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양 시내 공원건설에 투입된 인민군 장병들. 조선중앙TV 캡처. |
북한의 생활문화시설 건설 움직임은 이것 뿐만이 아니다. 10월 들어서만 보더라도 만경대 유희장과 대성산 유희장이 준공(10/9)됐고, 양각도 체육촌(10/3)과 제1목욕탕(10/19), 통일거리운동센터(10/16)가 만들어졌다. 평양 시내 공원들을 훌륭히 꾸리라는 김정은 제1비서의 명을 받은 인민무력부 군인들이 궐기모임(10/19)을 가진 뒤로는 앞서 언급한 충성종합공원과 북새강안체육공원 뿐 아니라 연못공원(10/22 보도)과 팔골공원(10/24 보도)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가히 생활문화시설 건설붐이 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한이 이렇게 생활문화시설 건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김정은 제1비서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인민들에게 보다 행복하고 문명한 생활을 안겨주시려는 김정은 원수님의 원대한 구상에 따라" 이같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전한다. "더 좋은 문화휴식터를 마련해 인민들에게 안겨주시려고 마음쓰시는 김정은 원수님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수많은 인민군 군인들이 공사장으로 달려나왔다는 것이다.
김정은, 생활문화시설 현지지도 많아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된 김정은 제1비서는 올해 생활문화시설을 유난히도 많이 찾아다녔다. 능라인민유원지를 5차례나 찾았을 뿐 아니라 만경대유희장과 개선청년공원 유희장, 중앙동물원, 아동백화점, 평양민속공원 등, 군부대 방문을 제외하면 상당 부분의 현지지도를 인민위락시설 방문에 할애했다. 4월 15일 첫 공개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겠다고 공언한 데 따른 행보였는지도 모른다.
▲ 김정은 제1비서가 지난 4월 15일 대중 앞에서 첫 공개연설을 했다. 조선중앙TV 캡처. |
하지만, 생활문화시설에 대한 집중적인 건설 외에 북한 경제 회생을 위한 조치는 아직까지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놀이공원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할 텐데, 이를 위한 경제개혁 조치가 취해졌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6.28 방침'으로 불리는 경제개혁 조치도 소문만 무성할 뿐 차일피일 미뤄지는 분위기다.
경제 회생보다 생활문화시설 건설이 우선?
인민들이 각종 생활문화시설이 잘 정비된 환경에서 여유를 느끼며 살아가게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개개인의 삶의 질은 공장의 시커먼 연기보다는 잘 정비된 공원과 다양한 문화시설 속에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당수의 개발도상국들이 이러한 생활문화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한정된 국가의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일단 시급한 분야에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발전 도상에 있는 국가들로서는 국민들을 먹여살리고 경제력을 키우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놓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생활문화시설에 대한 투자는 국가의 경제수준이 일정 수준에 올라선 다음에 집중적으로 행해지게 마련이다.
물론, 경제발전과 생활문화시설 개선을 동시에 진행하겠다는게 북한 당국의 전략일 수 있다. 경제발전도 중요하지만 그것 때문에 인민들의 삶이 희생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의 북한을 보면 공장을 제대로 돌아가게 하고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절박한 노력이 그리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의 생활문화시설 강조가 혹시라도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로 자신의 업적을 선전하려는 것이라면 김정은 체제의 미래는 벌써부터 암울할 수 밖에 없다. '보여주기식 성과주의'에 집착하는 사람이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김정은 비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북한 경제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찾는 것이다. 평양 시내 곳곳에서 행해지는 공원 건설과 각종 문화시설 건축이 그리 달가워보이지 않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 북한학 박사인 안정식 기자는 SBS에서 한반도 문제를 취재, 보도하고 있으며 북한포커스(www.e-nkfocus.co.kr)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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