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9일 제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각 신문의 대선후보 공약 검증 기획보도가 한창이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세계일보는 거의 공약검증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다른 신문들의 공약검증 방법도 모두 제각각이라 독자들이 신문을 통해 각 후보의 공약 타당성 여부를 진단하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 정책연구실은 14일 '공약검증 기획기사에 대한 신문의 보도태도 분석'이란 보고서를 통해 10개 중앙일간지를 대상으로 지난 10월 7일부터 11월 14일까지의 공약검증 기획기사를 분석했다. 민실위 보고서에서 철저한 정책검증보도로 가장 호평을 받은 신문은 경실련과 함께 정책검증을 실시한 문화일보로 무엇보다 각 후보의 공약 비교와 판단을 위한 기준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실위는 반대로 가장 문제있는 검증보도를 한 신문으로 국민일보를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배제함으로써, 최소한의 선거보도 원칙인 양적 공정성마저 위반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민실위는 총평에서 시민단체와의 공동기획을 통해 유권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검증보도는 진일보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면서 그러나 인상평이 많고 단순비교가 보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계점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언론노조 민실위 보고서 전문.
***공약검증 기획기사에 대한 신문의 보도태도 분석**
***서론**
우리 국어사전은 공약(公約)을 '사회 공중에 대한 약속'이라고 정의하고 검증(檢證)은 '검사하여 증명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즉 유권자에 대한 약속을 검사해서 증명하는 것이 공약검증이다. 이때 검사할 대상은 적어도 다음의 내용이어야 한다.
첫째, 공약과 기존 정책과의 관계이다. 특정 공약이 기존의 정책과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기존에 정책이 없었다면 새롭게 등장한 배경을 밝히는 것이다.
둘째, 공약의 타당성이다. 다른 여러 가지 필요한 정책 중 현재 제기되고 있는 공약에 대해서 유권자들이 얼마나 절실하게 생각하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과연 대통령 선거의 공약으로서 타당한지를 점검해야 한다. 경험에 비추어 보면 구청장 후보의 공약인지, 시도지사 후보의 공약인지, 대통령 후보의 공약인지 분간이 안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오로지 선심쓰기와 생색내기를 위해서 모든 것을 망라하는 백화점식 공약집을 후보들이 발간한다면 이는 반드시 언론에서 비판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셋째, 공약의 실현가능성이다. 가장 기초인 판단기준이 기존의 정치활동과정, 구체적인 실현 방안, 그리고 얼마나 의지가 있는가의 문제다. 특히 의지의 부분은 기존의 정치활동과정과 구체적인 대안마련의 여부에 따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재원마련 방도 등도 중요한 판단기준이다.
넷째, 사례제시 및 대안제시 유무이다. 이상의 기준을 갖고 공약검증을 하되, 관점에 따라 공약의 타당성이나 실현가능성은 다를 수 있다. 이에 대해서 다음 두 가지가 필요하다.
먼저, 전문가집단의 찬반 양론을 담아야 한다. 전문가들도 관점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전혀 달리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이해당사자들의 입장을 담아야 한다. 정책이 시행되면서 유리하거나 불리한 입장에 처해지는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을 담아야 한다.
최소한 이상의 기준과 기본적인 내용을 담아야 제대로 된 공약검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기준과 내용을 통해서 유권자들은 공약의 의미와 후보간의 차이를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고, 이를 통해서 정책을 투표의 판단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언론들은 현재 어떻게 공약검증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분석대상은 조선 중앙 동아 한국 한겨레 경향 대한매일 문화 세계 국민일보 등 10개로 '공약검증'과 관련된 기획기사에 한정했고, 분석기간은 10월 7일부터 11월 14일까지이다. 하지만 동아와 세계는 관련보도가 전혀 없었다.
***본론**
<표 중앙일간지의 정책기획기사 분석>
***1. 일반유권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시도로서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문화일보의 시민단체와 공동기획**
그 동안 우리 언론에서 철저하게 배제되었던 일반유권자들의 목소리가 이번 대선 공약검증 기획보도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한겨레 경향 문화 등이 이런 시도를 하고 있는 신문들이다. 한겨레는 'YMCA', 경향은 '참여연대', 문화는 '경실련'과 함께 공약검증 기획보도를 진행 중에 있는데, 이는 이후 정책선거로 갈 수 있는 또 하나의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2. 문화일보의 공약검증 보도가 가장 모범적이었다.**
경실련과 공동기획한 문화가 '정책검증'이라는 기본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보도를 했다.
예를 들어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서 브라질, 호주, 독일, 영국 등 외국 사례를 제시하고, 각각 상황과 조건에 따라 '행정수도를 이전한 경우'와 '정부 및 공기관을 분산한 경우'를 제시한 것은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된 논쟁에서 소중한 판단근거를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또 '주택정책 내용 및 문제점'과 관련해서 '역대 아파트값 공약 사례'를 보도하면서 그 동안 실패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점도 상당히 의미 있는 시도였다.
