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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수를 대폭 늘리는 길

[남재희 칼럼] 야당들 후보 단일화 난항에 멀리 생각하는 것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국회의원 후보 단일화 협상이 전혀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지금으로 보아선 전국적 차원에선 단일화 협상이 가망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백낙청 교수, 함세웅 신부 등 개혁진보 지식인들이 단일화를 촉구하는 호소를 하고 있다.

후보 단일화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여야 양자구도로 결판을 짓는 것을 보고 싶어서이다. 그러나 그 일이 생각처럼 용이하지 않으니,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이다.

우선, 왜 단일화냐는 질문을 새삼 제기하고 싶다. 엉뚱한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단일화에는 그만한 절실하고도 불가피한 명분이 있어야 한다.

간단히 말하여, 현재의 정권이 절대적으로 부정되어야 할 정권이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를 잇는 새누리당이 역시 절대적으로 집권해서는 안 될 정당이냐는 것이다. 그럴 때는 단일화는 지상의 과제가 된다. 얼핏 그럴 듯하다. MB 정권은 부자정권으로만 느껴지고, 남북문제에 거의 전혀 창조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어 많은 국민들이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고 있다.

그러면 새누리당은? 새누리당도 신통치는 않은 정당 같다. 새로 정책을 마련하고 맞춤형 복지·경제민주화 운운하지만, 그것은 겉치레 화장처럼만 보인다.

개인적으로 나는 민주통합당에 손을 들어주고 싶다. (아니, 통합진보당이 원내교섭단체만은 꼭 이루었으면 한다. 이것은 아주 오래 전부터 천명해온 나의 신념이다.) 그러나 이것저것 모두 따져보면, 그 정당도 별로 신통치가 않다. 집권하면, 그렇게 잘할 것 같지가 않다. 온갖 잡탕이 다 모였고, 좋은 사람도 많이 있지만, 부패분자와 경거망동자들도 혼재하여 있다. 새누리당과 50보 백보로 비슷비슷하지 않은가.

만약에 두 정당이 방향성에서 약간의 우열은 있겠지만 상대적 가치를 가진 것이라면, 그리고 서로가 타도의 대상이 아닌 경쟁의 대상이라면, 후보단일화를 호소하는 지식인들의 선언은 호응을 받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와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 ⓒ뉴시스

우리의 정치사에서 후보단일화는 가끔 제기는 되었으나 쉽지는 않았다. 이승만 자유당 권위주의 정권에 대항하여 민주당의 신익희 후보와 진보당의 조봉암 후보가 단일화하여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은 대단히 높았으나 협상에 실패하였다. (밀약이 있었다는 다른 주장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신익희 씨의 급서로 결과적으로 반쯤의 단일화는 되었었다.) 민정당의 노태우 후보에 대항하여 민주세력인 김영삼·김대중 두 사람의 단일화를 열망하였으나, 허사였다. 여러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단일화 이야기는 있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그런대로 열의가 느껴진 때는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성공한 적도 없었다.

지금 민주통합당은 인기가 높아졌다는 것만 믿고 단일화에 별로 내키지 않는 것 같지만, 일단 단일화의 여러 방식을 상상해 본다.

① 제3자 기구를 만드는 일 = 때가 이미 지났고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② 양당 대표가 전국을 놓고 협상 = 거의 불가능
③ 양당이 시도별로 아래 단계에서 협상 = 밑으로부터의 압력으로 통합진보당이 강세인 몇 곳에서는 가능할 듯도 하다.
④ 양당이 몇몇 시도만 놓고 협상 = ③과 비슷하다.
⑤ 일단 등록 마감 후 여론을 감안해서 몇몇 곳만 단일화 = 있을 수 있는 일이다.
⑥ 양당이 협상을 하다가 합의가 안 되면 강자인 민주통합당이, 통합진보당이 마지못해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몇몇 지역구를 단일화 선언(즉, 민주당 무공천). 그때 통합진보당 쪽도 암묵리에 그 이상의 선거구에서 무공천하는 방식 = 가장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치에서는 '직접 말이나 행동에 의하지 않고, 배짱이나 경험으로 일을 처리하는 일'을 하라게이(腹芸)라고 한다.

어떤 경우가 되든 협상대표들은 성패에 관계없이 당내에서 매도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지역구 문제는 후보들에게 사생결단이라고 표현할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단일화 협상은 민주·진보 등 야당만이 아니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차원이 낮기는 하지만 자유선진당 및 국민생각당과의 문제가 있기는 하다. 거듭 지적하지만 지금 단일화의 문제는 절대적 명제가 아닌 상대적 차원의 정략의 문제이다.

최근 국회에서 지역 선거구 사정으로 의석을 299석에서 300석으로 1석을 늘려 야단이 났다. 중앙선관위가 헌법위반 문제는 눈감아 주겠다는 식으로 나온 것으로 보도가 되어 긁어 부스럼처럼 되었다.

참고로, 한 거대신문은 "국민 누가 국회의원 숫자 늘리라 했나"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렇게 썼다.

"… 늘어난 의석이 1석뿐이라고 변명할지 모르지만 국회의원 숫자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저항선을 무너뜨린 충격은 결코 작지 않다. … 인구 3억1000만 명의 미국 하원 선거구는 1929년 이후 435곳으로 고정됐다. 인구 70만 명에 하원의원 1명꼴이다."

