?

이상규 : 사실 지금까지 겨레말 큰사전 사업을 통해서 남북 간의 언어통일을 위해서 학자들은 긴밀하게 접촉해왔습니다. 지금 우리가 한 가지 되짚고 넘어가야 될 일이 있는데요, 사실 20세기 전에 서구 유럽의 몇 개 언어들이 아프리나카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북미, 중미, 남미 원주민들의 언어를 밀어내고 소위 언어제국주의적 식민주의적 방식이 지향됐죠. 그것을 우리 국내로 따져본다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방언과의 대치. 그리고 우리가 분단되면서 남과 북. 평양 중심으로 한 문화어, 서울 중심으로 한 표준어가 눈에 보이지 않는 사실 견제적 관계가 들었지 않는가. 그래서 우리가 남북 언어의 이질화를 단순히 남북 분단을 이유로 생각할 것이 아니고 세계사적 측면에서의 관계로 우리는 접근해야 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저는 서울 중심으로 한 표준어와 평양을 중심으로 한 문화어를 어떻게 통합할 수 있냐, 통합 문제를 우리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될 때가 되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정부에서도 통일어문정책을 위한 획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남북 간의 음운통일이 민족의 통일로, 그러니까 물리적인 통일이 아니더라도, 적어도 정신적 통일을 위해 가장 선행해서 고뇌해야 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남북정상회담에서 물꼬가 트였기 때문에 앞으로 남북언어통일 부분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잘 진행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기대합니다.

박인규 : 앞으로 국립국어원에서 할 일이 많을 것 같습니다. 원장 맡으신 지 이제 2년째 되시는 거죠? 해보시니까 어떻습니까?

이상규 : 그동안 사실 국립국어원은 대국민서비스 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규범을 어떻게 잘 지켜서 국가언어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가 하는 과제죠. 제가 취임해서 이 규범 관리를 정보화기기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부담을 줄여주는 쪽으로 하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아마 우리 국립국어원 누리집에 들어와 보시면 외래어표기법이나 로마자표기법 등, 모르는 게 있으면 바로 분석할 수 있도록. 그리고 표준국어사전을 온라인 웹상에서 지원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어가 단순히 한국사람들만의 의사소통이 아니고 아시아, 전 세계 사람들의 소통언어로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어를 웹상에서 다국어가 지원되는, 다국적 지원이 되는 사전으로 발전시켜나가야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다국적 지원이라는 건 한글이 나오면 영어나 불어나 일본어로 번역이 되게...

이상규 : 그렇죠. 자동으로 검색되고 또 기계번역까지 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이런 쪽 분야가 바로 국립국어원이 추진해야 될 아주 중요한 과제거리다. 이것은 사실 많은 연구인력도 필요하지만 재정적 지원이 매우 필요한 부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박인규 : 한국말, 한글의 고유함을 지키면서도 또 한국어를 세계에 많이 알리는 것. 어떻게 보면 참 모순된 것 같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혹시 앞으로 임기 중에 하시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인지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상규 : 바로 한글을 세계에 많이 알린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방금 사회자께서 지적하신 대로 언어의 식민 침탈과 관계돼서 상당히 모순적인 거죠. 그래서 저희 국립국어원에서 한국어의 세계화라는 용어는 저는 사용을 좀 거부하고 싶습니다. 문화상호주의적, 서로 주고받는 그런 21세기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사회를 건설하는, 국경과 민족의 경계선을 뛰어넘는 목적으로의 한국어 언어정책을 펼쳐나갈 예정입니다.

박인규 : 어떤 말이 어떤 말을 이기거나 지는 차원이 아니고 우리말은 우리말대로 특성을 지키면서 또 세계에 많이 알리고. 앞으로 국립국어원의 많은 활동을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상규 : 네.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561돌 한글날을 맞아 국립국어원 이상규 원장과 함께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한글날의 의미와 우리말과 우리글의 국내 현실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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