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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사들, 과감하게 교실 문 열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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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교사들, 과감하게 교실 문 열어야"

[인터뷰] 황선준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장

봄비치고는 많은 비가 하루종일 대지를 적신 지난달 25일, 서울 남산에 위치한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을 찾았다. 비와 바람으로 연구원까지 가는 길이 수월치 않았지만, 남산 중턱에서 '나는 봄이로소이다'를 온몸으로 말하는 절경을 접할 수 있었다.

경쟁 위주의 입시교육과 폭력, 왕따에 무방비로 노출된 우리 아이들이 봄비를 흠뻑 맞은 꽃과 나무처럼 '나는 봄이로소이다'를 자신 있게 외칠 수 있을까. '스웨덴 교육통' 황선준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장에게 답을 물었다.

황선준 원장은 한마디로 한국 학생들이 "불쌍하다"고 했다. 26년간 스웨덴에 머물며, 아이를 키운 아버지의 말이었다. 그가 보기에 한국 교육에서 급한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수업개방'과 '탈권위주의'가 그것. '수업개방'은 우리 교육 전반에 대한 냉철한 평가를 위해, 또 '탈권위주의'는 교권을 바로 세우고 교사-학생 간 수평적 관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 원장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이날 인터뷰는 <프레시안> 박인규 대표가 진행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편집자>

▲ 황선준 서울시교육정보연구원장 ⓒ프레시안(이명선)
황선준 서울시교육정보연구원장은?

황선준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장은 지난해 여름 서울시교육청이 처음 공모한 개방형 전문직위(계약직 장학관)를 통해 선발됐다. 황 원장은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1999년부터 스웨덴 국립교육청에서 교육공무원으로 일했으며, 외국인으로는 드물게 정책평가 및 정부 특수재정을 책임지는 간부를 역임했다.

스웨덴 국립교육청은 유·초·중·고등학생과 성인의 교육을 담당하는 중앙 행정기관이다. 스웨덴 교육부는 정치적인 기구인 반면, 교육청은 정부를 도와 교육의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뿐만 아니라 통계, 평가, 학교발전을 관장하는 기관이다. 스웨덴 헌법에는 국립교육청과 같은 행정기관은 정부에 속하면서도 독립되어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프레시안 : 스웨덴에서 26년간 생활하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장으로 발탁됐다. 스웨덴에서 하던 일과 연관이 있나.

황선준 : 상당히 관계가 있다. 교육 정책을 연구한다든지, 교육·학습을 평가한다든지, 교육과정 지침서를 만드는 일 등은 스웨덴에서도 하던 일이다. 다만, 서울시교육연구정보원에서는 이런 일을 직접 하지 않고 용역을 맡기거나 해서 하지만 스웨덴 국립교육청에서는 직접 한다는 점이 좀 다르다.

"학교폭력, '선무당 사람 잡는' 식 해법은 오히려 문제 키워"

프레시안 : 요즘 한국은 학교폭력이 큰 문제다. 교과부와 경찰청이 얼마 전 '학교폭력 전수조사'를 했다. 전국 단위의 전수조사는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황선준 : 전국의 모든 학교를 학교폭력 문제로 전수 조사한 것은 야심이 큰 프로젝트라 할 것이다. 그런데 목적이 불분명하다. 만약 학교폭력에 대해 통계를 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전수조사가 필요 없다. 통계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교과부가) 전수조사를 한 게 이상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표본만으로 전체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통계학이기 때문이다. 통계학을 무색하게 했다.

하물며, 응답률이 25퍼센트밖에 안 되면 통계 자료로 사용하는 데도 문제가 크다. 왜 그렇게 누락이 큰지, 어떤 부류(학교, 학생)가 응답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꼭 있어야 한다. 그런데 목적이 모든 학교의 폭력 실태를 조사하는 것이었다면 차라리 학교실정을 잘 아는 16개 시, 도교육청이 조사해서 전국적으로 취합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다.

프레시안 : 스웨덴에선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가 어떤가.

황선준 : 스웨덴은 학교폭력이 거의 없다. 왕따도 심각하지 않다. 친구들 사이에 끼워주지 않는다든지, 언어적으로 안 좋은 말을 한다든지 정도의 강도가 약한 학교폭력과 왕따가 있을 뿐이다.

