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는 2일 김종국 사장 및 구영회 전 MBC 미술센터 사장, 안광한 MBC 부사장, 최명길 MBC 보도국 유럽지사장 등 총 4명의 후보에 대한 면접을 진행한 뒤 이사회 투표를 거쳐 재적 이사 9명 중 과반 지지를 얻은 김 사장을 MBC 사장 내정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김재철 전 사장의 잔여 임기인 내년 2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MBC를 이끌게 됐다. 방문진과 MBC 주주인 정수장학회는 이날 오후 주주총회를 열어 김 내정자의 선임을 확정할 계획이다.
▲ 김종국 MBC 신임 사장 내정자. ⓒ연합뉴스 |
김재철 전 사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 내정자는 과거에도 MBC 노조와 자주 충돌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김 내정자는 김재철 전 사장이 많은 반발을 무릅쓰고 밀어붙였던 MBC 광역화 사업의 '시범 케이스'였던 마산·진주 MBC의 겸임 사장을 맡을 당시 노조와 격렬한 갈등을 빚었다. 당시 김 겸임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려던 MBC 노조 간부 3명이 해고되고 7명이 정직 처분되는 등 김 내정자는 강경 대응으로 일관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진주 MBC, '통폐합' 반대 노조 간부에 해고 등 '초강경 징계')
방문진의 내정 발표가 난 직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성명을 내고 "'김재철 아바타' 혹은 '김재철 시즌2 예고' 등의 수많은 안팎의 경고가 잇따랐지만, 방문진은 결국 대다수 MBC 구성원들이 원하지 않은 길을 선택했다"며 "여당(이사) 6, 야당(이사) 3의 태생적 한계를 가진 방문진의 결정을 보며 우리는 피눈물을 삼킨다"고 밝혔다.
MBC본부는 "김 사장은 이번 사장 선임 과정 중 작년 파업을 '노사분규'라 표현해 김재철 사장 체제에 저항한 MBC 대다수 구성원들의 뜻을 하나의 '사태'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내비쳤다"며 "행여 노동조합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만의 '안정화의 길'을 가겠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김재철 체제'를 연장하는 인물이 MBC 새 사장으로 선임되는 것을 강력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던 언론노조는 3일 오전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와 함께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앞에서 김 내정자의 선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언론노조는 2일 성명에서 "김종국 사장은 김재철 전 사장과 결탁해 공영방송의 가치를 훼손하고, '김재철 체제'가 유지되는 데 적극 가담했던 인물"이라며 "방문진의 김종국 사장 선임은 자신들이 김재철 전 사장을 해임하고, 다시 김재철 전 사장을 사장으로 선임한 격"이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김 내정자에게 "'김재철 체제'를 연장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면 당장 포기하고, MBC 정상화를 위한 새 출발을 선언하라"며 김재철 전 사장 재임 시절 해고된 이들의 복직 및 징계자들의 본업 복귀, 보도국의 자율성 보장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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