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우호적이고 매우 따뜻한 분위기에서 배석자들도 만족한 정상회담"이었다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을 무색케 하며 구구한 해석을 촉발시키고 있다.
문제의 현장은 이날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정상회담 직후 있었던 언론회동.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을 바라보며 "조금 전 말씀하실 때 한반도 평화체제 내지 종전선언에 대한 말씀을 빠뜨리신 것 같은데 우리 국민들이 듣고 싶어하니까 명확히 말씀해주셨으면 한다"고 진전된 발언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부시 미 대통령은 "나는 더 이상 분명히 할 수 없다"며 "우리는 우리가 한국전쟁을 끝낼 수 있는 날을 기대하고 있다. 그것(종전)은 김정일이 자신의 (핵)무기 프로그램과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를 검증가능할 만큼 폐기할 때에 일어날 것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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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노 대통령은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 번 "똑같은 얘기다. 김정일 위원장이나 한국 국민들은 그 다음 얘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더 이상 어떻게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한국에서 전쟁을 우리가 끝내기 위해서는 김정일 씨가 그의 무기에 관해 검증 가능하도록 폐기해야 한다"고만 답했다.
그 와중에 노 대통령은 통역비서관에게 "내가 잘못 들은 것 같다. 나는 부시 대통령이 한국정쟁을 종결하는 선언을 언급한 것으로 듣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라며 부시 대통령에게 "그렇게 말했나요?"라고 묻기도 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이 통신은 이를 두고 '긴장이 감돌았던 순간(tense moments)'이었다며 두 정상이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외교관례에 맞지 않는 장면을 연출했다고 지적했다.
이 통신은 또 노 대통령의 재촉이 있자 미국 측 수행원들이 긴장 어린 웃음을 지었고 부시 대통령은 짜증섞인(annoyance) 표정을 지었다고 묘사했다.
청와대·백악관 급히 '진화'
이처럼 어색한 순간이 연출되자 현장에서는 단순한 통역 실수가 아니라 북핵 문제에 관한 현실 진단과 종전협정 문제에서 양 정상의 온도차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그러자 청와대와 백악관은 확대 해석을 차단하기 위해 급히 진화에 나섰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노 대통령 말씀은 '실제 회담에선 적극적인 표현이 있었는데, 왜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안 하냐'는 농담 섞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정상회담 중에 부시 미 대통령은 '나의 목적은 평화조약을 통해 한국전쟁을 종결시키는 것이다. (한국전쟁을) 끝내야 하고 끝낼 수 있다'면서 '(이를 위해선) 김정일 위원장이 그가 가지고 있는 핵프로그램이 검증가능하게 폐기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천 대변인은 이어 "조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큼 부시 미 대통령이 적극적이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든 존드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사진을 찍는 동안 통역에서 빠뜨린 게 분명 있는 것 같다"라며 한미 양국은 완벽한 평화협정을 맺기 전에 북한이 해야 할 조치가 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했고 그것은 2.13합의에서 이미 강조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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