스웨덴에서는 '폭력은 쓰면 안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분명하다. 1979년 가정 내 '체벌 금지법'을 만들었다. 부모들도 아이를 교육한다며 체벌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차별 금지와 동등 대우법'이 있다. 누구도 성, 피부 색깔 (인종), 장애, 나이, 종교, 성 소수자 문제 등으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

또한, '왕따를 당했다, 안 당했다'를 판정하는 것은 왕따 당한 학생이다. 학생이 왕따를 당했다면 학교에서 그 학생이 왕따를 안 당했다고 증명하지 않는 한, 왕따를 당했다고 본다. 왕따를 당한 학생을 학교에서 보호하는 것이다. 성희롱법, 강간법도 마찬가지다. 여자가 강간을 당했다면, 여자가 강간을 당한 것을 증명하는 게 아니라 남자가 강간을 안 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 학교폭력과 왕따도 마찬가지로 법이 아주 단호하게 되어 있다. (스웨덴은 2006년 '차별금지와 동등대우법'을 만들었다.) 학교를 책임지는 지방자치단체는 학생이 왕따를 안 당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왕따를 당한 것이기 때문에 학교가 왕따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이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으면 왕따를 당한 학생이 받은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보상해줘야 한다.

나아가 제도적으로는 학교에 상담전문가(counsellor)가 있다. 문제를 조사하고 문제에 따라 학생들과 대화하고 토론하고 상담한다. 또 거의 모든 학교에 간호사는 대체로 다 있고, 의사와 심리학자는 몇 학교에 공통으로 있다. 그 외 진로·진학 교사도 따로 있다. 청소년들도 활용하고 있다. 학생과 교사 모두 자주 왕따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연수를 받는다. 언제나 왕따나 학교폭력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자세로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다.

만약 학교에서 해결하지 못할 경우나 여러 학교 학생이나 젊은이들이 연계되어 있는 경우에는 경찰과 지방자치단체의 사회국의 가족 상담 전문가들이 있어 이들이 학교 상담전문가와 협력해서 대처한다. 즉 학교폭력과 왕따 문제가 학교 밖에서 일어나면, 학교 상담교사와 사회국 상담사(Social well-fair dept. counsellor), 경찰 등 삼자가 일치돼서 대처한다. 왕따나 학교폭력을 체벌이라든지 더 엄한 벌로 다스리는 것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을 많은 나라들이 보여 줬다. 가해 학생도 피해 학생도 대화와 상담을 통해 치료를 받고 지원을 받아야 한다. 그야말로 아주 장기적으로 보고 대처하지 않으면 안 된다.

프레시안 : 우리는 일선 학교 선생님들이 학교폭력과 왕따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 같다.

황선준 : 우리나라는 학교폭력이 만연되어 있고 조직화 되어 있는데도 학교 기관이 이를 침묵하고, 은폐하고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연구와 실태조사 부족, 또 사회적 인식 부족이 크다. 흔히들 '어릴 때 그럴 수 있다. 클 때 다 그렇다'라고 말하는데, 당해보면 죽음과 같은 심각한 고통을 받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살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문제를 너무 사소화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에 대한 인식 부족이 크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적반하장격이 되는 경우도 본다. 가해자 학생의 부모가 '당할 짓 했으니 당했지', '문제가 있으니 왕따 당했지'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또 학교에 전문가가 제대로 없는 경우를 본다. 선무당 사람 잡는 식의 상담과 해결방식이 오히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진짜 전문성을 갖춘 상담가가 필요하다.

왕따와 폭력에 관한 문제가 아주 복잡하고 모든 경우가 다 다르기 때문에 많은 경험을 가진 전문가가 아니면 문제에 대처하거나 대화나 상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청소년 시기에 일어나는 이러한 문제에 적시에 대처하지 않으면 이런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가면 더 큰 문제가 된다. 학교 시절에 재원을 투자해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비용절감 효과가 훨씬 크고 사회 통합을 이루는 데도 역할을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 사이에서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를 냉철하고 합리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줘야 한다. 학생회, 학급회, 동아리 활동 등을 활성화하여 정신적 사고의 성장뿐 아니라 건전한 생활로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사들, 교실 문 열고 서로의 수업을 들여다 봐야"

프레시안 : 교육 현장을 좀 둘러봤나.

