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개막된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가 상당한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2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회의에서 미국이 북한과 이란에 대한 핵무기 개발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는 동시에 NPT 위반국들에 대한 제재 강화를 주장할 예정인 데 비해, 핵비보유국들은 미국 등 핵보유국의 핵군축 의무 이행을 강력하게 요구키로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특히 미국 주도의 지구촌 핵관리 시스템에 대한 회원국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미국은 회의 첫 날 북한과 같은 핵 비확산 비이행국이 평화적 목적으로 핵을 이용하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스티븐 레이드메이커 미 국무부 차관보는 NPT 재평가회의개막 연설에서 “NPT를 위반하는 어떤 국가도 핵기술이나 장비에 관해 지원받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북한과 이란 등을 겨냥한 발언이다. 특히 북한이 타깃이다. 한술 더떠 "이들 국가의 경우는 아예 핵의 평화적 이용마저 봉쇄하겠다"는 방침이다.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도 입장을 같이 했다. 아난 총장은 이날 북한을 겨냥해 “한 국가가 탈퇴 의사를 표명한 상황에서 NPT 체제의 신뢰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이번 회의에서 기도하고 있는 또하나의 주요 의제는 바로 핵연료용 우라늄 농축 사업을 기존 핵보유국 이외에 일본, 독일, 네덜란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5개국에만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우선 여타 비핵국으로서도 미국의 이중기준(dual standard)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태클을 걸어 첨예한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세계 6위의 핵이용국인 우리나라 또한 마찬가지입장이다.
특히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 농축·재처리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배려해 사용 후 연료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핵연료 재처리를 일본에만 허용한다는 구상까지 알려져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운 여타 비핵국의 심기를 아주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 도구의 하나이자 미국식 팽창주의의 충견(忠犬)으로, 태평양전쟁 60년만에 제2 대동아공영권(大東亞共營圈) 건설 야욕에 불타는 일본이 귀여워 어쩔 줄 모르는 미국의 속내를 여지없이 드러낸 이같은 무리수는 가뜩이나 차가운 NPT의 분위기를 더욱 냉각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편, 이같은 이중기준은 향후 NPT의 공정성에 엄청난 타격을 입혀 미국이 그토록 압박하고 있는 북한, 이란 등에 대한 징치논리 또한 궁색해질 것으로 보이는 동시에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 NPT비회원국이자 실질 핵보유국의 입지를 더욱 확실히 해주는 면죄부를 부여하는 꼴이 될 것 같다.
아울러 미국의 악수(惡手)가 NPT 자체의 존재 의미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는 2일자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기고 칼럼에서 “미국 지도자들은 이라크, 리비아, 이란, 북한의 핵확산 위협으로부터 세상을 보호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은 NPT조약을 이행하지 않고 탄도탄 요격 미사일 등 신무기 실험 및 개발을 진행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2005년 예산 내역에 사상 처음으로 핵실험계획 시나리오가 포함되어 있다”면서 “미국이 먼저 고농축 우라늄과 플루토늄 생산 및 이전 방지 조약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너나 잘하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전횡이 북한의 NPT탈퇴와 같은 회원들의 일탈을 부추겼고,미국의 이중기준이 이제는 대부분의 비핵회원국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NPT(Non-Proliferation Treaty)=핵무기 확산을 막기 위해 1970년 출범한 국제조약이다. 현재 회원국은 187개국(북한 제외)으로 출범 당시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기존 핵무기 보유 5개국은 핵개발 추진을 허용하는 대신 북한 등 나머지 183개국은 핵을 갖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핵을 가진 나라 중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경우 1985년 12월 NPT에 가입한 후93년 3월과 2003년 1월 두 차례 탈퇴를 공언했다. 지난 2월엔 핵무기 보유까지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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