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운영하는 비밀수용소가 있다는 <워싱턴포스트>의 폭로가 나온 직후 수용소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몇몇 나라들의 이름이 거론되면서 유럽연합(EU)이 자체조사를 실시하기로 하는 등 파장이 확대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2일 미국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CIA가 4년 전부터 아프가니스탄, 동유럽 일부 민주 국가 등 8개국에 비밀수용소를 만들어 테러용의자 100여명을 가둬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비밀수용소가 있는 나라들로 2003년 관련 시설을 폐쇄한 태국과 '구소련 지역의 동유럽 국가들'을 지목했다.
***유럽연합, 국제적십자위원회, 유엔 인권위원회 등 다각도 조사**
이같은 보도가 나가자 뉴욕에 본부를 둔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와 폴란드 언론들은 폴란드와 루마니아에 비밀수용소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EU 집행위원회가 실상을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EU 집행위원회의 한 대변인은 영국의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EU 집행위원회가 25개 회원국 정부에 대해 비공식적으로 사실 여부를 물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며 "들은 바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이날 미국이 수용하고 있는 테러용의자들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안토넬라 노타리 ICRC 수석 대변인은 "우리는 소위 '테러와의 전쟁'에 의해 알려지지 않은 곳에 억류된 알 수 없는 수의 사람들의 운명을 걱정한다"며 "우리가 수용소에 가 보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인도주의적 조치"라고 말했다.
유엔 인권위원회도 비밀수용소와 관련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미국에 요청한 후 미국으로부터 온 서류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은 수용소 존재 여부 확인 거부**
지금까지 헝가리, 슬로바키아, 불가리아는 CIA 비밀수용소의 존재를 부인했으며 체코 공화국은 미국으로부터 수용소 건설 요청을 받고 이를 거부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비밀수용소의 존재 여부에 대한 확인을 거부했다.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를 확인도 부인도 않은 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미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고만 말했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비밀수용소라 하더라도 테러용의자에 대한 고문은 대통령령에 의해 금지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나라의 기본정책과 도덕적 가치의 심각하고 급격한 변화"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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