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어려운 호주 원주민들의 삶이 존 하워드 총리의 보수정책으로 인해 더욱 열악한 상황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18일 최근 자유-국민 연정으로 4년째 집권하고 있는 하워드 정권의 원주민 홀대정책으로 청소년들이 가장 타격을 입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뉴욕타임스가 전하는 호주원주민들의 열악한 삶.
일리샤 피터스(Elleasha Petersㆍ17)와 놀린 샤플리(Noleen Sharpleyㆍ여ㆍ15)는 집안끼리도 절친할 정도로 가까운 십대 청소년들이다. 한 켠에 백인 거주지역이 있고 다른 한 켠에 호주 원주민이 거주하는 곳에 살고 있지만, 학교는 그만둔 지 오래다.
다른 12명의 결손가정 출신 아이중 하나인 일리샤는 지역 우승을 거머쥐고 한때 프로 코치 약속을 받기까지 했을 정도로 타고난 달리기 선수다. 놀린은 선생님이 제대로 돌봐주지 않아 학교생활을 하기 어려워지기까지는 학교를 좋아했다. 하지만 둘 모두 읽기와 쓰기 학습 지진아로 찍혀 지금은 모두 자퇴한 상태다.
이처럼 자퇴한 원주민 청소년들은 집에서 홈스쿨링으로 공부하거나 아니면 ‘될대로 되라’의 삶을 살고 있다. 일리샤와 놀린은 지금 음주 파티를 기획중이다. 18세를 넘은 오랜 친구를 앞세워 술을 사서 마시고 술이 떨어지면 질펀하게 싸우기도 하고. 최근에 놀린은 좀 과하게 파티를 하다가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기도 했다.
이들의 상황은 많은 호주 원주민의 열악한 상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보수정권인 하워드 총리 내각은 백인유권자들로부터 별다른 불평이 없는 원주민 문제를 옆으로 제껴 놓았다.
“원주민은 백인의 어젠다에서 사실상 빗껴나 있다”고 전문가들은 공공연하게 말한다. 이번 주 호주 정부는 지난 1980년대 원주민 자치 결정체의 의미로 인가한 애보리지널과 토레스 해협의 선출직 지방의회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지방의회가 부패했다고는 하지만, 전국지인 오스트레일리안조차 “이같은 결정은 원주민 정책을 30년 전으로 되돌리는 것”이라고 평가했을 정도다.
호주인들이 원주민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해 다음과 같은 우스개가 있다.
“호주인들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캐시 프리먼 같은 성공한 원주민에게는 찬사를 보내면서 국민적 영웅으로 대우해 준다. 하지만 매력적이지 못하거나 성공적이지 못한 원주민에게선 고개를 돌려버린다.”
올해 시드니에서 경찰의 추적에 쫓기다 결국은 생을 마감했던 17세 소년 토마스 히키(Thomas J. Hickey)의 죽음은 원주민과 호주인사이의 엄청난 간극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토마스가 죽은 후 시드니의 명물 오페라 하우스로부터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그의 죽음에 대한 비통함을 분출하려는 분노한 원주민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지난 70~80년대 호주 정부는 원주민에 대한 우대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하지만 하워드 정권은 그러한 정책들은 모두 폐기했다. 호주 통계국에 따르면, 영국 정착민들이 들이닥치기 시작한 1788년 1백만명에 달했던 호주 원주민은 새로운 이주자들의 무자비한 억압으로 인해 1백여년뒤인 1901년에는 9만3천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최근의 인구조사에서 호주인구 2천여만명중 원주민은 고작 42만7천여명으로 집계됐다.
정부 통계와 사적인 연구그룹들의 보고서는 위기에 처한 호주 원주민(청소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2000년 교육ㆍ고용ㆍ연수 및 청소년 문제 관련 정부협의회의 태스크 포스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원주민 학생의 20%만이 읽기 평가기준을 통과했으며 쓰기 평가기준을 통과한 비율은 30%가 채 못되었다고 한다. 형사재판관 그룹들은 호주의 특정 지역에서 원주민의 재소자 비율이 백인의 25배나 되는 곳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수출용으로 캥거루고기를 분해하는 작업이 주업종인 시드니 서쪽 교외 도시 월겟(Walgett)의 작업장에 그려진 그림 한 장은 호주 전국적으로 만연된 원주민 문제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뉴 사우스 웨일즈 여성 법률상담소 보고서에 따르면, 최악의 문제는 가정 폭력으로 여성들은 오랫동안 심각한 부상으로 고생한다고 한다. 한편 원주민 여성들의 알콜남용 문제가 직장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사례도 잦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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