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 관계자가 반도체 산업 직업병 노동자를 애도하는 글을 낭독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이 참가하는 국내 최대 반도체 전시회인 국제반도체대전(i-SEDEX) 행사장 앞에서였다.
12일 오후 12시, 일산 킨텍스 행사장 앞에서 반올림이 주최하는 '내 생애 최고(最苦, 가장 고통스럽고 길었던)의 순간(Memory)' 퍼포먼스가 열렸다. 반도체 산업의 이면에 백혈병과 각종 희귀질환 때문에 사망하고 투병하는 노동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취지다.
▲ ⓒ프레시안(이진경) |
이날 국제반도체대전 행사장 바닥에는 반도체 산업 노동자가 희귀병에 걸려 투병하는 사진, 장례식에서 울부짖는 유가족의 사진 등이 전시됐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20주년을 맞아 '내 생애 최고의 순간(Memory)'이라는 주제로 연 사진전을 패러디한 것이다.
반올림은 "반도체 축제는 '내 생애 최고(最高)의 순간'을 말하라고 하지만, 사망한 반도체 산업 직업병 노동자들은 '생애 최고의 순간'이 오기도 전에 너무 빠르게 죽어갔다"고 호소했다. "반도체 직업병 노동자들에게 반도체(Memory)는 '내 생애 최고(最苦, 가장 고통스럽고 길었던)의 순간(Memory)'을 선사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반올림은 이어 국제반도체대전 전시장을 언급하며 "반도체 향연을 즐기며 축배를 드는 이들에게 노동자들의 존재는 잊힌 듯하다"며 "이 자리에 모인 이들은 병들고 죽어간 노동자들에게 '내 생애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을 선사한 것이 바로 반도체 산업임을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반올림 회원들은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다 사망하거나 투병 중인 노동자의 이름이 한 명씩 불릴 때마다 바닥에 쓰러지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반도체 산업으로 인해 사망한 노동자는 50여 명, 피해를 호소하는 노동자는 140여 명에 달한다.
퍼포먼스를 지켜본 한 IT기업의 이사 김준호(가명, 52) 씨는 "삼성이 노동자의 안전에 대해 신경을 쓰긴 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삼성이) 노동자를 돈벌이 수단으로만 악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근무하는 박규한(가명, 42) 씨는 "(반도체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죽은 노동자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많은 줄은 몰랐다"며 "노동자의 입장에서 회사가 이런 퍼포먼스를 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프레시안(이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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