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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언론은 부시행정부 소속인가"

<미디어비평> 핵심질문 묻지 않고 정부 주장만 전달

'미국 언론은 부시 행정부 소속인가? 왜 필요한 질문은 하지 않고 행정부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비판적 검증을 하지 못하는가?"

부시 행정부의 전쟁 나팔수로 전락한 미국 언론에 대해 미국의 한 원로 언론인이 뼈아픈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뉴욕타임스에서 25년간(1966-1991년) 칼럼니스트로 활약했던 탐 위커(Tom Wicker)라는 이 언론인은 최근 미국의 한 언론전문지에 기고한 글을 통해 요즘 미국 언론은 필요한 질문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으며 행정부 관리들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읊조리기만 하고 있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예컨대 테러와의 전쟁을 한다면서 왜 9.11테러 주범인 알 카에다는 제쳐둔 채 이라크를 공격하려 하는지, 이른바 이라크와 알 카에다의 연계는 입증됐는지, 나아가 부시 행정부가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핵시설에 대한 국지 정밀 폭격이 제2의 한국전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인지 등 반드시 필요한 질문들을 미국 언론은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커는 특히 '외부 침략을 핑계로 제멋대로 이웃나라를 침략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링컨의 헌법해석을 인용하면서 '대통령은 과연 제멋대로 전쟁을 벌일 권한을 갖고 있는가?'라는, 미국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핵심적인 질문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은 미국의 신문ㆍ출판인들이 주로 읽는 언론전문지 '에디터 & 퍼블리셔(Editor & Publisher)'에 실린 탐 위커의 칼럼 '언론은 이라크에 관해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않고 있다(Press Isn't Asking Right Questions About Iraq)'의 주요 내용이다.

***언론은 이라크에 관해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않고 있다(Press Isn't Asking Right Questions About Iraq)**

부시 행정부의 대변인들은 이라크와의 전쟁을 위해 여러 구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미국 언론들은 이같은 구실들이 마치 복음이라도 되는 것처럼 국민들에게 전달했다. 부시 행정부의 주장들이 논란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분명하기 때문인가? 아니면 (언론이) 제대로 된 질문들을 자주, 그리고 충분히 큰 소리로 제기하지 않은 때문인가?

이같은 질문들 가운데 하나는 다음과 같다. 이슬람 국가 하나를 공격해서 알 카에다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는가? 아니라면, 어떻게 이라크 전쟁이 소위 알-카에다에 대한 테러와의 전쟁에 도움이 되나? 미국에게 더 중요한 관심사는 무엇인가?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와 알-카에다는 실질적으로 관계가 있으며 워싱턴은 이를 증명할 증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증거들은, 정보제공자와 정보획득 방법이 노출돼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비밀정보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최소한 두가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첫번재, 도대체 어떤 민주국가가가 전쟁을 벌여야 할 구체적 이유들이 충분히 제시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지도자에게 전쟁 돌입의 권한을 주는가? 두번째, '감시견'이 돼야 할 언론은 부시 대통령과 파월 국무장관이 주장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라크와 알-카에다가 연계돼 있다고 단순히 전달하기만 하면 되는가, 그보다는 그같은 주장들이 사실은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 심지어 유엔에서조차 - 지적해야 하는 것 아닌가?

미국 언론은 터키 내 미군기지 허용여부를 둘러싼 터키 의회의 논쟁을 집중 보도했다. 그러나 그 보도 태도는 마치 한 편이 이기면 다른 한 편은 질 수밖에 없는 운동경기를 중계하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해서) 미국이 터키 의회의 투표결과를 미국에 유리한 쪽으로 돌릴 수 있을까? 첫번째 시도에서 실패한 뒤 두번째 시도에서는 미국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또 다른 적절한 질문들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 미국은 그토록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며 터키내 미군기지 사용권을 획득하려 하는 것일까? 사실은 터키 정부가 '엉클 샘(미국)'을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는 것은 아닐까? 만일 그렇다면 누가 더 비판받아야 할까, 팔겠다는 쪽인가 아니면 사겠다는 쪽인가? 이외에도 미국의 전쟁 목적이 중동 지역에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려는 것이라면 터키 의회의 이번 표결이야말로 그 좋은 예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골칫거리인 북한 원자로를 없애기 위해 최근 한반도 인근지역에 미 폭격기들을 배치한 경우를 살펴보자. 이는,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이라크의 핵야망만큼이나 위협적이며 시기적으로는 더 급박한 북한 핵위기에 대해 부시 행정부가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만일 미국이 특정지점에 대한 정밀폭격을 시도할 경우 북한군이 벌떼처럼 남한을 공격해 들어와 아마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이라크 전쟁보다 더 큰 전쟁을 유발시키지는 않을까?

언론의 불충실한 검증보도로 인해 현 상황에 대한 정보를 거의 갖고 있지 않은 일반인들은 아마도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와 전쟁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미 상원의 지지와 유엔 안보리 일부의 지지만으로 부시 대통령은 과연 전쟁을 선포할 수 있는 것인가, 이 문제야말로 가장 중요한 의문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미 언론이 제기하지 않고 있는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위대한 전쟁 대통령(a great war president)이자 미국 헌법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분석가 중 한 사람인 에이브래험 링컨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1백50여년전 링컨은 자신의 전 법률파트너였던 윌리엄 H. 헌든(Herndon)의 다음과 같은 의견에 대해 분명하게 반대의 뜻을 밝혔다. 링컨에 따르면 헌든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침략자를 물리치기 위해 필요한 경우라면 경계선을 넘어 다른 나라의 영토를 침범한다 해도 헌법위반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그러한 필요성이 있는가 없는가는 오직 대통령만이 결정할 수 있다."

헌든의 논리를, 이는 사실 이라크 전쟁을 추진 중인 부시의 핵심논리이기도 한데, 반박함에 있어 링컨의 선견지명보다 탁월한 논리를 찾아보기는 어렵다. 링컨은 다음과 같이 응답했다.

"대통령이 침략자를 물리치기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언제나 대통령에게 이웃 국가를 침공할 권한을 허용한다면(현재 상황이라면 대량살상무기의 사용), 다시 말해 대통령이 '침략 저지를 위해 이웃 나라를 공격해야겠는데...'라고 말할 때마다 그렇게 하도록 허용한다면, 그것은 대통령이 자기 마음대로 전쟁을 벌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된다. 그럴 경우 대통령의 (전쟁선포) 권한에 어떤 한계선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인지를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대통령이 영국의 미국 침공을 막기 위해 캐나다를 침공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그를 막을 것인가? 당신은 대통령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는 영국이 우리를 침공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통령은 당신에게 "입 닥치고 있어라. 당신이 아니라고 해도 내가 보기엔 그래"라고 말할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은 정말로 '제 마음대로' 전쟁을 할 권한을 갖고 있는가?"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하든 말든, 이것은 지금 뿐 아니라 미래에도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 진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것인지에 상관하지 않고 필요한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어떤 때는 행정부팀의 한 부분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요즘의 미국 언론 중에서 이 질문을 제기하는 언론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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