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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버전 "제2 국정원 사건"? 노조 방해 문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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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버전 "제2 국정원 사건"? 노조 방해 문건 논란

노조, 파업 무력화 및 간부 노조 편입 안건 부결 지침 문건 공개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현대자동차 사측이 노동조합 활동에 불법적으로 개입하고, 올해 단체교섭과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여론 동향을 이른바 '오피니언 리더(OL)'와 평조합원으로 나눠 파악하도록 지시한 문건이 발견됐다고 8일 밝혔다.

특히 이 문건에는 현대차의 과장급 이상 사원들로 구성된 '현대자동차 일반직지회'를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로 편입하는 안건을 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부결시켜야 한다고 적혀 있다. 또 '일반직지회가 현대차지부에 편입되면 노조가 와해된다'는 식의 악의적인 소문을 퍼트리도록 지시하고, 파업을 무력화하려는 여론을 만드는 지침도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이날 이 같은 내용의 문건을 공개하고 "사측에 의한 '제2의 국정원 사건'이라 말할 수 있는 공작 정치가 발견됐다"며 "공작 정치와 노동 탄압에 매달리는 한 노사 관계 파국의 모든 책임은 정몽구 회장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현대차, 단체교섭·비정규직 관련 여론 파악 지시"

현대차 사측이 각 사업부장에게 지난 7월 전달한 것으로 보이는 해당 문건에는 "사장 회의가 소집돼 있어서 금일 자료를 취합해서 명일 아침 보고하라는 특별 지시가 있었다"고 적혀 있으며, 올해 '단체교섭'과 '하청 관련' 현장 여론을 '주요 OL(오피니언 리더)'과 조합원으로 나눠 제출하도록 돼 있다.

▲ 현대차는 정규직 노조 내 주요 오피니언 리더와 조합원들을 상대로 '단체교섭'과 비정규직에 대한 여론 파악을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프레시안

같은 시기인 지난 7월 현대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쟁발(쟁의 발생) 결의 임시 대대(대의원대회)'라는 문건을 보면, 현대차가 여론화 작업을 벌여야 할 구체적인 지침들이 나온다. 이 문건에서는 현대차지부가 임시 대의원대회에 상정하려는 안건을 분석하고 특정 안건은 부결해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졌다. 사측의 노조 활동 개입은 '부당 노동 행위'로 불법이다.

특히 이 문건은 과장급 이상 간부 사원들로 구성된 일반직지회를 현대차지부에 편입하는 안건을 "일부 대의원의 관리직 단체(일반직지회)에 대한 반감을 적극 자극해" 8일과 9일에 걸쳐 열리는 대의원대회에서 부결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다.

앞서 현대차 과장급 이상 사원들은 사측의 '불법 퇴출 프로그램(PIP) 가동과 구사대 동원' 논란을 계기로 최근 일반직지회를 재건한 바 있다. 일반직지회는 과장급 이상 사원들도 현대차지부에 편입돼 단체협약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 관련 기사 : 현대차 간부 "동료 못 쫓아내면 내가 잘린다")

일반직지회 편입 안건 부결 위해 '부정적 여론 형성' 지침도

일반직지회가 현대차지부에 편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문건은 "일부 관리자가 과거 '구사대 역할'을 수행했음을 전파하여 좌파 대의원의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며 "일반직지회 추진 세력이 정년 연장 등 기득권 유지에만 혈안이 돼 있음을 전파해 부정적 여론을 확산한다"고 적시했다.

이 문건에는 "PIP(과장급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한 퇴출 프로그램) 대상자들은 모두 지부에 신분 보장을 요구할 것인데, 10명만 생겨도 지부가 10억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해고자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인물들의 가입이 예상돼 현대차지부가 불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적혀 있다.

특히 '노조 조직력 와해 가능성'이라는 소단락에서는 "노동자 의식이 없는 관리자를 무분별하게 조합원으로 인정한다면 사측에 의해 노조가 장악당하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적었다. 문건에 따르면, 과장급 사원의 조합원 가입을 막기 위해 회사가 '사측에 의해 노조가 장악될' 걱정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가 일반직지회의 지부 편입을 막으려는 이유는 그에 따른 후폭풍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일반직지회가 현대차지부에 편입되면 과장급 이상 사원들이 대거 노조에 가입할 전망이다.

그동안 과장급 이상 사원들은 현대차지부 조합원에서 배제돼 휴가·정년 등 제반 노동 조건에서 불평등한 취업규칙을 적용받아왔다. 이들이 현대차지부 조합원이 돼 노조의 단체협약을 적용받으면 현대차가 치러야 할 비용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과장급 이상 사원을 대상으로 한 '불법 퇴출 프로그램' 논란이 재점화돼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도 있다.

노조 "정몽구 회장, 사과해야" - 사측 "문건 본 적 없다"

이 문건에는 또한 현대차지부의 올해 파업 결의안에 대해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피해가 커질 것 △현대·기아차 공동 투쟁에서 현대차가 파업하면 기아차도 파업하는 척하며 (교섭을) 타결하는 무임승차 문제를 부각할 것 △노조 집행부의 전략·전술이 미비함을 부각할 것 등에 대한 여론화 작업을 벌이기로 한 내용도 담겨 있다.

현대차지부는 8일과 9일 대의원대회를 열어 쟁의 발생(파업) 안건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는데, 이 문건에 따르면 사측이 8월 대의원대회에 앞서 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화 작업을 벌인 것으로 해석된다.

문용문 현대차지부 지부장은 이번 문건이 "노조 대의원대회를 무력화하고 노노 갈등을 조장하며, 노조의 자주성을 말살하고 임단협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정몽구 회장이 공작 정치를 중단하고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승건 현대차일반직지회 지회장은 "회사가 일반직지회에 대해 악의적인 내용을 썼다"며 "현대차지부가 규정 제8조 3항에 의거해 일반직지회 조합원들을 지부 조합원으로 받아주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문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지부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공개했지만, 문건에 대해서 실제로 본 적이 없다"며 "우리가 작성한 게 맞다고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진위 여부를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 사장 회의가 소집돼, 사업부장에게 이메일로 전달된 '여론 동향 파악' 문건. 현대차 관계자는 "이 문건이 회사가 작성한 게 맞다고 확인이 안 됐다"고 말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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