황선준 : 많이 다니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일선 학교에서 부담을 많이 느낀다. 주로 수업을 참관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하는데, 교사들이 수업 개방을 몹시 꺼린다. 그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교육과정에 따라 교과서의 도움으로 수업을 하는데 왜 그렇게 꺼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나에게 교육혁신을 위해 해야 할 일로 꼭 한 가지를 꼽으라면, '완전 수업 개방'을 들고 싶다. 이것이 교육 혁신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교사들이 수업 개방을 꺼리는 이유가 뭘까.

황선준 : 교실 수업을 교사 개인의 사적인 영역이라고 잘못 생각하고 있거나, 수업을 개방하는 것을 간섭받는다고 또는 교권이 침해된다고 여기고 있지 않나 싶다.

'수업 개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학교 내에서 3~4명의 동료로 구성된 과목별 교사 팀제, 학년별 팀제를 만들어서 동료 교사 수업을 보고, 듣고, 학생들 시각에서 교수 학습 방법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 EBS <학교란 무엇인가>라는 프로그램에서 교사들에게 교사 자신의 수업을 촬영해서 보여줬더니, 한 교사는 '내가 이렇게 강의하는구나'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 교사는 그야말로 자신의 강의를 처음으로 본 것이다. 이렇게 동료 교사가 수업을 참관해 학생 시각에서 어떤 식으로 강의하는지를 보면서 개선해 나가야 한다.

만약 동료가 (수업에) 들어오는 것도 부담되면, EBS에서 하듯이 (교실에) 카메라 두 대를 설치해 한 대는 학생을 찍고 다른 한 대는 자신이 강의하는 것을 찍어서 분석해 보면 된다. 그러면 자신의 강의와 학생의 반응을 동시에 볼 수 있다.

프레시안 : 스웨덴과 한국의 교실, 어떤 차이가 있나.

황선준 : 일단 교육 내용, 교과 내용이 상당히 다르다. 한국은 '사실'을 중심으로 가르치는 교육을 한다. 소위 말하는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다. 교재에 나온 것을 이해시키고, 암기시켜서 시험을 보고 평가를 하는 방식이다.

반면, 스웨덴에서는 '문제'를 중심으로 교육한다. 학생들이 문제에 대한 자료를 읽고, 토론하해 교사가 준 과제를 논문 형식으로 작성한다. 이 과제를 수업시간에 발표하고, 서로 비판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프레시안 : 김성재 한성대 교수(전 문화부 장관)에 따르면, 스웨덴에서는 구체적인 교육 내용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교사에게 다섯 가지 정도의 가치 '평화·환경·연대' 등을 주고 나머지 교육은 교사 자율에 맡긴다고 한다.

황선준 : 꼭 그렇지는 않다. 스웨덴 의회가 제정하고 승인한 교육법과 커리큘럼에 교육 목표와 방향이 나와 있다. 커리큘럼에는 '과목의 목표, 주요 내용, 평가 기준' 등이 정해져 있다. 이러한 목표와 틀 속에서 교사들은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를 고민한다. 물론 교재를 구입하든지 자신이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혁명'이라고 하면 영국, 프랑스, 미국 혁명을 외우는 방식이 아니라, '혁명'의 사례들을 가지고 비교·분석하면서 '혁명이 왜 일어났는지,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계층 간 갈등이 왜 생겼는지'를 연구한다. 학생들 나름대로 연구하고, 페이퍼 작성하고, 발표하고, 토론하면서 '혁명이 무엇인가'를 공부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한국 교육의 목적이 사실에 입각한 지식을 많이 알게 하는 것이라면, 스웨덴 교육은 방법론을 터득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식 그 자체가 아니라 지식으로 가는 길을 가르친다. 그랬을 때 학생은 스스로 탐구하는 능력이 생긴다.

그래서 스웨덴 학생들에게 '프랑스 혁명이 언제 일어났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잘못한다. 그런데 '왜 일어났느냐'고 물으면 대답을 잘한다. 공부 자체가 한국과 다르다. 학문을 보는 시각이 다르고, 무엇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도 굉장히 다르다.

"따뜻한 밥 한그릇의 가치"

프레시안 : 무상급식 논쟁, 어떻게 생각하나.

