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인으로 불법체류자다.
사연을 물어보았다.
"왜 못 찾아요?"
"카드를 잃어버렸어요."
"카드가 없으면 통장으로 빼면 되잖아?"
"통장으로 빼는 건 등록 안 했어요."
등록이 안 되어 있으면 ATM 기에서는 못 뽑는다.
"그럼 은행 창구에 가서 신분증 제시하고 직접 찾아."
"안 돼요."
"왜?"
"외국인 등록증 갖고 통장 만들었는데, 등록증이 반 쪼가리 밖에 없거든요."
ⓒ한윤수 |
바지 속에 외국인등록증이 들어 있는 줄도 모르고.
한 시간 뒤.
빨래를 꺼내다가 경악했다.
반 쪼가리 외국인 등록증이 나왔으니까,
등록증은 다시 만들 수 없다.
불법 체류자니까.
다행히도 등록증 뒤대가리에는 그의 사진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앞대가리는 온 등록증을 위하여 세탁기와 싸우다가 장렬히 산화(散華)한 것 같다.
"여권은 있어?"
"예."
"어느 은행이지?"
"외환은행."
"어느 지점?"
"00지점"
이제 돈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00지점의 은행원이 등록증 뒤대가리가 그 자신이라고 믿어주는 수밖에 없다.
"가서 부딪쳐 보고, 안 되면 다시 와."
그는 다시 오지 않았다.
다행이다.
*후일담 : 다 저녁 때 전화가 왔다. "돈 찾아서 인도네시아로 송금했어요." 은행원이 믿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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