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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쉬는데 32조 날아간다? 경총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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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쉬는데 32조 날아간다? 경총의 거짓말!"

대체휴일제 찬반 논란…재계 주장 현실성 있나

대체휴일제 찬반 논란이 2년 만에 다시 불붙었다. 정치권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인 노동 시간을 줄이고,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해 이 제도 도입을 법안화하려 하지만 기업 측의 반발이 만만찮다.

지난 19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안행위)가 의결한 '공휴일에 관한 법률안 개정안'은 공휴일과 일요일이 겹칠 경우 하루를 쉬게 하는 내용의 대체휴일제와 공휴일을 법률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중 특히 논란이 되는 부분이 대체휴일제다.

이 법안을 발의한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은 "들쭉날쭉한 공휴일수 때문에 안정적인 삶의 질을 추구하고 휴식과 재충전으로 생산성을 높이자는 공휴일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며 "대체공휴일제도를 도입해 매년 일정 공휴일을 확보,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포함한 국민의 안녕과 삶의 질 확보라는 국가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체휴일제 도입은 노동자의 삶의 질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뉴시스

재계 "대체휴일제 도입하면 32조 날아가"

곧바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반박했다. 경총은 국회 안행위 의결일(19일) 보도자료를 내, 크게 3가지 문제가 있다며 정치권과 대립각을 세웠다.

우선 경총은 공휴일 법률화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에 어긋난다"고 반대했다. 민간 기업에 공휴일을 강제하면 인건비 상승, 근무 체계 혼란 등의 부작용만 일어난다는 논리다.

특히 대체휴일제 도입에 대해 경총은 "근로자의 날을 포함한 우리나라 공휴일은 16일로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호주 등 선진 6개국 평균 11일보다 많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나아가 대체휴일제를 도입할 경우, 이에 따른 손실 규모는 최대 32조 원에 달하리라고 주장했다. 대체휴일제 도입과 추가 공휴일 지정에 따라 연간 공휴일이 3.3일 늘어나면 전체 기업의 생산 감소액이 연 28조1127억 원이고, 공휴일 법률화로 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인건비도 4조 2989억 원에 달한다는 논리다.

경총 관계자는 "근로자가 연차휴가만 잘 써도 충분한 휴일을 보장할 수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차휴가 소진율은 40.7%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연차휴가 열흘이 있으면 나흘만 쓰고, 나머지는 돈으로 받는다는 얘기다.

대체휴일제 도입을 둘러싼 재계의 반론은 어디까지나 기업주의 입장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다만 직장인들에게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는 자영업자나 택시기사의 반발은 정치권이 넘어야 할 벽으로 보인다. 2010년 자영업자 설문조사 결과 85.3%가 대체휴일제 도입에 반대했다.

재계도 이런 반발을 끌어와 대체휴일제 도입의 반대논리로 강조하고 있다. 대기업 노동자만 혜택을 받지, 중소기업 노동자나 자영업자는 쉬지 못해 양극화만 심화하리라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2011년 중소기업 441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반대 응답률은 63.9%에 달했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 대체휴일제 도입이 어려우리라는 의견도 많다. 한 대기업 하청업체에 근무하는 직장인 A 씨는 "대체휴일제를 도입해봐야, 어차피 납품 스케줄이 맞춰져 있으면 출근해야 하는 건 똑같다"며 "회사가 그에 맞춰 노동자를 더 뽑아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있는 중소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제대로 지켜지겠느냐"고 말했다. A 씨는 토요일에도 근무해야 한다.

노동자 "퇴근도 제때 못하는데…"

그러나 재계의 이와 같은 반대 공세가 올바르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한국인의 노동시간이 최장 수준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한국인의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44.6시간으로 OECD 회원국 중 터키에 이은 2위였다. 거의 하루 9시간을 근무하는 셈이다. 법정 노동시간보다 한 시간 더 길다. 반면 취업자당 노동생산성은 OECD 국가 중 23번째에 그쳤다. 별다른 이유 없이 야근하거나, 되도록 늦게 퇴근하는 직장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노동자가 법적으로 정해진 근무 시간에 맞춰서 일하기도 힘들 정도로 기업 문화가 경직됐으니, 그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 장치라도 있어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논리다.

경총의 경제효과 주장 역시 빈틈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성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이 지난해 6월 28일 발표한 '우리나라 공휴일제도 개선에 대한 경제파급효과 분석'을 보면, 대체휴일제를 도입할 경우 총생산 유발효과가 30조7712억 원에 달하고 노동 유발효과는 10만6835명으로 추산됐다. 경총이 우려하는 내용을 상쇄할 만큼 사회적으로 생산성 증대 효과가 나타난다는 얘기다.

아예 경총이 주장하는 경제효과 자체가 거짓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페이스북에 "1년 중 공휴일과 토·일요일이 겹치는 날은 평균 이틀이다. 2013년에는 없다고 한다"며 "2일을 쉬는데 32조 원의 손실이 난다는 계산법을 보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휴일이 다른 나라보다 많다는 것도 거짓"이라며 "우리의 법정 공휴일에 모두 쉴 수 있는 곳은 공무원, 공공부문, 그리고 단체협약으로 법정 공휴일을 휴일로 인정한 대기업 유노조 사업장 뿐"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이와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대체휴일제를 도입했다"고 홍보에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번 달부터 자체 대체휴일제인 '해피 플러스 데이'를 도입했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역시 노동자에게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를 쓰게 한 것에 불과해, 엄밀히 말해 대체휴일제라 말하기는 어렵다. 역설적으로, 연차휴가조차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노동자의 상황만 반영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한 재벌 기업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B 씨는 "아침 8시에 업무가 시작되니 그 전에 출근해야 한다. 퇴근은 보통 오후 7시에서 8시 사이다. 하루 12시간은 기본으로 일한다. 여기에 회식과 접대까지 따지면 쉴 틈이 없다"며 "대체휴일제라도 도입돼 좀 쉬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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