황선준 : 지난해 2월 서울시 교육청에서 특강을 했다. 한 시간 넘게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마지막에 복지 문제를 얘기했다. 그때 "평등한 사회가 사람의 건강은 물론 사회 전반의 건강에도 강한 힘을 발휘합니다. 그런데 점심 한 그릇 가지고 '낙동강 전선'이니 하는 건 좀 지나치다고 생각합니다"고 했다. 한 일간지에 기사가 크게 났다.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이 (무상 급식을 놓고) 사활을 건 싸움을 하지 않았나.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상급식 논쟁을 보면서 스웨덴 사람의 입장에서 '답답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스웨덴은 1947년에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스웨덴은 중립이라서 전쟁에 개입되지는 않았지만, 세계 2차 대전이 끝나고 유럽이 초토화돼 못 살 때였다. 우리나라 지금의 GDP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어려웠을 때이고, 굶는 애들도 많았던 시절이다. 그런데 정치하는 사람들이 "따뜻하고 영양가 있는 점심 한 그릇이라도 모든 학생들에게 주면 학생들의 성장과 학업에 그렇게 큰 지장이 없을 것이다"며 무상급식을 시작했다.

그런 것을 보면, 정치하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그 나라의 미래를 보고, 학생들을 생각하며 정치한다. '어떻게 그런 진취적인 생각이 가능한지' 신기하기만 하다. 우리는 지금 이렇게 잘 살고 있으면서 의무교육에서 점심 한 그릇 주는 문제로 좌우가 대립해 싸우는 것을 보면 참 소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의무교육에서 스웨덴에서는 모든 급식이 무상이다. 고등학교도 거의 다 무상급식이다.

프레시안 : 학교와 교수 간 근현대사를 보는 시각 차이로, 동아대학교는 올 1학기에 한국 근현대사 과목을 개설하지 않았다. 이처럼 한국은 임의대로 해방 이후의 자유 세력을 삭제하는 등 특정 내용에 대해서 보수와 진보 간 대립이 많은데, 스웨덴은 어떤가. 역사적인 내용에 대한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이 없나.

황선준 :스웨덴은 한국처럼 역사관을 둘러싼 대립이 그렇게 첨예하지 않다. 스웨덴의 역사적 배경이 한국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이 국정 교과서를 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교과서 선택을) 자유화하면, 진보진영은 진보 측의 역사를 가르칠 것이고, 보수진영은 보수 측의 역사를 가르칠 것이다. 그러면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될 가능성이 높다. 스웨덴은 역사적으로 침해당하고, 식민지를 겪은 경험이 없다. 역사 교사가 교재를 자율적으로 정해도 큰 문제가 없는 이유이다.

스웨덴에서도 종교적인 문제, 난민, 이민자와의 갈등 문제 등에 대해서는 국립 교육청에서 지침서를 마련하는 경우가 있다.

"PISA 1~2등 하면 뭣 하나"

프레시안 : 한국의 교육개혁은 '부모들이 힘드니, 사교육을 없애자'는 논리다. 또 교육의 내용보다는 자기 아이들을 경쟁력 있게 키우는 데 관심이 더 많다. 한국에서 이야기되고 있는 교육개혁의 방향이 맞는다고 보는지.

황선준 : 정부가 가고자 하는 교육의 방향이나 추구하고자 하는 교육의 목표가 뚜렷하지 않다.

국제학업성취평가(PISA)에서 한국은 핀란드가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학생들의 자신감은 OECD 국가들 중 꼴찌다. 교육효율성(투자한 시간에 대비한 교육결과)은 거의 꼴찌 수준인 반면, 학생들의 스트레스 정도는 제일 높고, 학교폭력과 청소년 자살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또 민주주의에 대한 학생들의 이론적 지식은 뛰어나지만, 민주주의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측면에서 한국 학생들이 보이는 모습도 꼴찌에 가깝다. 즉, 협력하고 더불어 살고 배려하는 것을 배우지 않고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교육 때문에 학부모들의 경제적 고충이 말이 아니고, 학생들은 학생들 나름대로 너무나 힘든 학교시절을 보내고 있다. 이렇게 문제가 심각하고, 많은 청소년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도 지금 정부는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보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 경쟁 위주의 교육, 특히 초·중·고등학교의 교육을 파행적으로 만드는 대학입시가 문제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토론 과정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교육을) 정상적 방향으로 이끌고 나가려고 하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아니면, 한국 교육에 아예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국 학생들은 주입식, 암기식 교육에 고통을 겪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비판적 시각에서 세상을 보고 책을 읽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논술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한국 교육은 많이 뒤떨어져 있다. 이런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 하면 더 큰 문제다.