그리고 국민생각당에서는 헌법재판소에 위헌이라고 엉뚱한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새삼 헌법을 들추어보니 국회의원 수를 200명 이상으로 하한선만 정하고 있고 상한선은 없다. 국민생각당 측도 관습헌법론을 들고 나왔다. 서울이 수도라는 관습헌법론을 헌재가 세종시 천도 반대의 근거로 뜬금없이 내세웠으니 그 관습헌법론을 아주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단일화의 부진이나 난망에 실망하는 사람들에게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하는 뜻도 있고 하여, 음미해볼 테마를 한 가지 제공하려 한다.

국회 의석수 문제와 관련하여 연세대의 박명림 교수는 한국 국회의원의 숫자는 적어도 너무 적다는, 얼핏 듣기에는 엉뚱한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10월 '대화문화 아카데미 세미나'에서 그는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중요한 발표를 했다.

정치와 사회의 시장에의 종속을 걱정하고, 시장·기업에의 민주적 통제를 강조한 그는 의회 정원의 대폭 증대, 비례대표의 대폭 강화, 양원제의 도입을 주장하며 다음과 같이 역설했다.

"대표의 규모·비중·역할의 증대 없이 의회·정당의 능력과 역할 증대는 불가능하다. 선출직의 증대 없이는 특히 비선출직(검찰, 관료, 경찰, 군대, 청와대) 및 이미 거대 권력화한 언론과 기업, 종교, 학교를 견제하고 균형을 잡는 것도 불가능하다."

"비인간적·반민주적 현실로 치닫는 시장의 독주, 경제와 사회의 상층집중화와 과두화의 극복은 정치를 폄하하고 정치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시도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

"확대된 시민대표-의회는 재벌과 언론, 그 어떤 과두 권력으로부터도 독립된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노동을 포함한 진보세력의 진출 역시 훨씬 더 용이해진다."

그가 조사해 본 바로는, 한국을 제외한 OECD 국가의 의원 1인당 평균 인구는 약 9만7980명이라 한다. 그렇다면 한국은 OECD 평균에 비추어 의원 적정 숫자가 최소한 510명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제헌국회 때는 의석수가 200명으로 인구 10만 명당 1인꼴이었다. 그 비율대로면 지금은 인구가 5000만 명 선이니 제헌국회 기준으로도 500명은 되어야 맞다.


박 교수의 의도는 의원 정수를 늘리면서 정당명부제의 비례대표를 대폭 증원하자는 것이다.


지금 형편으로는 비례대표를 늘리기가 매우 어렵다. 지역구의 경우 지방에서는 2개, 3개, 심지어는 4개 군(담양, 함평, 영광, 장성)이 한 선거구가 되는 경우가 있다. 인구의 도시 집중으로 농촌 지방이 과소화 되어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지역의 역사성이나 애향정신 등을 생각할 때 농촌의 지역구를 더 줄이기가 난감한 형편이다. 그래서 그 돌파구로 의석수를 늘리고, 아울러 비례대표 수를 대폭 증원하자는 이야기인 것이다.

의원 수를 늘리자면, 국민들은 우선 국민부담의 증가를 걱정할 것이다. 박 교수가 강조하는 감시나 통제 기능보다는 우선 낭비라는 생각이 바로 가슴에 와 닿는다.

시·도 의회와 군·구 의회의 경우도 부담의 증가와 부패의 문제가 나왔었다. 그러나 지방자치-민주화에 진일보했으며 지금은 어느 정도 감시와 통제 기능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나놓고 보니, 시·도를 먼저 시행하고 군·구는 상당한 시차를 두고 했었더라면 싶기도 하다. 그리고 지방의회 의원들의 탈선이나 과욕은 앞으로도 제동을 걸어야 할 것으로 본다.

박 교수의 주장을 듣고 처음에는 그냥 넘어갔으나 오랫동안 음미한 끝에, 기존의 통념을 버리고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연구 깊은 학자의 탁견이라 여겨 이제 서슴없이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다.

아주 쉬운 예를 생각해보자. 해방 후 상당기간은 변호사가 아주 귀했는데 근래에는 대단히 많아졌다. 변호사가 많아져서 국민의 권리가 신장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물론 검찰이나 법원의 타락이 눈에 띄나, 그래도 변호사가 많아진 게 민주 사회가 된 하나의 증좌가 아닌가 한다. 비슷한 이치로 국회의원들이 많아져도 그들은 먹는 밥값 이상은 충분히 하리라고 본다. 막말로, 매수하려 해도 돈이 많이 들어 어려울 게 아닌가. 또 그래도 튕겨 나올 의원들이 있을 것 아닌가. 왕년의 김두한 씨처럼.

국민들의 뇌리에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국회의원 300석 이하라는 관념, 그 화석화된 통념을 깨려면 오랜 시일과 설득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 아마 정치적 일대격변을 겪으면서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야당 측의 국회의원 후보단일화 협상이 부진하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걱정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하여 관련되는 또 다른 차원의 검토 과제를 제기해 보았다. 유럽 많은 나라에서 후보단일화 문제가 중요시되지 않는 것은 아마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자리 잡고 있어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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