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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선과 롬니 공통점…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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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선과 롬니 공통점…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성?

[김주언의 '언터처블'] 유튜브와 SNS, 대선판도 흔들다

한국과 미국의 대선과정에서 몰래 녹음한 음성파일(녹취록)과 몰래 촬영한 비디오 파일(동영상)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한겨레>가 입수해 공개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측근인 송영선 전 의원의 노골적 금품요구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는 녹취록. 미국 온라인 매체 <마더 존스(Mother Jones)>가 공개한 부자들과의 비공개 정치기금 모금행사에서 저소득층을 폄하하는 발언을 담은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의 67초짜리 동영상. 비공개 석상에서의 은밀한 대화와 연설이 담긴 녹취록과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두 나라의 대선판도를 흔들고 있다. 그것도 양국 보수정당의 은밀한 속살을 여과 없이 드러내 보이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 친박계 송영선 전 의원은 지난 20일 TV조선 <뉴스와이드 참>에 출연해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업가 ㄱ씨와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송 전 의원은 돈 요구를 시인하며 "나도 돈이 있었으면 몸부림이라도 한번 쳐봤을 것이라는 애석함 속에 나온 말"이라고 해명했다. ⓒTV조선

"12월에 6만 표만 나오면, 내가 박 후보를 대통령 만드는 데 1등 공신이 되니까 내 자리가 확보되는 거죠. … 제일 급한 거는 변호사비 3000만 원. … 여의도 오피스텔 하나는 좀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 월 300만 원정도 주셔야죠."(송영선 전 의원)


"무슨 일이 있어도 오바마에게 투표할 사람이 47%다. 이들은 정부에 의존적이며, 그들이 희생자라고 생각하며, 정부가 그들을 돌봐줘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헬스 케어 및 음식, 주거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며, 이 사람들은 소득세도 내지 않는다."(밋 롬니 후보)

한국의 녹취록은 후보 본인의 말은 아니다. 하지만 유력한 여당 대선후보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후보 진영에 커다란 악재로 작용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박 후보의 '대선자금 모금 의혹'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녹취록 공개 직후 송 전 의원을 전격 제명한 것도 파문을 축소하기 위한 전형적 '꼬리 자르기'인 셈이다. 송 전 의원의 녹취록은 발언내용의 적나라함 때문에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의 동영상은 대선후보의 직접 연설을 담았다. 따라서 파문은 한국의 녹취록과 비교되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다. 롬니 측은 긴급회견을 열어 파문확산을 막으려 했으나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롬니는 발언내용을 부인하지 않았고 "중산층에 초점을 맞춘 선거 전략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을 뿐이다. 롬니가 중산층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잣집 도련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미국인의 절반을 경멸적으로 무시하는 발언"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국의 녹취록은 선거자금과 관련된 추악한 실상을 암시하고 있다. "지역구 관리라는 게 딴 게 아니에요. 대선 때 (박 후보를) 좀 찍어 달라, 그러려면 한 달에 1500만 원~1800만 원이 들어갑니다. … 12월에 6만 표만 나오면, 내가 박 후보를 대통령 만드는 데 1등 공신이 되니까 내 자리가 확보되는 거죠. … 내가 원하는 건 국방부 장관, 안 되면 차관이라도 하고 싶고. 대구시장에 출마한다든지, 다른 자리를 갈 수도 있고. 그 사람(박 후보)이 내가 이뻐서가 아니라, 자기가 국정을 끌어가기 위해서 나한테 자리를 주게 돼 있습니다."

송 전 의원은 더 나아가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의 그림자 측근으로 알려진 ㅎ씨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ㄱ씨로부터 25억 원을 받았다"고 말해 파문을 확산시켰다. 그는 지난 4.11총선 공천 당시 "돈을 받은 실세가 없었다면 공천 뒤에 이야기들이 왜 나오겠느냐"며 돈 공천 의혹을 제기했다. 게다가 대선자금 의혹마저 불거졌다. 송 전 의원이 사업가 ㄱ씨에게 "12월 대선 때 (지역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지지표) 6만 표를 얻으려면 1억 5000만 원이 필요하다"며 노골적으로 대선 자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정치쇄신'을 내건 새누리당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런 사안일 것이다.

