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아이폰을 만들었다.
그러나 필리핀 사람 단테와 애플은 아기를 만들었다.
어찌 신곡이나 아이폰 따위에 비교할까?
꽃보다 아름다운 게 아기 아닌가!
이야기는 2008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의 농장에서 수박, 배추, 마를 기르며 힘들게 일하던 단테가
고국으로 휴가를 갔다.
마닐라의 쇼핑몰에서 눈에 띄는 여자를 발견했는데 그녀가 애플이다.
둘은 눈이 맞아 사랑을 나누었다.
애플이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단테는 이미 한국으로 돌아간 뒤였다.
그녀는 아기를 낳아 친정엄마에게 맡겨놓고
아기 아빠를 찾아갈 방법을 모색했다.
그녀는 머라이어캐리의 노래를 잘 부르는 가수였기에
연예인 비자로 한국에 들어왔다.
전라도 A시의 나이트클럽에서 석 달간 가수생활을 하다가,
단테가 농장을 빠져나와 공장에 자리 잡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리 가서 합쳤다.
꿈같은 세월이 흘렀다.
1년 반 동안 같이 살았으니까.
나를 찾아온 것은 퇴직금을 못 받아서였다.
둘 다 불법체류자라 통장이 없어서 통장을 만들어주고,
그 통장으로 퇴직금을 받아주고 나서 물었다.
"언제 갈 거야?"
"내년 크리스마스요."
"왜 하필 크리스마스?"
애플이 아기 사진을 보여주며 말했다.
"크리스마스니까요."
맞는 말이다.
크리스마스니까.
둘은 또 사라졌다.
그때까지 잘 있다 가기 바란다.
▲ 단테와 애플의 아기 ⓒ한윤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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