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독립영화제인 선댄스영화제를 설립, 운영해 수많은 인재들을 발굴해온 영화배우 로버트 레드포드(68)가 최근 케네디센터 평생공로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레드포드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평생공로상을 받게된 것은 영광이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며 "독립영화 발전을 위한 일선에서 은퇴하는 일은 꿈도 꾸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소박한 출발, 선댄스영화제**
레드포드에게 2005년과 2006년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는 해이다. 올해는 지난 85년 출범한 선댄스영화제가 20회 생일을 맞은 해였고, 내년에는 선댄스재단 설립 25주년과 독립영화전문케이블채널인 선댄스채널 출범 1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레드포드는 인터뷰에서 영화제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성공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 등 숱한 작품으로 최고의 명성을 누리던 그가 독립영화제 설립과 운영이란 가시밭길을 걷게 된 것은 영화인으로서의 위기의식과 바람 때문이었다.
1980년대 들어 미국영화계가 1970년대의 실험정신과 예술성을 점점 더 잃어버리고 상업화 한 방향으로만 치닫고 있는 것을 바라보면서 뭔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던 것. 그는 유타주 파크시티 인근에 사뒀던 자신의 선댄스 농장에서 독립영화인들만의 잔치를 열어보자는 구상을 하게 됐다. 레드포드는 "새로운 영화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함께 모여 토론하고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85년 첫 영화제때는 관객이 거의 없었다. 마치 서커스 호객꾼처럼 내가 직접 거리에 나가서 행인들을 붙잡고 영화를 보러오라고 호소를 해야했다"고 회상했다.
***"선댄스영화제가 부패하거나 궤도이탈하지 않고 발전해나갈 것을 믿는다"**
그러나 선댄스영화제에서 소개됐던 작품들이 하나둘씩 평론가들의 관심을 끌고 극장흥행에도 성공하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선댄스는 미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잡게 됐다. 1989년 발표됐던 스티븐 소더버그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 1992년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이 선댄스가 발굴한 대표적인 화제작들이다. 이제 파크시티는 매년 1월 영화제가 열리는 기간동안 할리우드는 물론 전세계의 영화감독, 제작자, 배급업자, 그리고 스타배우들로 북적대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선댄스가 지나치게 비대하고 화려해져 당초 설립이념으로부터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레드포드는 "선댄스 영화제가 부패하지 않고 궤도이탈하는 일없이 발전해나갈 것으로 믿는다"며 선댄스채널에 이어 독립영화전문 상영관인 선댄스 극장을 곧 설립해 '선댄스 정신'을 더욱 확대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내년 1월19부터 열흘간 열리는 21회 선댄스영화제에서는 총 64편의 경쟁작을 포함해 118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미국 극영화 경쟁부문, 미국 다큐 경쟁부문, 세계 극영화 경쟁부문, 세계 다큐 경쟁부문 등 4개의 경쟁부문으로 나뉘어져 있다. 미국 극영화 경쟁부문에는 〈체이싱 아미〉의 여배우 조이 로렌 애덤스의 연출 데뷔작이자 애슐리 저드가 출연하는 〈컴 얼리 모닝〉, 매기 질렌홀이 출소 뒤 일상에 적응하는 주인공을 맡은 〈셰리 베이비〉(로리 콜리어), 폴 지아매티 주연의 〈매는 죽어간다〉(줄리언 골드버거) 등 16편이 선정됐다. 우리나라 영화로는 〈피터팬의 공식〉(조창호)과 〈용서받지 못한 자〉(윤종빈)가 세계극영화경쟁부문에 초청됐고, 재일교포 양영희 감독의 〈안녕, 평양〉은 세계 다큐 경쟁부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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