또 학교 정규수업 이외에 보충수업과 사교육까지 하면서 학생들은 창의력을 저해하는 공부를 하고 있다. 우리 학생들이 불쌍하다. 강남에서도 자살한 학생이 있듯 문제점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학교의 지식 위주 공부에 적응 못하는 학생들에게 탈출구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학생들의 취미, 적성, 재능에 맞는 양질의 예체능, 실습, 기술 (목공 등) 교육으로의 탈출구를 마련해 줘야 한다. 어느 한 학생이 광화문에서 시위를 하며 학교 폭력이 이런 지식 위주의 경쟁교육의 한 산물이라고 했는데 일리가 있다. 예체능, 실습, 기술 등으로의 탈출구가 없는 주입식, 암기식 교육과 이에 적응 못하는 학생들이 폭력이라든가, 왕따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결국, 한국 교육이 엄청난 문제를 갖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문제를 완전히 공론화 하고 지혜를 모아 사회적 합의를 구하면서 국가가 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거나 이끌어나가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역할을 소위 진보 교육감들이 하며 교육 개혁을 이끌어 가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진보 교육감이 하는 정책과 교과부가 하는 정책이 마찰이 일어나서 국력이 소모되고 있다.

"교권은 세우되, 권위주의는 벗어나야"

프레시안 : 교육개혁의 중요한 콘셉트라면?

황선준 : '교육 민주화'와 '개방'을 꼽을 수 있는데, '개방'에는 앞서 말한 '수업 개방'이 대표적이다.

아직까지도 교장과 교사 간의 권위주의적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교장과 교사와의 관계,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가 수직적이다. 쌍방 간 소통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소통이 행해지고 있다. 밑에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학교 내 기획자에게 전달되기 어려운 구조다.

왜 한국에서는 이런 지배구조, 수직적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이를 시정하거나 개혁할 수 있는 단어가 '민주화'인데, 민주화라는 단어가 오히려 이념논쟁을 부를 수 있어 '탈(脫)권위주의'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권위주의적 관계에서 탈권위주의적 관계, 수직적 관계에서 수평적 관계, 일방적 지시에서 소통하는 문화, 그리고 학교와 수업도 개방하고, 학교 내의 구성원들 사이의 의사결정 과정 (교무회의) 등을 민주적으로 바꾸면, 빨리 개혁할 수 있다.

프레시안 : 수업 개방을 비롯한 수업 평가가 잘 안 되는 데에는 문화적 요인도 크다고 본다. 교사 입장에서는 '이 학생들은 내가 통제한다'는 생각이 있어 외부인을 받아들이기 꺼리는 것 같다. 이 경우, 일부 교사들은 '교권'이라는 이름으로 수업개방을 안 한다. 물론, '교권'이 교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교권' 개념이 필요하지 않을까.

황선준 : '권위주의'와 '권위(權威)'를 구분해야 한다. 권위주의는 부정적 단어지만, 권위는 부정적 단어가 아니다. '교권(敎權)'은 분명히 세워야 한다. 그런데 '교권'의 '권'자를 '권위'로 봐야 한다. '교사가 권위주의적이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래서 학교 자체가 '탈(脫)권위주의'로 가야 한다.

교사가 권위를 세우려면 먼저, 자기가 가르치는 분야에 전문 지식이 있어야 한다. 초등학교의 모든 과목을 가르치더라도 전문적인 지식이 있어 교과 내용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교사의 리더십이다. 학생에게 관심을 보이고 기대하고, 학생을 사랑하고, 학생들을 잘 돌보면서 학생에게 영감을 주고,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할 수 있는 교사가 리더십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리더십이 굉장히 중요한데,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 같다.

요즘 학생들이 못돼서 교사들에게 반항한다고 하는데, 학교 폭력과 관련한 신문에서 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어떤 학생이 교사 앞에서 쓰레기를 던지면, 한국 교사는 "야, 임마. 쓰레기 주워"라고 말한다. 학생은 "내가 안 그랬어요"라고 반항하고, 교사는 "내가 던지는 것 봤는데, 지금 무슨 말 하는 거냐"라고 화를 낸다. 그렇게 해서 교사와 학생 간 싸움이 일어났다.

