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7월, 8월, 9월 중순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간혹 어느 운동장에서 비슷한 사람을 본 거 같다는 태국인이 나온 적도 있지만
인적사항을 물으면 입을 다물거나 딴전을 피웠다.
"자세히 보니,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요."
태국인은 <기본 두려움>.이라는 게 있다.
일단 뭐든 두려워한다.
혹시 자기나 동료한테 불이익이 올까봐 움츠리는 건데
그래서 수색에 진전이 없었다.
문에 붙여놓은 사진이 세월의 빛에 바래 누래졌을 무렵
태국 통역이 바뀌었다.
나는 새로 온 통역 묵다에게 왜 사진을 붙여놓았는지를 설명하고
신경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찾으면 정말 좋은 일이야. 본인한테도 좋고 퐁삭한테도 좋고."
물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게 웬 일?
사흘도 안 되어 주인공이 나타날 줄이야.
이번에는 마루앙 펠라이니의 머리에다 첼시 유니폼을 입고.
너무나 기뻐서 손을 잡고 물었다.
"어떻게 알고 왔어?"
"페이스북에 제 사진이 났더라고요."
묵다가 페이스북에 올렸던 거다.
이렇게 간단한 걸 왜 몰랐던가?
페이스북 덕분에 축구선수를 찾고
축구선수 덕분에 퐁삭과 연락을 취하고
퐁삭이 보내온 위임장으로 진단서를 떼고
진단서를 특급우편으로 보내고 나서,
사진을 떼었다.
94일만이었다.
▲ 첼시와 나 ⓒ한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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