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과 〈나니아연대기〉를 뛰어넘는 〈브로크백 마운틴〉의 대대적 성공으로 최근 미국에서는 대형 스타들이 출연하는 독립영화들에 대한 관심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독립영화 역시 스타가 없으면 만들기 어렵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브로크백 마운틴〉 외에 최근의 예만 들어도 짐 자무시의 〈브로큰 플라워〉에는 빌 머레이를 비롯해 샤론 스톤, 제시카 랭, 틸다 스윈튼, 줄리 델피 등 미국과 유럽의 유명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편당 2천만 달러를 받는 줄리아 로버츠조차 스티븐 소더버그의 〈풀 프론탈〉, 조지 클루니의 감독 데뷔작 〈컨페션 오브 데인저러스 마인드〉에 출연한 바 있다.
***스타 없는 독립영화는 투자 받기도 힘들어**
로이터 통신은 최근 기사에서 독립영화계의 스타캐스팅 바람의 문제점을 제기하면서, 지난 94년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이 800만 달러의 제작비로 1억 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엄청난 성공을 기록한 이후 독립영화계에 일종의 대박 기대가 높아졌고, 이것이 경쟁적인 스타캐스팅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독립영화가 새로운 인재발굴의 장이었던 데 비해, 지금은 블록버스터에 나오는 스타 배우들의 또다른 무대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대배우 글렌 클로스조차 "상황이 통제불능의 지경에 이른 것 같다"며 "인기스타가 나오지 않는 독립영화는 아예 제작되지도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될까봐 걱정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클로스도 지난 1년 동안 〈나인 라이브스〉 등 3편의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그런가 하면 한 독립영화 감독은 "요즘엔 유명 스타를 캐스팅 하지 못하면 50만 달러의 제작비도 투자 받기가 어렵다"면서 "100만 달러가 넘으면 반드시 스타 한 명은 있어야 한다"고 어려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독립영화계에서 스타 캐스팅은 양면의 칼날**
물론 독립영화제작사측에서는 스타 캐스팅 압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브로큰 플라워〉를 제작했던 포커스 필름 관계자는 "자무시 감독이 이 영화의 프로젝트를 처음 우리에게 가져왔을 때는 스타 배우들이 한 명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빌 머레이를 캐스팅하라고 자무시 감독에게 압력을 넣은 적이 없다. 오히려 우리가 자무시 영화를 만들기로 결정하니까 유명 스타들로부터 관심 있다는 연락이 쏟아졌다"고 주장했다. 소니픽쳐스의 독립영화 제작사인 소니픽쳐스 클래식의 한 관계자는 "우리의 스타는 배우가 아니라 감독들이다"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포커스 필름과 소니 픽쳐스 클래식 같은 탄탄한 독립영화제작사의 경우엔 그나마 제작비를 비교적 수월하게 마련할 수 있는 편이라면, 소규모 독립영화사들은 투자를 받기에 앞서 일단 스타 캐스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현실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독립영화계에 있어 스타 캐스팅은 양면의 칼날이라는 얘기다. 일단 유명 스타 한명만 잡으면 제작비 펀딩이 수월하고 다른 배우들을 섭외하는데도 편하고, 무엇보다 배급에 유리하다. 배급업자들은 무엇보다 관객들에게 잘 알려진 배우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한 배급업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솔직히 유명 스타 없는 독립영화는 배급하기가 조심스럽다. 마음에 드는 독립영화 한편이 있는데, 알만한 이름의 배우는 한명도 나오지 않아서 벌써 일년째 배급계약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스타 캐스팅이 좋은 것은 만은 아니다.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기를 수개월 또는 일년 넘게 기다리다가 결국에는 제작시기를 놓치고 무산되는 영화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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