하지만 문화가 가장 잘 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점은 각 후보의 공약을 비교하거나 판단하는 데 있어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즉, 경실련과 문화일보 공동의 입장을 제시함으로써 후보들의 공약의 문제점을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고성장-저물가 동시 달성 실현성 의문' "경제이론상 불가능한 장미빛 공약"
-고도성장보다는 균형성장이 중요〓공약검증팀은 6-7% 성장의 현실적 허구성뿐만 아니라 지나친 성장위주 정책의 위험성도 경계했다. 검증팀은 "양극화의 현실 속에서 고도 성장전략은 불가피하게 불균형성장전략을 채택할 수밖에 없어 경제의 안정기반과 질을 훼손시키고 양극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장의 혜택보다 성장의 후유증이 더욱 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안정적 균형성장전략이 현실적으로 중요하다는 게 경실련이 제시한 대안이다.
권영준 경희대 국제경영학부 교수는 "당선된 후보가 공약을 지키려다 보면 많은 무리수들을 두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이는 경제에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각 후보 공약 총평〓후보들이 공약실현을 위한 구체적 수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지적됐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후보가 6% 성장의 핵심수단으로 제시한 과학기술개발과 교육개혁에 대해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요한 수단이긴 하나 효과가 수년 내에 당장 나타나기를 기대할 수 없는 중ㆍ장기적 과제"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기존의 잠재성장률 5.2%에 동북아 특수, 노사화합, 일자리창출 등의 추가잠재력을 보태 7%를 제시한 데 대해 함시창 상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이들 요인은 사실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으며 특히 동북아 특수는 외국들의 반응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기대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통령후보가 6% 성장을 위해 제시한 안정적인 거시경제정책과 지속적 구조조정에 대해 나성린 한양대 경제학부교수는 "기업활동의 자율보장을 강조하면서도 구조조정 등 규제를 말하는 것은 상충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거시지표 운영상의 문제점〓세 후보 모두 2-3%대의 낮은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목표치, 소폭의 국제수지 흑자를 목표로 삼은 데 대해 검증팀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성장률을 6-7%로 잡는 이상 물가상승률은 최소 3-4% 이상 잡아야 현실성이 있으며 2-3% 실업률이라는 완전고용에 가까울수록 인플레 요인은 증가하기 때문에 '세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문화일보, 2002년 10월 21일자)
그리고 단순비교보다는 정책검증 차원의 보도가 많았던 것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한겨레와 대한매일은 정책의 단순비교와 정책검증을 비슷하게 다루었다.
특이한 점은 중앙의 정책검증이다. 정책검증의 핵심이 실현가능성 등에 대한 보도라고 한다면, 중앙은 정책검증으로 보기 어려운 여론조사를 통한 특정 정책의 '지지율조사'를 했다는 점이다. 또 조선일보의 경우, 정책검증도 정책비교도 아닌 '공약소개'만 했다.
***3. 국민일보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를 배제함으로써, 최소한의 선거보도 원칙인 양적 공정성마저 위반하고 있다.**
대부분의 신문들은 이회창ㆍ노무현ㆍ정몽준ㆍ권영길 후보의 정책기사를 비교ㆍ검증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은 권후보를 이, 노, 정 후보와 동일선상에 두고 지지도 비교를 하지 않고 사안에 따라 부분적으로 지지도를 비교하거나, 간단히 소개하는 수준에 그쳤다. 그리고 문화는 권 후보의 정책에 대해서 비교나 검증 없이 소개만 하고 있다.
문제는 국민일보다. 국민은 의도성이 엿보일 정도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의 공약을 배제하고 있다. 이는 선거보도에 있어 최소한의 원칙인 '양적 공정성'에 대한 위반이다.
***총평**
전체적으로 이전과 비교해서 상당히 새로운 시도들이 많아졌다. 특히 시민단체와 공동 기획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의견이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이후 선거보도에서 중요한 시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론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 공약의 허구성들을 밝혀내는 점도 의미 있는 보도태도였다.
하지만 '인상평'이 많고, '단순비교'가 보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계점도 여전하다. 그리고 전문가 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의존해서 검증하는 보도태도도 지적해야 할 점이다. 특정 공약을 두고 전문가들도 견해 차이를 보일 수 있는데, 전문가 한 사람의 입장만 제시함으로써 공신력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보도가 많았다.
그리고 이해당사자들이나, 정반대의 의견을 갖고 있는 집단의 목소리를 제시함으로써 각 후보들이 어떤 집단을 준거집단으로 삼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는데 이런 시도들이 없었던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마지막으로 지난 선거에서 실제 8.1%의 득표율을 올리며 현실 정치에서 검증된 정당의 후보를 여전히 배제하거나 따로 취급하고 있다는 점은 시급히 개선되어야 한다.
2002. 11. 14.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정책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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