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대표 상임의장은 31일 북한의 집중호우 피해와 관련, "수해 복구를 지원하는 민간 차원의 운동이라도 벌이고 적십자 실무접촉 방식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의장은 이날 오후 KBS1 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 "남쪽에 내린 비의 반만 내려도 북한은 우리보다 두 배, 세 배 피해가 클 텐데 그대로 놔두면 금년도 농사는 거의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정 의장은 "당장 쌀과 비료를 주자는 게 아니고 수해 복구에 필요한 자재나 장비, 먹을 것을 포함한 물자 등을 주자는 것"이라며 "민화협 의장단 하고 의견 조율을 거쳐 가까운 시일 내에 공식적으로 국민에게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북 여론이 뒤집어져 있는 상태에서 쌀과 비료를 지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지만 어떤 식으로든 남북대화 채널이 복원돼야 한다"면서 "민간이라도 나서 당국관계가 복원될 수 있도록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민간 차원에서의 인도적 지원, 특히 수해 복구 쪽에 초점을 맞춰서 남북관계를 복원시키는 동력이 생기면 자연히 적십자로 옮겨가고 남북 경제협력추진위로 넘어갈 수 있고, 다시 장관급 회담이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정부의 쌀ㆍ비료지원 중단과 관련, "6자회담 미복귀 문제와 인도적 성격을 띠고 있는 쌀과 비료 지원을 연계시킨 것은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협상장 안에서 해야 할 일과 협상장 밖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엄격하게 구분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통일부 장관-대통령-총리 등으로 이어진 대미 강경발언에 대해서도 "할 수는 있는 이야기지만 할 자리가 있고, 그 다음에 방식을 바꿔서 좀 완곡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너무 세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9월 초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한국이) 미국의 대북정책 강경도를 완화시키는 어떤 요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우리가 미국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설득할 수 없는 만큼 북한이 설득할 수 있는 여지나 근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아울러 남한이나 미국의 대북특사 파견문제에 대해서는 "대화도 아니고 완전히 충돌로 가는 것도 아닌 엉거주춤한 상태에서는 특사를 서로 필요로 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시기 상조'라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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