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호 논란으로 진통을 겪던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이 8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야는 한나라당이 주장한 '한국'과 '북한' 대신 '남한'과 '북한'으로 쓰자는 여당의 주장을 수용하되 법안 제1조에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추가하는 선에서 논란을 마무리지었다.
남북관계발전법은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간 화해·협력 분위기가 본격화하면서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의해 제안된 법으로 5년간의 노력 끝에 결실을 맺게 됐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 등은 이날 "이제 남북관계는 국가보안법 시대에서 남북관계발전법의 시대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이는 지금까지 안보적 측면의 국가보안법과 교류협력 절차를 정한 남북교류협력법이 남북관계를 규정했지만 이제는 남북관계발전법이 경제 교류·협력에서 남북관계를 포괄적으로 규율하게 됐다는 의미다.
***"남북 관계는 특수관계" 남북기본합의서 내용 적용돼**
통일부가 꼽은 이 법의 첫째 의미는 남북관계를 포괄적으로 규율한 최초의 법률이자 남북간 평화공존을 상징하는 법률이라는 점이다.
이 법에서는 남북관계를 국가 관계가 아니라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이며 남북 거래를 '민족 내부 거래'로 규정했다.
이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전문에 나온 내용이 우리 국내법에 처음 인용된 것으로 통일부는 헌법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남북관계의 현실을 반영했다고 평가했다.
또 북한의 정치적 실체성을 인정하되, 헌법상 국가간의 관계로 볼 수 없고 현실적으로 내국관계로도 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발전적·동태적 개념으로 규정했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통치행위'에서 '법에 입각한 대북정책'으로**
남북회담 대표 및 대북특별사절의 임명, 남북합의서의 체결·비준 등 그간 '통치행위' 차원에서 이뤄져 오던 대북정책 관련 절차를 법적으로 규율해 법에 입각한 대북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과거 남북교류협력법이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에 관한 절차를 규정한 절차법이라면 이 법은 남북간의 기본적 관계와 당국 차원의 대북협상·합의 등에 대해 규율한 법으로서 실체법적 성격이 강하다.
이로써 예산이 수반되는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의 국회동의, 연도별 시행계획의 국회 보고 등을 통해 대북정책에서의 투명성 논란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남남 갈등' '대북 정책 발목잡기' 뛰어넘을까**
또 남북관계 발전의 기본원칙과 이를 위한 정책방향을 규정하고, 5년 단위로 남북관계발전기본계획을 수립토록 함으로써 정부가 중장기적 비전에 따라 대북정책을 추진토록 규율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통일부의 설명이다.
이는 대북정책의 기본방향을 명시적으로 규정함으로써 대북정책이 국내 정치적 상황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법 2조 2항은 "남북관계 발전은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투명과 신뢰의 원칙에 따라 추진돼야 하며 남북관계는 정치적, 파당적 목적을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 '남남갈등'과 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책 발목잡기'를 피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이와 관련 정 장관은 "남북관계를 놓고 내부 분열이 되풀이되지 않고 초당 협력과 남북문제에 대한 내부통합이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이 법에 따르면 정부가 좌파일 수 없고 이념공세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법안에는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정부의 책무도 명시됐는데 ▲한반도 평화증진 ▲남북경제공동체 구현 ▲민족 동질성 회복 ▲인도적 문제 해결 ▲북한에 대한 지원 ▲국제사회에서의 협력 증진 등이 그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