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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에게 쫓겨난 후 병원비만 비싸졌다"

진주의료원 퇴원 환자·보호자 "부담↑, 간병 질↓"…경남도 "차액 보전"

경남도의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야당 의원과 격렬한 몸싸움 끝에 11일 날치기 통과시켰다. 경남도가 강행한 폐업을 도의회가 '법인 해산'으로 마무리한 것이다.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을 추진하면서 진주의료원에 투입할 돈을 서민 의료를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진주의료원에서 퇴·전원한 환자들에게는 의료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진주의료원에서 쫓겨난 환자들은 "퇴·전원 이후 의료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병원비도 비싸졌다"고 호소하고 있다.

"노인 요양 병원, 진주의료원 대체 못해"

10년간 진주의료원을 이용했던 서해석(66) 씨는 지난 4월 2일 진주의료원에서 퇴원한 뒤로 친척 집에서 요양하고 있다. 4월 30일부터 한 달간 노인 요양 병원에 입원해 봤지만, "치료도 제대로 해주지 않고 행동에 제약이 많아서" 스스로 퇴원했다.

서 씨는 독거노인이자 기초생활(의료급여 1종) 수급자다. 고혈압, 당뇨, 간경화, 퇴행성 관절염, 만성 췌장염, 만성 신장염 등을 앓고 있다. 그는 "노인 요양 병원은 정신질환자가 많다는 이유로 2층에서 1층으로도 못 내려가게 한다"며 "입원비도 19만6000원 나왔는데, (진주)의료원 같으면 10만 원도 안 나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서 씨는 "간이 좋지 않아서 자주 쓰러진다"며 "쓰러질 때마다 진주의료원에 입원했다가 호전돼서 나오곤 했는데, 진주의료원과 달리 노인 요양 병원은 일반 종합 병원이 아니라서 치료하지 않고 요양만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앞으로 또 쓰러진다면 진주의료원 아니면 치료받을 데가 없다"고 호소했다.

▲ 진주의료원.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건물을 민간 병원에 팔고 남은 돈을 도에 환수할 계획이다. ⓒ프레시안(김윤나영)

"무리한 전원으로 건강 상태 악화"

뇌졸중을 앓는 79세 아버지를 진주의료원에서 다른 병원으로 옮긴 김정란(41) 씨는 "아버지가 의식도 없으시고 산소 호흡기를 달고 계실 정도로 위중했는데, 병원을 옮긴 뒤로 상태가 더 나빠지는 게 눈에 띄게 보일 정도"라고 토로했다.

김 씨는 "병원을 옮기면서 피 검사부터 모든 검사를 일일이 다시 해야 하니까 상태가 나빠진 것 같다"며 "예전에는 하루에 3시간 이상은 눈을 뜨고 계셨는데, 요즘은 움직임도 거의 없으시고 폐렴, 결핵 등 합병증이 와서 치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2월 김 씨는 "뇌졸중을 회복할 때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해서 오래 있을 생각으로" 진주의료원으로 갔다.

그는 "경남도 공무원이 지금 아버지를 옮기지 않으면 다른 병원에 자리가 없다고 해서 할 수 없이 옮겼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보호자 없는 병동'은 최대 40일만 사용할 수 있어서 자리가 나긴 나더라"며 "속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저렴한 가격에 질 좋은 의료 서비스 제공했는데…"

김 씨는 "진주의료원에 있을 때는 40일 병원비가 120만 원이었는데, 옮긴 병원에서는 중간 정산을 하니 300만 원이 나왔다"며 "진주의료원에서는 6인실 가격으로 4인실을 제공했고 요양보호사도 환자 5명당 2명을 배치했는데, 여기는 환자 5명당 요양보호사가 1명"이라고 비교했다.

김 씨는 "지금 있는 병원에서도 나가야 할 시기가 됐는데, 다른 곳을 여기저기 알아보고는 있지만 요양 병원으로 옮기는 것은 더 낫길 바라는 게 아니라 죽을 날 기다리는 것 같아서 옮기기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그는 "요양 병원보다는 병원(진주의료원 같은 2차 종합 병원)이 진료 서비스도 더 믿음이 가는데, 민간 병원은 장기 입원 환자들은 잘 안 받아준다"고 덧붙였다.

ⓒ프레시안(김윤나영)

진주의료원 폐업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환자들은 김 씨 외에도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달 21일 민주당 김용익 의원과 보건의료노조가 진주의료원에서 퇴원한 환자와 보호자 42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25명)가 진주의료원에서 전원·퇴원한 후 환자의 건강 상태가 '나빠졌다'고 답했다.

퇴원 환자 42명 중 다른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29명에 불과했다. 이들 전원 환자 29명 중 10명은 입원 거부를 경험했고, 자택에서 치료 중인 환자 13명 중 5명은 입원을 거부당해 입원을 포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주의료원이 좋은 점으로는 응답자의 56%(16명)가 '치료 시설'을 꼽았다. 그 뒤를 진료 및 간호의 질 49%(14명), 연고지와 가까운 거리 25%(7명), 싼 병원비 21%(6명), 입원 가능한 기간 7%(2명) 순으로 이었다.

진주의료원이 정상화되면 재입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환자도 88%나 됐다.

"진주의료원 해산, 정부가 막아 달라"

서해석 씨는 "도에서 가난한 환자들에게 치료비를 준다는데, 그런 돈을 받아본 적도 없고 그 돈이면 의료원에 투자하면 될 것 아닌가"라며 "나는 국민(초등)학교밖에 안 나와서 무식하지만, 103년 역사의 영리 목적 없는 병원을 없앤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옳은 일이니 (폐업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씨는 "도에서 의료원 관리를 제대로 못했으면 도가 책임지고 경영을 회생해야지, 왜 환자들이 책임을 져야 하느냐"며 "도의회에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안을) 통과시켰으면 정부에서 막아 달라. 대통령은 국민의 대통령이지 여의 대통령, 야의 대통령이 아니다. 제발 (의료원을) 살려 달라"고 말했다.

진주의료원 폐업에 따른 진료비 차액 보전 대책에 대해 경남도 관계자는 "2월 27일 폐업 발표 당시 환자 203명 가운데 지금까지 8명에게 도에서 진료비 511만8000원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퇴원 즉시 전원하지 않은 환자는 진료비 차액 보전 대상이 아니며, 아직 타 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에게는 치료를 마친 후 환자 계좌 번호로 차액을 돌려드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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