이에 대해 어떤 신문은 체벌금지로 교권이 무너져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리더십이 있는 교사라면, 학생 이름을 부르며 "철수야 너 중요한 것 흘린 것 같은데"라고 말한다. 교사의 이런 말에 학생은 "쓰레기인데…"라며 오히려 당황해 할 것이다. 그러면 교사는 이어 "아, 그래. 쓰레기구나. 그럼 내가 버릴게"라며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학생을 복종시키는 것이 교사의 권위를 지키는 것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 간 힘겨루기보다는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어른과 아이가 같은 수준에서 행동해서는 안 된다. 이런 것을 '리더십'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학생들의 행동과 사회생활뿐 아니라, 학교생활에 영감을 주면서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공부하고 싶도록 유도하고, 전문지식을 갖고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가 되면, 모든 학생들에게 존경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 중에서 하나라도 미흡하면, 전문지식만 있고 소통을 못 한다든가 소통을 잘하는데 아이들을 잘 못 가르치면 오늘날의 학생들이 인정을 안 해준다.

이 두 가지 조건들이 충족되면, 교권을 따로 말할 필요 없이 모든 학생들이 교사를 존중한다. 그런 차원에서 교권을 얘기해야 한다. 권위주의적 차원에서 교권을 얘기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고 학생들이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어른인 교사가 계속 권위주의를 고집하면 학생들과 마찰이 일어난다.

"위로부터의 개혁은 한계, 교사들의 자발적 혁신이 핵심"

프레시안 : 혁신학교가 마치 교육 개혁의 한 방도인 것처럼 관심이 많다. 혁신학교에 기대를 거는 교사들도 많은 것 같다. 혁신학교 운동이 교육의 본질적인 변화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가.

황선준 : 도움이 된다.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왜 혁신학교를 지정해서 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것이다.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가 돼야 한다. 서울 시내 1300여 개 학교 중 현재 59개가 혁신학교로 지정됐는데, 이렇게 느린 속도로 변하는 게 안타깝다. 교육청에서의 고민도 어떻게 하면 혁신 학교의 긍정적 효과를 다른 학교로 빨리 전파하는가이다.

또한, 혁신학교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지원이 끊어지면 혁신이 멈출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지정해서 재정적 또는 다른 형태로 지원하는 이런 혁신학교와 달리 모든 학교에서 두어 가지 아주 중요한 고리를 혁신하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즉 종적으로 학교를 잘라 일부 학교를 지정해 교육을 혁신시키는 것이 아니라, 횡적으로 잘라 모든 학교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혁신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앞에서 말한 수업개방을 통한 수업혁신이나 학교 구성원 간의 관계 개선을 통한 교육민주화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개혁들은 그야말로 돈을 들이지 않고 우리들의 의식구조를 변화시키며 개혁할 수 있다.

한국에서의 교육 혁신은 대체로 위에서 자극을 주어서 하고 있다. 왜 교사들 사이에서 (혁신이) 자발적으로 일어나지 않는지 의문이다. 모든 변화가 큰 힘을 가지려면 자발적으로 일어나야 한다. 밖에서, 위에서, 시켜서 하는 것보다 자발적으로 할 때 변화에 큰 속도가 붙는다.

▲ 혁신학교로 대변되는 교육혁신 바람에 대해 황선준 원장은 "교사와 학교 차원에서부터 일어났으면, 혁신이 훨씬 더 쉽게, 빨리 진행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안(이명선)

"교장은 서비스하는 사람"

프레시안 : 스웨덴은 교육청과 학교, 학교에서는 교장과 교사, 교사와 학생 관계는 어떤가.

황선준 : 스웨덴에서 가장 힘든 사람이 교장이다. 그래서 교장을 하겠다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학교가 문제가 있으니 혁신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주로 교장을 한다. 교장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 엄청 많다. 학교 예산 문제, 교사들에 대한 교육적 책임과 봉급책정뿐 아니라, 학생들의 성적, 학교에서의 학생들의 사회생활 등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 학생들과 문제가 생겨서 학부모들이 건의나 항의를 하기 위해 학교를 방문하면 교장이 책임져야 한다. 그런데 교장 보수가 일반 교사들보다 그렇게 많지 않다. 스웨덴 교장들은 아마 이렇게 힘든 일을 내가 왜 하려고 하는가 생각할 것이다. 교장이 그렇게 인기 있는 직업이 아니다.

프레시안 : 그렇다면 스웨덴 교장 선출 방법은?

황선준 : 각 지방자체단체에서 공개모집을 한다. 일정의 교육 관련 경력이 있는 사람이 응시할 수 있다. 한국의 개방형 교장 공모제와 비슷하다.

