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서유럽 주요국들의 2005년도 국내 영화흥행 성적표가 3년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왔다. 할리우드의 성적부진은 결국 우리나라 등 해외 시장의 개방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불황의 그늘이 드리운 2005년 미국과 유럽의 영화시장**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 등은 최근 기사에서, 2005년 미국내 영화관객수와 극장매출이 3년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당초 미국 영화계는 연말 극장가에 〈해리포터와 불의 잔〉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 〈킹콩〉 등 화제의 대작들이 쏟아지면서 올 한해 내내 시달렸던 불황의 늪을 탈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40여년만이라는 최악의 흥행부진으로부터 빠져나오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결국 드러났다.
박스오피스 경향 분석전문회사인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의 통계에 따르면, 올 한해 미국 국내 영화관객수는 약 14억명으로 추산된다. 지난 2002년 16억 1천만명을 기록했던 관객수가 2003년 15억 4천만명으로 줄었고, 2004년에는 다시 15억 1천만명선으로 떨어졌는데 올해는 전년대비 약 7.3% 감소해 드디어 14억명 선에 턱걸이하는 수준이 됐다. 이 같은 숫자는 지난 2000년 관객수(14억 3천만명)보다도 적은 규모다.
당연히 박스오피스 매출규모도 줄어들었다. 뉴욕타임스는 올해 매출을 전년보다 5.3% 떨어진 약 89억달러로 추산했다. 그런가하면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2002년과 비교해 올 매출실적인 무려 12.6% 감소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독일과 프랑스도 사정은 미국과 비슷하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독일 영화 매출실적이 전년에 비해 20% 감소했으며,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도 각각 약 10% 이상 줄어들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영국의 경우 〈오만과 편견〉 등 자국영화의 선전에 힘입어 비교적 안정적인 매출실적을 기록했고, 폴란드 러시아 등 과거 공산국가에서는 개방경제와 멀티플렉스극장의 확대 덕분에 전년대비 약 20%가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미국의 영화시장 부진이 해외시장 개방압력으로 이어져**
미국과 유럽 각국 영화계가 올해 이처럼 저조한 흥행성적표를 받아든 원인은 무엇일까.
박스오피스 분석회사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의 폴 더가라비디언 대표는 "관객들의 영화 습성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 증거"라면서 "관객들이 영화보는 방식, 영화의 질에 관해 보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 영화계가 깊게 고민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즉 ▲DVD와 HD텔레비전의 대중화 ▲영화 다운로드의 확산 ▲불편한 극장 시설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의 질에 대한 관객들의 근본적인 불만이 영화시장의 장기 불황을 초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 플러턴 분교 영화과의 낸시 스노 교수는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의 인터뷰에서 "웬만한 영화가 아니면 관객들이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극장에 가는 경우가 점점 더 줄어들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곧 입맛이 까다로워진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선 영화계가 영화를 더 잘 만들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올 한해동안 박스오피스 성적이 부진했던 독일 등 서유럽 국가들 경우, 자국 영화의 관객동원실적이 저조했던 데다가 할리우드산 수입영화들까지 관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 경제불황, DVD의 보급, 해적판의 증가 등도 큰 요인이 됐다.
문제는 미국의 국내영화시장 부진이 해외시장 개방 압력으로 이어진다는 것. 20세기 폭스영화사의 공동부회장인 제임스 지아노플로스는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인구는 약 3억 명이지만 전세계 나머지 인구는 60억명이나 된다. 요즘 할리우드 영화제작사들의 수입은 절반이 해외 마켓에서 들어오는만큼 미국내 흥행성적만으로 미국영화의 불황을 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 이 같은 전망을 뒷받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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