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을 위한 명분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과 영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2차 결의안이 프랑스와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의사로 부결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안보리의 지지없는 이라크 전쟁은 적법성에 문제가 있으며 유엔헌장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미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아난 사무총장은 10일 이번 주로 예정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유엔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안보리의 단합을 호소하며 "유엔은 전쟁이라는 수단을 사용하기에 앞서 무장해제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모든 평화적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아난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유엔 안보리 이사국들은 지금 매우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운명에 직면했다"며 "만일 그들이 합의에 실패하고 유엔 안보리의 결의 없이 전쟁이 시작될 경우 그같은 행위를 옹호하는 타당성과 지원은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다른 한편으로는 비록 늦은 시점이지만 지금이라도 이 문제가 이전의 결의안(1차 유엔결의안)대로 합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면 유엔 안보리의 권위는 강화되고 세계는 더 안전한 곳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난 사무총장은 또 "미국과 다른 나라들이 안보리를 거치지 않고 군사행동을 한다면 그것은 유엔 헌장을 준수하지 않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라크가 유엔 결의안을 심각하게 위반했으므로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부시 행정부의 논리에 대해 아난 사무총장이 유엔 안보리 결의없는 군사공격은 유엔헌장 위반이라며 역공한 것이다.
그는 "유엔은 전쟁의 참화로부터 후손들을 보호하고 영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며 "이라크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앞으로 북한과 아이보리코스트, 콩고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같은 날 미국과 영국은 사담 후세인이 전쟁을 원치 않을 경우 오는 17일까지 무장해제해야 할 구체적인 리스트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정부 관리들은 이 시한은 다소 연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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