교장은 교사들을 위해 서비스하는 사람으로 보일 때가 많다. 교장은 교사들을 지원해 주고 교육적 멘토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교장과 교사의 관계가 수직적, 지시 관계라기보다는 수평적 관계다. 학교 내 문제가 무엇인가를 교사들과 토론하고, 의견을 수렴해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는 직위가 교장이다. 내가 근무한 국립 교육청과 학교는 직접적 관계에 있지 않다. 290개의 지방자치단체 정치인들과 관료들이 교장들과 더불어 자신들의 학교를 책임지고 경영한다고 보면 된다.

프레시안 : 한국이 수직적·위계적이라면, 스웨덴은 수평적·자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황선준 : 그렇다. 스웨덴은 수평적·자율적 교육을 하고 있다. '신뢰와 자율'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 같다.

"명문고?…꼭 그런 학교를 보내야만 하나"

프레시안 : 한국은 사학, 사립학교가 많다.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사립학교법 개정을 하려다 실패했다. 실제 우리나라는 '개방형 이사제'도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사학이 많은데, 스웨덴은 어떤가.

황선준 : 스웨덴에는 한국과 같은 사학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프랑스 학교나 영국 학교처럼 부모들이 학비를 내는 외국인 학교가 있다. 그 외 외교관이나 외국 기업인 자녀들이 다니는 3개의 기숙학교가 있고 이 학교들이 일종의 사립학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립학교에 대한 문제점이 계속 불거져 나오는데, 사립학교 지원을 어떻게 해줄 것인가가 문제다. 정부가 세금으로 사립학교를 지원해주면, 감사와 평가를 공립학교와 똑같이 받아야 한다. 사립학교가 공립학교의 지원에 98% 정도를 받고 있는데 통제도 그렇게 많이 받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립학교의 공공성이 아주 미비하다. 교장이 몇 십억 원을 집안에 숨겨놓고 있었다는 뉴스도 있던데, 상상하기 힘들다. 세금으로 그런 부정을 하는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프레시안 : 한국에서는 특수목적고와 자율형사립고가 문제 되고 있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따로 만들어 가르친다는, 일종의 학교 간 우열반이기도 하다. 학교 간 서열화를 나아서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있어 진보 쪽에서는 반대하고, 보수 쪽에서는 찬성하는 입장이다. 스웨덴에도 몇 년 전에 과학고 같은 특목고가 생겨 왼쪽 진영에서는 이를 반대했다고 하던데.

황선준 : 스웨덴은 우파가 정권을 잡았던 1991년부터 '학교 선택제(school choice)'를 만들었다. 80년대 강한 우파 바람-신자유주의 바람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1994년 가을 좌파인 사회민주당이 정권을 잡았으나, '학교 선택제'를 폐지하지 못했다. '학교 선택제'가 도입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을 지는 공립학교와는 달리 개인, 기업, 재단 등 학교 경영의 행위자들이 학교를 설립해서 국가 세금으로 운영하는 '자율학교'가 만들어졌다. 부모가 학비를 내고 다니는 사립학교와는 다르다.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은 공립학교와 똑같은데 단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자율학교, 인디펜던트 스쿨(Independent School)'이라고 부른다.

1994년 좌파가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학교 선택제'에 대해 크게 두 가지 고민을 했다. 하나는 자율학교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것인데, 자율학교를 소유하고 경영하는 것이 하나의 경제 행위인데 선택제를 폐지하면 이를 몰수하거나 공립화해야 하는 심각한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다른 문제는 '학교 선택제'에 대한 학부모들의 시각과 자세다. 대부분의 학부모가 '학교 선택제'에 찬성했다. '학교 선택제'를 직접 활용하지는 않아도, 만약 자기 아이가 학교에 적응을 못 하거나 학교가 마음에 안 들 경우 옮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찬성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학교 선택제'가 유지되고 있다.

그리고 2006년 우파가 다시 정권을 잡으면서 '수월성 교육'이라는 것을 실시했다. 스웨덴 전국을 몇 개의 지역으로 나눠 엘리트 학교를 만든 것이다. 수학, 자연과학, 사회과학을 특성화 한 학교인데, 정원 미달 사태가 나오는 학교가 있었다.

