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열린 홍콩에서 반세계화 시위를 벌이던 한국의 농민과 노동자 등 900여 명이 18일 오전 3시께 홍콩 경찰에 의해 연행됐다. 이들 연행자의 대부분은 한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한국인 시위자들은 별다른 저항 없이 모두 순순히 연행에 응했다. 이들은 각 경찰서로 분산 이송돼 조사를 받았으며, 임시 수용소인 빅토리아 교도소에 구금된 뒤 홍콩의 공공질서법에 따라 사법처리될 것이라고 홍콩 경찰당국은 공언하고 있다.
이날 충돌 및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 중 70여 명이 경찰이 휘두른 진압봉 등에 맞아 부상당했으며, 경찰도 10여 명이 상처를 입었다.
한국 농민들을 비롯한 시위대는 WTO 홍콩 각료회의 폐막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4시부터 세계적인 농민단체인 비아 캄페시나 소속 활동가 등과 함께 빅토리아 공원에서 집회를 가진 뒤 1500여 명이 가두행진에 나섰다.
가두행진 대열은 오후 6시께부터 집회가 허용되지 않는 구역으로 곳곳에서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습적인 행동으로 경찰 저지선이 한때 회의장인 컨벤션센터의 수십 미터 앞까지 속수무책으로 밀려고, 시위대는 홍콩 경찰이 바리케이드로 세워놓은 경찰차까지 밀어 넘어뜨리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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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홍콩 경찰은 대기시켜 놓았던 수천 명의 전투경찰을 동원해,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와 최루탄을 쏘며 본격적인 시위 진압에 나섰다.
홍콩에서 이날과 같은 대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고 최루탄까지 등장한 것은 수십 년만에 처음 있는 일로, 시위를 구경하던 홍콩 시민들은 눈앞의 풍경이 믿겨지지 않는 듯 당황해 하면서도 시위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일부 시민들은 홍콩 경찰이 쏜 최루탄 가스로 인해 콜록거리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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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가 격화되자 시위 현장인 완짜이 구역과 완짜이역, 코즈웨이베이역 등 근처 지하철역들이 폐쇄됐고, 인근 지역에서 버스와 택시의 운행도 중단됐다. 일부 홍콩 시민들은 경찰이 시위대 쪽으로 가는 길목을 막자 항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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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브로즈 리(李小光) 홍콩 보안국장은 이날 오후 8시께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홍콩 경찰은 시위대의 불법적 행위를 절대 그냥 봐주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조처를 예고했다.
홍콩 법규는 불법 집회 및 시위 참여자에 대해서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평화질서를 해치는 폭동에 참여하거나 불법 시위 중 자동차, 건물 등을 파손한 경우에는 각각 10년 이하, 14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연행되지 않은 일부 반세계화 시위자들은 비아 캄페시나 결의대회 등을 열며 시위를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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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의 외교통상부는 이날 홍콩에서 시위를 벌이다 연행된 한국인 농민과 노동자들이 이른 시간 안에 석방될 수 있도록 홍콩 당국과의 협의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조한복 홍콩 총영사를 단장으로 하는 대책반이 연행자의 명단을 파악하고 부상상태 점검에 나섰으며, 이날 오전 현재까지는 중상을 입은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외교부 관계자는 연행된 한국인들이 홍콩 현지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는 상태이지만, 홍콩 당국에 외교관계 등을 고려해 최대한 선처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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