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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부시의 에탄올 프로젝트는 브라질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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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부시의 에탄올 프로젝트는 브라질의 희망?

김영길의 '남미리포트' <242> 차베스와 부시의 '당근 경쟁'

서민 대통령을 자처하며 '빈곤추방'과 '배고픔 제로'를 기치로 재임에 성공한 좌파 강성노조 출신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정치 생명을 건 도박을 하고 있다.

차세대 대안 에너지로 떠오른 에탄올을 전략산업화해 세계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인 미국시장을 공략함으로써 브라질의 고질적인 빈곤을 추방하고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룰라는 전세계 에탄올과 바이오 디젤산업의 선주주자 자리를 이 참에 확실하게 차지하겠다는 포부를 숨기지 않고 있다. '검은 황금(석유)'의 대안에너지인 '푸른 황금'의 시대를 브라질이 주도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다.

그렇지만 룰라가 부시 미 대통령과 함께 야심차게 추진중인 에탄올 대량생산 프로젝트는 브라질 농민들과 정계, 심지어는 여당인 노동자당(PT)원들로부터도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토지 없는 농부들의 땅 갖기 운동본부(MST)는 이 프로젝트를 향해 "제2의 식민지정책"이라며 룰라의 친미적인 행보에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 반부시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브라질 농민대표들. ⓒ국영 아젠시아 브라질

이들은 룰라와 부시가 합의한 에탄올 프로젝트는 다국적기업들에게 브라질 전역의 사탕수수 경작지와 생산 판매를 완전히 개방하는 조치라며, 이 프로젝트가 '해외자본 투자유치' 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사실은 포르투갈에 이어 미국의 자본침략을 허용한 '제2의 식민지 합의'라고 비난의 톤을 높이고 있다.

브라질 농민대표들은 "전통적으로 브라질의 모든 곡물시장을 장악한 건 프랑스 국적의 루이스 드레퓌스과 미국 국적의 다국적기업들이지만 사탕수수 경작과 설탕의 생산·판매는 미국의 식량메이저 카길(Cargill)이 쥐락펴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농민단체들은 미국과 브라질의 에탄올 프로젝트가 미국의 곡물 메이저 카길의 사탕수수 산업 독점 현상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한다. 브라질산 에탄올의 원료는 100% 사탕수수이기 때문이다.

MST대표들도 "미국과 브라질의 에탄올 대량생산 프로젝트는 룰라가 미국 곡물 메이저들에게 브라질의 농업시장을 전면 개방해주는 조치"라고 주장하고 "카길과 부시 가문은 정치인과 기업가 이상의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 8일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이 상파울루를 방문했을 때 카길의 상파울루 지점과 설탕 가공공장 등이 시위대의 집중적인 표적이 됐던 것은 브라질 농민들이 부시뿐만 아니라 카길에도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예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라질 농민단체들의 이같은 주장을 현지 경제전문가들 역시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부시 대통령이 브라질은 물론 우루과이를 포함한 중남미 방문국마다 농업기술 장려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약속하고 사탕수수 재배를 독려한 것을 예로 들고 있다.

또 중남미 전역의 곡물시장을 실질적으로 카길이 쥐고 있는 것도 바이오 에너지 확보를 위한 부시의 이번 중남미 순방목적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결국 카길과 부시 행정부가 차세대 에너지자원 선점을 위해 의기투합한 게 이번 중남미 5개국 순방을 강행하게 만든 진정한 이유라는 것이다.

브라질에는 현재 7만여 개의 사탕수수 가공공장이 있는데 해가 갈수록 중소기업들은 다국적기업들의 기세에 눌려 감소되는 반면 다국적기업들의 사탕수수산업 독점현상은 점점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브라질 극빈농들이 주장하고 있는 문제의 핵심은 브라질의 사탕수수산업을 다국적 기업들이 장악하면서 농민들의 임금을 착취하고 노예노동을 자행하는 현상이 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 사탕수수 대를 베고 있는 농민. ⓒ브라질 정부 자료

브라질 농민들은 전통적으로 사탕수수 대 베기 작업은 일인당 하루 5톤 정도도 빠듯한 작업량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국적기업들이 사탕수수산업에 대거 진출한 뒤부터는 일인당 하루 10톤에서 15톤까지를 처리하도록 요구하고, 작업량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고 있다.

브라질에 진출한 사탕수수산업 다국적기업들은 원가절감을 위해 작업환경과 노동 한계를 무시하고 쥐꼬리만한 임금을 지불하면서 노동자들을 노예 혹은 기계 취급을 하고 있다.

사탕수수생산 현장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2005년 상파울루 주 지역에서만 416명이 과로와 불볕더위를 견디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그나마 브라질에 진출한 다국적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현대화하면서 브라질 농민들은 점점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들은 룰라의 계획대로 에탄올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어도 브라질의 GDP는 올라갈지 모르지만 그게 농민들의 수익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는 것이다.

오히려 빈부의 양극화만 현재보다 더욱 부추기고 에탄올 산업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과 일부 특권층들의 배만 불리게 될 거라는 얘기다.

브라질의 에탄올산업 붐, 희망인가 절망인가

이들은 또 미국과 브라질의 이번 협약은 자연환경을 대규모로 파괴하고 소규모 자영업 농민들을 망하게 하는 정책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남미의 그린피스지부 등 환경단체들은 미국과 브라질이 맺은 바이오 에너지협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1억4800만 에이커 이상의 원시림이 벌채되어 사탕수수밭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면서 아마존지역의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MST 관계자들은 부시 대통령이 이번 브라질 방문을 통해 중동과 베네수엘라산 석유의존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했고, 미국의 거대자본들이 브라질 농업계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는 투자의 길을 활짝 열었으며, 정치적으로는 남미의 거점확보라는 실리를 챙겼지만 브라질은 얻은 게 무어냐고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룰라는 부시의 화려한 외교적인 수사와 바이오 에너지 선진국이 될 것이라는 말에 현혹되어 일방적으로 주기만하고 서민들을 위한 정책적인 실익은 얻은 게 전혀 없다는 얘기다.

이들은 이어 서민들을 위한다는 정치적인 공약을 굳게 믿고 룰라에게 표를 던졌는데 룰라는 재선 이후 극빈서민들을 죽이고 다국적기업들과 특정 엘리트들만을 위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불만의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들이 이런 태세로 브라질 노동자당원들과 전국적인 농민세력을 규합한다면 향후 룰라에게는 치명적인 정치 위기를 다시 불러올 수도 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룰라 역시 이 점을 의식한 듯 부시 행정부와는 경제분야 협력 외에 정치적인 관계는 분명한 선을 긋겠다고 공언했다. 또 미국과의 협력강화는 물론 주변국가들(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등)과의 관계도 상호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해 일방적으로 미국측 입장만을 대변하지 않겠다고 항변하고 나섰다. 다분히 차베스와의 관계를 의식한 발언이다.

차베스 역시 이번 중남미 순방 중 부시와의 밀월관계를 구축한 룰라에 대한 평가를 묻는 현지기자단의 끈질긴 질문공세에 시종일관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아직은 좀 더 두고 보라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추진중인 중남미 통합이라는 명분이 브라질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제외한다면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첨예한 대립의 각을 세우고 있는 차베스와 부시가 룰라를 사이에 놓고 석유와 천연가스, 거대자본을 통해 벌이고 있는 '당근'경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힘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룰라가 야심만만하게 추진중인 에탄올 프로젝트가 브라질 극빈서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것인지 아니면 착취와 노예노동을 더욱 부추기는 '제2의 식민지의 역사'를 되풀이하며 절망을 가져올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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