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현재, 대한민국 시민사회 위력은 그야말로 최고조다. 대중은 더 이상 시민사회 운동가를 낯설어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그렇다면 우리 시민사회 운동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한국보다 앞서 시민사회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던 일본과 비교해 보자.
한국의 시민사회 운동은 80년대 이후 30여 년 동안 크나큰 발전을 하며 수많은 단체가 출현했다. 하지만 무한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했던 한국의 민중운동과 시민운동도 여러 지점에서 발전의 '병목지점'에 도달해 있으며, '전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면, 일본의 시민사회 운동은 우리에게 '실패의 역사'라고 알려져 있다. 전후 시기 민주화 열풍과 함께 활발하게 일어난 일본 시민사회 운동은 1980년대 경제 호황기를 맞으며 미국 자동차 시장을 석권했다. 그러나 미국 자동차 노조원들은 공장 입구에 'Hungry? Eat Japanese Car(배고파? 일본산 자동차를 먹어)'라는 구호를 써놓고 도요타나 닛산 자동차를 망치로 부쉈다.
결국 일본은 미국의 반일감정을 잠재우기 위해 1985년 '플라자 합의'라고 하는 '워싱턴 콘센서스'에 동의했다. 이후 일본 경제는 엔고 현상으로 인한 버블 붕괴를 겪으며, 경제 침체기에 접어들게 된다. 일본인들은 이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실패에서도 배울 점이 있으며, 실패의 역사라는 피상적 인식 이면에서 전개되어 온 건강한 운동들은 정체기로 진입해가는 한국 시민사회 운동 진영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한편,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이후 일본은 다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시민사회 운동이 자리해 있다.
이같은 취지로 한국의 사회운동을 전공하는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와 일본 사회운동을 전공하는 케이센대학교의 이영채 교수가 총 9회에 걸쳐 "수정 일본사회 탐방"이라는 제목으로 지난해 6개월 동안 일본 시민사회 운동가 여덟 명을 인터뷰했다.
시민운동 출신의 대표 진보파 호사카 노부토 구청장을 시작으로 이제는 세계적 조직이 된 <피스보트>의 카와사키 아키라 대표, 일본 노동 운동의 대표 격인 토리이 잇페이 전 통일노동조합 서기장, 일본 국제 협력 NGO 센터 오하시 마사아키 이사장, 도쿄 생활클럽 협동조합 요시다 유미코 이사장, 전후보상운동의 대표 역사학자 우쯔미 아이코 교수, 일본 시민 외교 센터 우에무라 히데키 교수, 그리고 일본 신좌파 운동의 대부 무토 이치요우가 그들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3.11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일본 사회의 시민·노동 운동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전후(戰後) 일본의 좌파운동이 핵 문제와 원전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반대운동을 하지 못했다"고 후회했다. 이들은 또 "일본 공산당의 폐쇄성이 좌파 운동의 분열을 갖고 왔다"고 반성하며, "역사 청산이야말로 글로벌 시대 일본을 성찰하는 거울"이라고 말했다.
대안으로는 시민 주도형의 '생활 협동조합'을 꼽았다. 또 한국 원전 문제에 대한 재검토 권유도 잊지 않았다. 일본처럼 민족주의에 빠지지 말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오직 정권 장악이 목표인 정당을 경계하며, 파견직만 양산하는 구조조정을 가감 없이 비판하라고 충고 했다. 그리고 이들은 무엇보다도 '연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영채 교수가 "전후 일본의 사회운동의 역사와 현황"이라는 주제로 자신의 연구와 함께 인터뷰 결과를 16개의 강좌로 묶었다. 2월 6일부터 2주간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강의는 democracy@skhu.ac.kr로 사전 신청만 하면 누구나 들을 수 있다.
※ 장소 : 성공회대 새천년기념관 7417 강의실
연락처 :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02-2610-4723
※ 강의는 성공회대 일반대학원 사회학과, NGO 대학원 공동개설과목 (3학점, 총 48시간)이며, 민주주의연구소가 주관한다.
이영채 교수(李 泳 采 ; 일본 케이센대학교 교수) 일본 케센여자대학교(惠泉女學院大學校) 국제사회학과 교수, 케이오대 및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이며 일본 PARC(아시아태평 자료조사센터) 연구원 및 현장잡지와 <노동정보]>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또 야스쿠니 반대 동아시아 촛불행동 일본실행위 사무국장을 지냈다. 현재 그는 <참세상>에 일본사회운동에 대한 글을 <참세상>에 연재하고 있으며, 일본의 노동현장 잡지 <노동정보>에 한국의 사회운동 글을 연재하는 등 한일시민/민중연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성공회대 조희연 교수와는 <프레시안>에 일본 사회운동 연속 인터뷰를 연재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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