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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된 3가지 목표 사이에서 고민하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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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된 3가지 목표 사이에서 고민하는 중국

미래연의 '지구촌, 분석과 전망'〈52〉'북한 미사일 발사' 이후

6월 하순 중국에서 만난 대부분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였다. 그러나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북한은 7월 5일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중국학자들의 반응은 중국이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과 함께 중국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학자들의 예상은 사실 자신들이 희망사항을 이야기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중국의 처지를 어렵게 만들었다. 남한도 입장이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중국은 북한에 대해 가장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에 북한에 채찍을 사용하여 북한의 변화를 촉진하여야 한다는 압력을 더욱 강하게 받게 되었다. 그렇다면 미사일 사태는 중국의 대북정책을 변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인가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의 대북정책, 특히 북핵문제를 처리하는 기본원칙이 무엇인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북핵문제를 처리하는 중국의 기본원칙
  
  중국은 북핵문제와 관련하여 대량살상무기확산의 방지라는 국제규범의 준수, 안정적인 중미관계, 한반도 평화안정과 북한과의 지정학적인 협력 등의 세 가지를 주요 국가이익으로 규정하고 북핵문제에 대처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각각의 목표가 상호충돌적일 뿐만 아니라 이들 중 어느 하나도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확고한 전략적 방침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중국은 대량살상무기확산의 방지라는 국제규범이 강화되어야 하고 이를 준수한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지만 그 구체적인 실현방식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입장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입장이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NPT 조약의 무기한 연장에 합의하고, 각종 대량살상무기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조약에 가입했다. 그리고 스스로도 핵실험을 중단하고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의 비준의사를 밝히는 등 핵군축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등이 가지고 있는 불평등성을 완전히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타국과의 군사력 불균형을 계속 유지하고 발전도상국가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함에 따라 많은 개발도상국가들의 불만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도상국가의 대표를 자처하고 공정한 국제정치경제질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중국으로서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라는 원칙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이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추종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입장은 북한의 경우에도 적용된다. 중국은 북한의 핵개발이 다른 경우, 예를 들면 인도나 파키스탄과 같이 지역패권을 확보하려는 의도에 의한 경우와는 달리 자신에 대한 안보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고 있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또한 중국은 안정적인 중미관계의 유지를 대외관계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따라서 북핵문제로 미국과 갈등하는 처지에 놓이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특히 외교부 라인에서는 이러한 견해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미관계의 협력을 유지하는 틀 내에서 북핵문제의 해결을 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핵문제를 제외하고도 중미관계에는 협력적 측면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적 측면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중미관계에 올인할 수도 없다. 미국은 미사일방어체제의 개발, 중앙아시아에 군사력 전진배치, 미일군사동맹의 강화 등 중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다양한 포석을 전개하고 있다. 북한과 같은 인접국에 대한 영향력 상실은 다른 주변국가들과의 관계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며 중국의 지정학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즉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위해 미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키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그렇다고 미국과의 관계를 위해서 북한을 희생시키는 것도 쉽게 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북한과의 지정학적인 협력도 절대적인 전략적 방침으로 삼기는 어렵다. 북중관계의 성격이 변했다는 지적은 이미 많이 제기됐다. 실제로 북중관계가 과거와 같이 이념적 공감대에 기초한 전략적 협력관계로 돌아가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과의 협력관계를 쉽게 포기할 것이라는 예측도 성급한 것이다. 현재 중국과 북한은 여전히 많은 현실적 이익을 공유하고 있으며 장기적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북한체제의 안정에 대해 중국과 북한의 지도부들이 이익을 같이하고 있다. 또한 동북아에서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이 증가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에도 이익을 같이 하고 있다. 즉 양자의 협력이 가치와 이념의 동질성에 기초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 이익에 기초한 협력관계가 상당 기간 계속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중국이 북한과의 관계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세 가지 요인들 중 어느 하나도 중국의 전략 방침을 결정하지는 못하고 이들 사이에도 적지 않은 모순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는 이들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6자회담이 위의 다양한 요구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균형점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6자회담의 공전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이러한 균형을 흔들고 있다는 점에 중국의 고민이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중국의 반응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중국의 반응은 여러 통로를 통해 표현되고 있다. 개인적인 만남에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북한의 행위에 불만을 보이고 있으며 중국정부도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굳이 감추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입장이 중국의 북핵문제에 대한 기본원칙의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미사일 발사에 대한 중국의 공식적인 반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직후인 7월 5일 오전 중국의 리우젠차오 외교부 대변인은 "이미 발생한 사태에 대해 엄중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각 관련자들이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할 것을 요청"하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거의 동시에 중국이 이에 대한 우려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7월 6일 오전 쟝위 외교부 대변인은 더욱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중국은 책임있는 태도로 안보리의 협의에 참가하고 있다. 중국은 안보리가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하며 동시에 안보리의 대응이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의 평화안정이라는 장기적 목표에 유리하고 외교노력이 효과를 얻는 데 유리한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북한의 미사일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의 필요성을 빠르게 인정하고 나왔다. 이는 북한의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적 여론을 의식한 것일 뿐 아니라 중국의 비판적 태도를 더욱 분명하게 보인 것이다. 다만 이러한 대응은 지역정세의 안정이라는 전제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존의 입장과의 연속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7월 6일 밤 후진타오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북한 미사일 발사 사건과 관련해 부시와 전화통화를 했고 여기서도 "중국은 일관되게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정세를 긴장시키는 어떤 행위에도 반대한다"고 북한 미사일 사태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내비쳤다. 그리고 "현재의 복잡한 정세에서 냉정과 자제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각방이 현재의 사태에 대해 협의와 협상을 유지하기를 원한다. 6자회담의 공동성명을 전면적으로 실현하는 것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한반도의 평화안정을 보장하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각방이 6자회담을 빠른 시일 내에 재개하기 위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를 희망한다"며 중국은 6자회담을 통한 문제해결을 추구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다시 강조했다.
  