이유는 '학교 선택제' 이후, 스톡홀름의 공립학교인 쿵스홀롬 고등학교, 자율학교인 빅토르뤼드베리 고등학교처럼 입학 성적이 계속 1위인 학교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수월성 교육'을 하려고 만든 특성화 학교보다 이런 학교에 대한 평가가 높아 부분적으로 특성화가 무색해진 것이다. 그리고 "꼭 그런 학교(엘리트 학교)를 보내야 하나"라는 스웨덴 사람들의 평등사상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만점을 받고도 일류 특성화 학교나 일류 학교에 가기보다는 집에서 가장 가까이 있는 고등학교에 가는 경우도 많다.(☞ 관련 기사 : "스웨덴에 특목고가 생긴다?")

황선준 원장은 2시간에 걸친 긴 인터뷰를 마치면서 마지막으로 '밥상머리 소통'을 이야기했다. 황 원장은 "강연을 가서 학부모에게 물어보면, 학생들과 같이 저녁밥을 먹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밥을 먹으면서 아이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학생들은 학원에 가는 이유로 집에서 잔소리 듣기 싫어서라고 말을 할 정도로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이 단절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학부모들에게 "그냥 들어라. 아무 얘기 하지 말고 들어라. 분위기를 만들어서 아이들이 이야기하도록 유도하고 어른들은 애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잔소리하지 말고 그냥 들어라"라고 충고했다.

스웨덴 교육과 핀란드 교육, 닮은 점과 다른 점

프레시안 : 유럽 교육을 얘기할 때 핀란드 교육을 많이 거론한다. 스웨덴은 90년대 초 우파 정권이 집권하면서 '학교 선택제'가 만들어져 약간의 서열화가 이뤄진 반면, 핀란드는 학교 서열화가 거의 없다고 한다. 또 핀란드에서는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은데, 스웨덴은 어떤가. 그리고 핀란드 교육에 대해서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황선준 : 스웬덴 교사 지위가 핀란드 교사 지위보다 낮다. 교사 지위를 말할 때 각 나라 급여를 비교할 수 있는데, 스웨덴은 교직에 입문했을 때와 퇴직했을 때의 차이가 그렇게 크지 않다. 반면 핀란드는 경력이 많을수록 급여가 스웨덴보다 훨씬 많다. 퇴직 무렵의 봉급은 한국이 핀란드보다도 더 많다. 그래서 고등학교의 경우 한국의 교사들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월급을 받는 것으로 안다.

핀란드 교육이 꼭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과 비교할 때, 핀란드 교육은 상대적으로 주입식 교육에 더 가깝다. 권위주의 역시 핀란드 교육에는 남아 있지만 스웨덴 교육에는 없다. 핀란드에서는 교사가 하는 이야기를 학생들이 잘 듣고 따른다. 그러나 스웨덴 교육은 1960년대 이후 급속도로 자유화된 결과, 교사와 학생 관계가 수평적이다. 따라서 스웨덴에서 교사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한마디로 아이들이 말을 잘 안 듣는다. 교사가 "이렇게 하자"고 하면, 학생들은 "왜요?"라는 말부터 한다. 하지만 스웨덴 학생들은 공부를 할 때는 강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공부가 하고 싶어서 하는 공부를 한다. 스웨덴에서 가장 좋은 교사는 학생들이 공부하고 싶어서 공부하도록 유도해 내는 교사다.

이런 점에서 스웨덴 교육이 핀란드보다 나은 면이 있다고 본다. 핀란드 교육이 성취도가 높은 배경에는 역사학적, 지정학적 배경도 있다고 본다. 핀란드는 한국처럼 '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교육이 아주 중요하다'라는 절박감이 강하게 존재한다. 핀란드가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와 스웨덴이라는 강대국 사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핀란드의 미래는 교육에 있다'는 압박감이 통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입식·암기식 교육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스웨덴은 그런 방식이 안 통한다.

핀란드는 고등학교 성적의 상위 10퍼센트의 학생들이 사범대를 간다.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고 교직이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리고 핀란드는 석사까지 공부해야 교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스웨덴은 고등학생들이 사범대를 지망할 때 제2지망 또는 3지망을 통해 교사가 되는 경우가 상당히 있다. 소명감이 낮은 학생들이 교사가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스웨덴과 교사의 지위와 질에 있어 핀란드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나는 핀란드 교육보다 스웨덴 교육을 높이 평가한다. 학생들이 자유롭고 스스로 생각하고, 비판적 시각으로 책과 세상을 보며 창의력을 제고한다. 그러나 스웨덴 교육에도 문제가 없지는 않다. 탄탄한 기초 공부가 잘 안 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또 학생들이 외워서 하는 공부에 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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