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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수의 '오랑캐꽃']<571>

영업부 직원이 물건은 안 팔고
남의 문서정리나 도와주고 있으면서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자각이 없으면 문제다.
자기가 뭐하는 사람인지
정체성을 잃었으니까.

통역도 마찬가지.
자기 나라 노동자가 찾아오지 않아서
남의 나라 노동자 상담일지나 정리해주고 있으면서도
뭔가 잘못되었다는 자각이 없으면 문제다.

일요일에 캄보디아 통역이 있건만
캄보디아인이 거의 안 온다.
통역이 일본 여행으로 한 주 빠졌지만
그것 때문은 아니다.
그날도 캄보디아는 안 왔으니까.

옛날에 *셍호르가 통역할 때는
충청도 전라도에서도 많이 왔는데!

*하도 이상해서
"왜 안 오지?"
하니까
"글쎄요."
한다.

그럴 수도 있지,
우연히 안 올 수도 있지 했는데,
올림픽 축구에서 동메달을 딴 기성용이가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다니까
얘가 더 방방 뜬다.
"공항에 나가봐야지!"

그제서야 깨달았다.
그녀는 캄보디아인이 아니라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이 되어 있었던 거다.

캄보디아인의 아픔은 캄보디아인만이 안다.
한국인은 모른다.

*셍호르 : 출산 때문에 그만둔 캄보디아 통역.

*하도 이상해서 : 캄보디아인은 태국인과 마찬가지로 한국말을 거의 못해서 답답한 일을 많이 당한다. 그런데도 안 오니 이상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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