  그리고 일본이 북한에 대한 비판결의안을 제출한 이후 중국은 결의안에 제재안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기 시작했다. 7월 8일 왕광야 중국 주유엔대사는 "유엔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필요한 대응을 해야 하나, 반드시 후과를 고려해야 하며 동북아의 긴장된 정세를 더욱 악화시켜서는 안되며" "가장 좋은 방식은 강력한 신호를 주는 의장성명이다"라며 구속력이 있는 결의안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은 7월 9일 11개국의 안보리 국가 외무장관과 전화통화에서 "어떤 행동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 데 유리해야 하며, 안보리의 단결을 보장하는 데 유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비판적 여론과 한반도 및 지역 정세의 안정이라는 목표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다만 흥미로운 것은 제재안에 대한 비판이 일본을 겨냥했다는 점이다. 7월 10일 중국은 의장성명 초안을 배포했고 7월 11일 외교부 대변인 쟝위는 "일본 등이 제시한 결의안 초안은 과도한 반응으로 모순을 격화시키고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라고 제재안이 포함된 일본의 움직임에 비판적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반면 미국에 대해서는 계속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이라는 원칙을 상호확인했다는 점을 더욱 부각시키며 미국과의 공조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7월 12일자 <환구시보(環球時報)>에는 일본이 강경한 제재안을 제출해 동북아정세를 복잡하게 만들고 북중 및 북미관계를 이간시키고 있다고 비판하는 논설이 실리기도 했다. 또한 위의 대변인 발언은 "중국은 6자회담이 지금까지 거둔 성과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안보리의 단결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모든 조치는 정세를 완화시키는 데 유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다시 강조했다.
  
  그러나 7월 12일 중국과 러시아는 의장성명이 아니라 안보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수용해 형식에 대해서는 양보하는 동시에 자신들이 합의안 결의안 초안을 배포했다. 이 초안에서는 미사일 발사에 유감을 표명하고 미사일 발사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을 주목하며, 사전에 민용 항공기와 선박에 경고를 하지 않은 것에 우려를 표명하는 등 북한 미사일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국제사회는 미사일 및 미사일 발전에 사용될 수 있는 자금, 기술, 재료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사실상 낮은 수준의 제재도 포함되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중국이 국제사회의 반응을 일부 수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각방이 자제력을 유지하고 상황을 악화시키는 행동을 피하고 정치와 외교방식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으며 왕광야는 "제재안이 포함된 결의안이 제출될 경우 어쩔 수 없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7월 15일 북한의 미사일 사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나 제재안이 포함되지 않은 안보리 1695호 결의안이 통과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그리고 7월 15일 유엔대사 왕광야는 결의안 통과 이후 공식발언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옹호하는 것이 국제사회와 동북아지역의 각국의 이익에 부합하며 중국이 한반도 문제를 처리하는 기본 출발점"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고 안보리의 단결을 보장한다는 두 가지의 고려에서 출발해 문제를 처리했고, 안보리의 단결에 불리하고 사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엄중한 후과를 초래하고, 6자회담을 포함하는 중요한 외교적 노력에 커다란 장애를 조성할 초안에 반대"한다고 중국의 이 문제에 대한 공식입장을 다시 정리했다. 그리고 7월 27일 리자오싱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에서 개최된 "아세안+3" 회의에서 "6자회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중국의 일련의 반응은 북한 미사일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드러냈으며 이를 비판하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같이 하였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사태인식을 드러냈다. 그러나 여전히 "6자회담"이라는 틀 내에서 외교적 방식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계속 견지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인내심에는 한계가 있는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중국에서 북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확산시켰지만 중국의 정책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대북제재 움직임에는 계속 거리를 둘 것이며 6자회담을 재개시키는 데 외교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북한이 현재 미국의 금융제재가 해제되지 않는 상황에서 6자회담으로 복귀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계속 고수하거나 북한이 핵실험을 포함하는 더욱 강경한 방향으로 움직일 경우 중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있다. 이는 중국의 북한에 대한 인내심에 한계가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과 관련된 문제다.
  
  사실 올해 초부터 중국의 몇몇 학자들이 중국 내에서 6자회담을 둘러싸고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털어놓았는데 이들의 어조에서도 북한의 행위에 대한 불만이 증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는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상황의 돌파를 위해서는 이란의 경우에 적용되고 있고 있는 "5대 1"의 협상모델을 북한에도 적용시켜 북한에 대한 압력을 증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러한 입장은 중국 내에서 여전히 소수이지만 이들이 논쟁이 진행되고 있다고 표현될 정도로 일정한 발언권을 확보하였다는 점이 과거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중국이 분명하게 반대하고 있는 군사적 제재보다는 경제, 정치적 제재를 추진하면서 이에 중국을 끌어들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 핵실험 강행 등으로 나아갈 경우 국제사회에서도 국제규범을 무시하는 북한에 대해 경제, 정치적 제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증가하고 중국도 이를 완전히 외면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국 내부적으로 중미관계와 국제협력에 문제를 발생시키는 북한에 대해 대화만이 아니라 압력을 병행할 것으로 요구하는 주장이 증가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이 중국이 희망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중국은 북한이 더 이상 강경한 행동을 취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단기적 목표가 되고 북한을 다시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는 것을 중기적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중국 단독으로 이러한 상황을 이끌어내는 것이 어려울 것이며 이를 위한 한국과 중국의 더욱 세밀한 공조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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