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신문이 또다시 '마녀사냥론'을 제기했다. 이번에 제기한 마녀사냥론은 종전에 전개했던 '정치권과 언론의 마녀사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여론을 위장한 마녀사냥'이다.
***장대환 인준부결은 '여론을 위장한 마녀사냥' 때문**
매일경제는 사장이었던 장대환 지명자의 국회인준 부결 다음날인 29일자 사설에서 다음과 같은 마녀사냥론을 폈다.
"국무총리의 막중한 역할에 손색이 없도록 청문회를 통해 엄격한 검증과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지난 두 차례의 청문회는 과연 국회가 어떤 기준을 가지고 총리 후보자의 도덕성과 국정수행 역량을 평가하는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청문회가 겉으로는 총리 후보자의 도덕성과 국정수행 역량을 평가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공직 후보자의 적합성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도 없고 청문회 준비도 불충분한 상태에서 당리당략에 의해 여론을 위장한 마녀사냥식 검증이 이루어질 위험이 높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매일경제는 '여론을 위장한 마녀사냥'의 근거로 한나라당의 '병풍' 방어공작과 여론조사 의혹을 꼽았다.
"특히 인사청문회의 경우 이른바 '병풍'에 의해 양당의 입장이 정해졌을 뿐만 아니라 법무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맞물림으로써 이에 따라 후보자의 자질에 대한 평가 잣대가 크게 좌우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장대환 총리지명자에 대한 양당의 여론조사 결과가 상반된다는 점은 그 증거다."
매일경제는 이처럼 장대환 지명자의 인준 부결 원인을 한나라당의 당리당략 탓으로 돌리며, "더욱 높아진 도덕성 기준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세번째 총리지명자의 인준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냉소주의와 "이제라도 대통령과 각당은 국정운영의 동반자로서 책임을 다해 국민의 불안감을 씻어주기 바란다"는 '국민 불안론'으로 글을 끝맺었다.
***여론의 주체인 국민은 우중(愚衆)'인가**
매일경제의 이같은 사설은 매경사장이던 장대환씨가 총리가 못된 데 대한 매경인들의 심정적 불만 토로로 보아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감히 '여론'을 끌고 들어가 '여론을 위장한 마녀사냥' 운운하는 대목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과연 이번 청문회가 여론을 위장한 마녀사냥이었나.
과연 매일경제가 집계한 여론은 장대환 지명자를 지지했나.
매경 논리대로라면, 다음이나 인터넷 한겨레등의 여론조사에서 70%이상의 인준반대 의견을 올린 수천, 수만명의 네티즌들은 무엇인가. 한나라당이 고용한 '알바생'들이었나.
초정파적 입장에서 검증작업을 거쳐 장대환 총리인준 부적격 판정을 내린 참여연대, 경실련 등 시민단체를 비롯한 여성단체, 교육단체, 언론단체, 노동단체 등도 한나라당의 위장 전위세력들이었나.
매일경제가 생각하기에,'여론'은 그렇게 쉽게 조작될 수 있는 것인가. 여론의 주체인 국민들은 그렇게 마음대로 갖고 놀 수 있는 '우중(愚衆)'이란 말인가.
***23일에도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운운**
매일경제가 '마녀사냥'이란 단어를 맨처음 사용한 것은 지난 23일의 일이었다.
매경은 이날 1,4,5면을 할애하는 것을 시작으로 총리인준이 부결될 때까지 매일같이 고정면을 배치해 장대환 지명자 방어작업을 펴왔다.
23일자 1면 박스기사의 제목은 "장총리서리 인사청문회 앞두고 '음해성 인신공격' 선 넘었다"였다. 이 기사의 부제는 "뉴욕대 박사학위 취득등 확실한 사실" "확인조차 않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매일경제 명예도 부당하게 침해받아"였다.
매일경제는 이 기사의 도입부에서 "확인조차 않고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주체를 '일부 정치권과 언론'으로 규정했다.
"총리 임명 동의안 처리와 관련한 청문회를 앞두고 일부 정치권과 언론에서 정도를 넘어선 비방과 모략에 나서고 있다. 특히 총리지명자인 장대환 전 매일경제신문 사장 개인에 대한 의혹 제기 선을 넘어서 매일경제의 명예를 부당하게 실추시키는 사례가 범람하고 있다."
이것까지는 눈감아줄 수 있다. 하지만 29일 제기한 '여론을 위장한 마녀사냥'론은 묵과할 수 없다. '여론'을 끌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매경이 생각하는 여론'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매경이 분명히 답해야 할 때이다.
***매경의 '기자정신'을 기대해본다**
매일경제는 장대환 총리 인준 과정에 '장대환 대변지' 역할을 자임함으로써 언론의 품위를 크게 해쳤다는 비판과 족벌언론 논란을 자초했다.
기자들의 모임인 한국기자협회가 발행하는 기자협회보는 28일자에서 1면 '사주문제 여전히 성역'이라는 톱기사를 비롯해 2면 '떳떳해야 당당히 비판할 수 있다'는 사설, 3면 '매경 총리만들기 선 넘었다'는 특집기사를 통해 매경의 보도행태를 통렬히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에서 발행하는 미디어오늘도 이에 앞서 1면과 3면 기사에서 "매일경제 주요 간부를 비롯해 일부 기자들이 인사청문회를 앞둔 장대환 전 사장의 '총리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기자윤리'가 실종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고 지적했다.
매일경제 기자들은 매경 직원인 동시에, 기자협회와 언론노조의 산하 회원들이다. 많은 매경인들이 작금의 사태에 대해 자괴감을 느끼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그렇다면 최소한 매경 기자협회 지회와 노조는 작금의 사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전체 구성원들의 뜻과는 달리, 일부 해바라기 간부들이 매경 지면과 사설을 농단했을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매경의 '기자정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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