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이번 실적 중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순이익이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9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분기(116억 달러)보다 18% 감소했다. 애플의 순이익이 1년 전보다 감소한 것은 아이팟이 출시된 이듬해인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주당 순이익은 10.09달러로 시장이 예측한 9.97달러를 웃돌았다.
ⓒ프레시안(자료) |
아이패드 제품군의 판매가 65% 늘어났지만 매출액에 비해 순이익이 줄어든 이유는 지난해 출시한 아이패드 미니가 아이패드에 비해 저가 제품인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이번 분기 매출 대비 이익률은 지난해 같은 분기의 47%보다 9.5%포인트 낮아진 37.5%를 기록했다.
애플의 이번 실적 발표에서 투자자들을 안심시킨 부분은 애플의 최대 장점인 현금 자산이 80억 달러 늘어난 점이다. 애플은 또 분기 배당 금액을 15% 늘려 주주들에게 총 1억 달러를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주당 400달러 밑으로 떨어졌던 애플의 주가는 23일 현재 다시 400달러 위로 오른 상태다.
최근 교체설까지 나돈 애플의 팀 쿡 CEO는 회사가 모든 이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주주들이 장래 성장을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쿡 CEO는 하지만 "애플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쿡 CEO의 발언은 애플의 실적과 미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나오는 수사다.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소비자와 전문가들은 애플이 쿡 CEO의 공언대로 스티브 잡스의 유산에서 벗어나 계속해서 혁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느냐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의 이번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지만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쿡 CEO는 "우리는 놀라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열심히 만들고 있으며, 우리의 제품군에 포함된 제품들에 흥분했다"고 밝혔지만 외신들은 애플의 이번 발표에서도 차기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빠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시계나 애플TV 등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새 제품의 필요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방증이다.
<가디언>의 IT 부문 편집자인 찰스 아서는 애플의 실적 발표가 끝난 뒤 칼럼에서 "아이워치(iWatch)도 없고, 슈퍼TV도 없고, 더 넓은 화면의 아이폰도 없다. 애플 주주들이 조마조마하는 게 뭐가 놀라운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애플이 차기 제품에 대해 철저한 비밀주의를 고수한다고 해도 약간의 힌트조차도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칼럼은 "애플의 문제는 경쟁의 정도가 엄청나다는 것"이라며 애플이 아이폰을 처음 출시한 2007년만 해도 삼성은 TV와 저가 휴대전화를 만드는 기업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의 시장 점유율은 애플을 앞지르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구글은 스마트안경인 '구글 글래스'의 구체적인 사양을 공개하는 등 혁신 속도에서도 애플을 앞지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칼럼은 "'구글 글래스'에 비견할 만한 애플의 제품은 어디 있는가"라고 물으며 "애플은 '튼튼하고, 믿음직하며, (애플리케이션 개발 등으로) 돈을 창출한다'는 지루한 평가에 매달리는 것 같다. 지루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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