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식 주미 한국대사는 17일 버지니아텍 총격 사건의 범인이 한국 교포학생으로 밝혀짐에 따라 희생자 유족은 물론 미국 사회 전체와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자성하는 뜻으로 32일간 금식을 하자고 한인사회에 제안했다.
이 대사는 이날 오후 8시 워싱턴지역 교회협의회와 지역한인회 공동 주최로 기독교 신자들 8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페어팩스 카운티 청사에서 열린 추모 예배에 참석, "충격적인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인 사회가 스스로를 되돌아 보고 참회하며 미국 주류 사회와 다시 융합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고 한인 교회를 중심으로 32일간 교대 금식을 제안했으며 참석자들도 흔쾌히 응했다.
이 대사가 32일간 금식을 제안한 것은 조승희 씨의 총기난사로 버지니아텍 교수와 학생 32명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 희생자들 수에 맞춰 그들의 넋을 위로하고 명복을 빌자는 취지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사는 시종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이번 일은 말로 형언하기 힘든 사건"이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가슴에서 우러나는 조의를 희생자 가족과 미국 전체에 표하고 그들의 슬픔을 나누는 것이며, 그들과 슬픔을 함께 하기 위해 우리 손을 내밀자"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지금은 우리가 가치 있는 소수 인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영혼을 새롭게 해야 하는 순간"이라며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기 위해 대사로서 슬픔에 동참하며, 한국과 한국인을 대신해 유감과 사죄를 표한다"며 애도를 표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32명의 희생자를 위해 스스로를 낮추고 겸손해져야 한다"면서 "우리는 미국 사회에 더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이 대사는 연설 전 참석자들과 함께 기도하면서 침통한 표정으로 얼굴을 감싼 채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사는 지난 11일 부터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와 함께 시카고, 포틀랜드, 덴버, 휴스턴을 돌며 한미 관계에 대한 순회 설명회를 갖던 중 총격사건 소식을 듣고 이날 급거 워싱턴으로 귀임했다.
한편 자리를 함께 한 프랭크 울프 하원의원(공화.버지니아), 톰 데이비스 하원의원(공화.버지니아)과 제리 코넬리 페어팩스 카운티 군수 등 미국측 인사들은 이 대사의 말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마음의 상처를 달랠 수 있는 진심 어린 말을 해준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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