현영희 전 의원과 홍사덕 전 의원의 '공천 헌금' 의혹에 이어 터져 나온 송 전 의원의 녹취록 사건은 새누리당 박 후보 캠프를 패닉상태로 몰아갈 수 있는 핵폭탄임이 분명하다. 이들 모두 '친박 세력'이기 때문이다. 홍 전 의원은 "유신은 100억 불 수출 달성을 위한 것"이란 발언으로 박 후보를 측면에서 지원해온 박 후보의 최측근이었다. 송 전 의원도 안보를 내세워 국방전문가를 자처해왔다. 그러나 이들의 본심은 추악한 돈거래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성이 밝혀져 대선 90여 일을 앞두고 박근혜 캠프에 커다란 짐이 되고 있다.

▲ <마더 존스>가 지난 17일(현지시간) 유투브를 통해 공개한 '비공개 정치기금 모금행사' 동영상. 밋 롬니 美 공화당 대선후보가 화면 오른쪽에 보인다. ⓒMother Jones

미국의 몰래카메라 동영상은 아예 시리즈로 터져 나왔다. 대선이 불과 50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터져 나온 동영상은 밋 롬니 후보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평화로운 상태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제거하기를 염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법이라는 것은 없다. 이스라엘이 '두 국가 해법'을 위해 점령지역을 양보하도록 만들려는 것은 정말 최악의 아이디어이다." 롬니는 그동안 공개석상에서는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지지해왔다.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성은 한국이나 미국의 보수세력에게 똑같은 모양이다.

이번 동영상 파문으로 백만장자인 롬니는 저소득층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난 여론 때문에 최대위기를 맞았다. 롬니가 미국 국민의 절반에 대한 냉소와 멸시를 여과 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롬니의 건방지고 어리석은 발언 때문에 "공화당을 지지하는 나이 든 사람들을 포함해 그에게 투표할 수천만 명의 유권자도 경멸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비디오 리크(leak 누설)'로 명명된 설화는 수세에 놓인 롬니와 공화당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이에 견준다면 한국의 녹취록 사건은 '오디오 리크'라고 불러야 하나.

'오디오 리크'나 '비디오 리크' 모두 은밀하게 이뤄진 발언이 자신도 모르게 녹음 또는 녹화돼 만천하에 공개됐다는 데서 충격파가 크다. 당사자들의 속내가 그대로 담겨 있는 파일들이 공개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보수정당의 '겉 다르고 속 다른' 이중성이 가감 없이 전달됐다는 데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발언 당사자가 대선후보 측근에 불과하지만, 미국에서는 대선후보 자신이기 때문에 파문의 강도는 미국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은밀한 발언이 공개된 과정은 양국에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경우 <한겨레>가 입수해 보도했다. <한겨레>는 입수경로나 녹음 당사자, 녹음경로 등에서는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밝히지 않아 알기 어렵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동영상이 입수된 경로와 공개된 과정이 밝혀졌다. 특히 동영상을 공개한 매체가 신문이나 방송 등 주류매체가 아닌 진보성향의 격월간 잡지인 <마더 존스> 인터넷판이라는 점이 관심을 끈다. 이제는 군소매체로 일컬어져 왔던 온라인 매체가 대선판도를 흔들 수 있을 만큼 매체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5월 17일 미국 공화당을 후원하는 비공개 기금모금 만찬이 플로리다주 한 부호의 저택에서 열렸다. 30여 명의 백만장자들이 1인당 5만 달러(약 5600만 원)나 내고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롬니의 발언을 참석자 중 한 사람이 몰래 촬영해 트위터에 올렸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인 제임스 카터는 인터넷에서 공화당 관련 동영상을 찾는 데 몰두해왔다. 유튜브에서 동영상의 일부를 찾아낸 그는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동영상 촬영자와 연락이 닿았다. 카터는 그를 설득해 원본 동영상을 건네받아 <마더 존스> 기자에게 제보한 것이다.

이처럼 미국에서 대선판도를 흔드는 중요한 사건이 공개된 과정을 보면, 유튜브와 SNS 등 새로운 인터넷 매체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유튜브를 활용한 선거운동이 매우 활발하다. '강남 스타일'을 전 세계에 확산시킨 한국의 싸이도 유튜브가 진원지였다. 아직 한국에서는 유튜브가 대선에 잘 활용되지 않고 있지만, 그만큼 잠재력이 크다는 반증일 것이다. SNS 등 인터넷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력은 한국에서도 무시할 수 없다. 각 대선 캠프에서 별도의 SNS 활용팀을 운용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캠프에서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내용은 파괴력이 없다. 시민이 공감하지 않는 일방적 홍보는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이제는 미국의 경우처럼 기자나 홍보전문가가 아닌 시민 개인이 대선판도를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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