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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가 시인하는 법을 배우다"

독일 SZ, "유럽이 북한핵 해결의 중재자로 나서야"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묘안은 없을까. 국제 전문가들은 남북과 북미간 갈등이 고조될 경우 북한의 고립이 심화돼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핵위험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독일 일간지 쥐드도이체차이퉁(SZ)은 28일(현지시간) '독재자가 시인하는 법을 배우다'라는 기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일본인 납치와 핵개발계획 시인은 "북한을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시키고자 결단한 것임에 더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유럽이 북한핵문제 해결의 중재자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된다.

신문은 "북한의 대외관계 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냉대하는 유일한 나라가 미국"이라며 "미국은 즉각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야 하며, 추가 제재를 논의하기 전에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하며 북한을 계속해 고립시키는 정책은 북한이 가하는 핵위협을 오히려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그러나 현재는 미국이 이러한 노선을 선택할 전망이 낮은 상황이므로 유럽연합(EU)이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며 "EU는 한국 일본과의 협의를 거쳐 만약 북한이 무조건적인 핵사찰을 허용할 경우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핵문제 해결에 EU도 적극 나서라는 충고다.

다음은 SZ 28일자 기사의 주요 내용.

***독재자가 시인하는 법을 배우다(Ein Diktator lernt das Beichen)**

두 가지 고백은 갑작스럽게 이루어졌다:

김정일은 얼마 전 일본에 대해 북한 공작원에 의한 십여명의 일본인 납치사실을 시인했다. 김정일은 또 미국에 대해 북한이 핵개발 계획을 준비해왔음을 시인했다. 북한 통치자는 갑자기 시인하는 법을 발견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시인이 같은 동기에서 이루어진 것임은 거의 틀림 없다. 북한의 핵위협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있어 북한측의 고백 동기를 파악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김정일은 북한을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시키고자 결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북한 통치자는 2년 전 평양에서 한국 대통령의 방문을 환영했다. 북한 통치자는 또한 올브라이트 전 미국 국무장관을 영접했으며, 독일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과 국교를 수립했다. 김정일은 중국 상하이의 경제발전에 찬사를 보냈으며 북한에서의 첫 경제개혁을 실험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을 냉대하고 있는 유일한 국가가 있으니 바로 미국이다.

세계를 잠시 북한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평양에서 바라보면 김정일은 자신의 궁전으로부터 약 2백Km 거리에 3만7천명의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음을 본다. 그는 또한 부시 대통령이 자신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는 발언을 듣는다.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행정부에서 추진해온 북미대화를 동결시켰다.

김정일은 또한 북한이 미국 군사공격의 목표인 이라크와 더불어 ‘악의 축’ 국가의 하나로 지목됐음을 듣고 있다. 북한은 미국으로부터 위협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는데, 군사적으로 위협을 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심한 억압을 받고 있다고 여긴다.

북한측이 제기하는 두 가지 비난은 과장된 것일 수도 있으나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그 동맹국인 일본은 현재 북한이 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ADB) 그리고 여타 국제금융기관에 진출하는 통로를 막고 있다. 북한은 국제 금융기관의 차관 없이는 경제발전을 실현할 수 없다. 현재 북한 경제는 주민들이 식량 부족으로 국제사회의 인도적 차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겨울을 넘기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 상태에 있다.

따라서 김정일은 국가와 정권의 생존을 위해 미국 일본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려 한다. 일본인 납치문제와 핵무기용 우라늄 농축에 관한 북한의 시인은 미국 일본과의 외교관계 수립에 있어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북한이 목표로 하는 것은 바로 이것이지 미국과의 대결이 아니다.

북한은 더 이상 테러지원 국가로 낙인찍히지 않고자 한다. 북한에 납치됐던 일본인들은 오래 전 한국의 민항기를 폭파시키는 북한 공작원들을 교육시켰어야만 했다. 그리고 북한은 ‘악의 축’에 속하지 않고자 한다. 북한은 미국을 협상으로 유도하기 위해 핵계획 시인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내미는 실수를 저질렀다.

미국이 한국, 일본과 더불어 멕시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것처럼 북한 정권에 대해 모든 핵계획의 즉각적 폐기를 촉구하는 것은 정당한 것이다. 북한은 조속히 국제 핵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이 이 모든 조건들이 충족된 이후에야 북한과 대화에 나서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미국은 즉각 북한과의 협상에 나서야 하며, 추가 제재를 논의하기 전에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해야 할 것이다. 북한을 계속해서 고립시키는 정책은 북한이 가하는 핵위협을 오히려 강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는 미국이 이러한 노선을 선택할 전망이 낮은 상황이므로 유럽연합(EU)이 중요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EU는 한국 일본과의 협의를 거쳐 만약 북한이 무조건적인 핵사찰을 허용할 경우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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