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는가 싶던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에 급제동이 걸렸다. 론스타가 반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계에서는 세금감면 특혜 논란이 제기된 데다가 론스타의 추가제안까지 나온 만큼, 하나은행이 론스타 수정안에 걸맞는 새로운 협상카드를 내놓지 않는 한 서울은행 인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8.8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의석 과반수를 차지하면서 공적자금 국정조사가 기정사실이 되자 정부로서는 가능한 한 국회에 책 잡힐 일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인수협상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론스타의 기습 반격**
론스타는 8일 기습적으로 서울은행을 인수한 뒤 인수후 3년간 발생하는 이익중에서, 예금보험공사와 서울은행이 과거에 맺은 경영개선약정(MOU)상의 목표수익을 초과하는 금액을 예보와 절반씩 나누겠다는 제안을 했다. 론스타는 초과수익이 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환산하면 당초 제시했던 8천5백억원보다 1천5백억원을 더 써낸 셈이다.
론스타는 이같은 추가제안외에도 당초 자신의 제안이 여러 측면에서 하나은행 제안보다 유리한 제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첫번째, 하나은행이 정부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대신 론스타는 현금으로 인수대금을 내놓는다. 이를 연리 5%의 3년간 이자로 계산하면 하나은행 안보다 1천2백75억원이 높은 가격이라는 것이다.
두번째, 하나은행이 동아건설 소송관련 1천억원, 러시아차관 원리금 1천8백96억원 등 도합 2천8백96억원에 대해 유사시 정부가 대신 물어줄 것을 요구하는 '면책조항'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에 론스타는 이같은 요구를 안하고 있다. 이 가운데 러시아차관 원리금은 정부가 물어준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이를 제외하더라도, 동아건설 관련 1천억원만큼은 론스타 제안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세번째, 세금감면 혜택(Tax Benefit) 측면에서도 하나은행이 서울은행 이익외 하나은행의 이익에 대해서도 법인세를 내지 않아 국고 손실을 초래하는 반면, 론스타는 서울은행 이익에 대해서만 세금감면 혜택을 보겠다는 입장이어서 내용적으로 론스타 제안이 5천억원이상 높다는 주장이다.
론스타는 이같은 논리에 기초해 자신들의 제안이 하나은행측 제안보다 몇배 유리한 것이라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론스타의 설전**
예상치 못한 론스타 제안이 있자, 재정경제부와 예금보험공사는 8일 오후 내내 이 문제를 놓고 협의했다. 협의결과는 "일단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소식을 접한 하나은행측이 '위법'이라며 강력반발하자 9일중 재경부 은행제도과가 이 문제에 대한 유권해석을 내놓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현재 정부가 론스타 제안을 수용할 경우 법적 소송도 불사한다는 강경 입장을 밝히며, 동시에 추가 협상안을 제시할 의사도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또 세금감면 특혜 논란과 관련, "세금감면 혜택을 보더라도 정부에 합병은행의 주식 30%를 주는만큼 그 혜택을 정부와 공유하는 셈"이라는 논리로 반박하고 있다. 요컨대 세금혜택에 따라 주가가 오르면 정부도 그만큼 득을 보게 되는 만큼 세금감면을 특혜로 볼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같은 하나은행측 주장에 대해 론스타는 9일 "추가 제안은 입찰 관행이나 관련 법규를 어긴 게 아니다"라면서 "추가 제안은 최종가격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 것으로 법률 검토와 자문을 거쳐 이뤄졌다"고 반박했다.
세금혜택 논란과 관련해서도 "합병은행 주식을 정부가 30%만 보유하게 되는만큼 세금혜택의 30%만 정부가 갖고 나머지 70%는 하나은행이 갖게 되는 셈"이라며 하나은행의 주장을 궤변이라고 일축했다.
***정부, 은연중 하나은행의 추가제안 기대**
이처럼 하나은행과 론스타가 치열한 설전을 주고받자, 정부는 외견상 중간에서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다. 9일 열릴 예정이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회의가 내주이후로 순연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공자위의 한 관계자는 "액수만 갖고 따진다면 하나은행의 제안보다 론스타의 제안이 훨씬 유리한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합병에 따른 세금감면 혜택규모가 서울은행 노조의 1조3천억원 주장과 달리 정부가 3천억원밖에 안된다고 주장하면서도 공자위에 명백한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대목도 불만"이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론스타의 경우 투자수익을 노린 펀드이며, 따라서 몇년 뒤에는 다시 서울은행을 시장에 내다팔면서 국부유출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는 대목이 결정적 걸림돌"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거시적 금융구조조정 측면에서 볼 때 론스타보다는 하나은행에 매각하는 게 합리적"이라면서도 "그러나 8.8 재보선결과 한나라당이 과반수이상을 차지하면서 공적자금 국정조사가 기정사실화된 현시점에서 론스타의 높은 인수가를 무조건 외면만 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의 추가제안으로 정부가 어려운 처지에 처한 만큼 하나은행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하나은행 역시 추가제안을 내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한 동아건설 소송등 2천8백여억원대의 면책조항 요구라도 철회해야만 정부의 운신폭이 넓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의 한 펀드매니저도 "론스타의 경우 거액의 자산을 운용할 마땅한 곳이 없어 서울은행 인수에 상당히 적극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나은행이 론스타와의 싸움에서 이겨 서울은행을 인수하기 위해선 인수가격을 높이는 추가제안을 하는 길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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