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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직원 1000여 명, 유해 물질 노출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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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직원 1000여 명, 유해 물질 노출 파문

수십 년 전 유출된 화학 물질에 여전히 신음하는 미국

구글의 위성 사업을 담당하는 사무소에서 일하던 1000여 명의 직원들이 약 두 달간 기준치 이상의 유독 화학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의 비영리언론 <탐사보도센터>(CIR)가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보고서를 입수해 지난 20일(현지 시각)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CIR>의 보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마운틴 뷰 시(市)에 위치한 구글 본사에서 약 3마일(4.8킬로미터) 떨어진 위성 사무소 2곳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유독 화학 물질인 삼염화에틸렌(TCE) 수치가 EPA의 기준치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위성 사무소들은 마운틴 뷰 시에서도 '슈퍼 펀드 지구'로 지정된 곳에 있다. '슈퍼 펀드 지구'는 환경 오염 책임자를 가릴 수 없거나 오염 책임자가 정화할 능력과 재원이 없을 때 미국 연방정부가 대규모 자금을 조성해 대신 나서 오염을 없애는 지역을 말한다.

마운틴 뷰의 슈퍼 펀드 지구는 1960~1970년대에 인텔, 페어차일드(Fairchild) 반도체, 레이시언(Raytheon) 등 IT 제조업체가 들어서 있던 곳으로 과거 많은 양의 오염 물질이 누출되거나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는 전자 산업에 쓰이는 다양한 화학 물질의 위험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을 때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컴퓨터 칩의 세척 공정 등에 쓰이는 TCE가 암과 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한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경각심이 늘어났다. 1981년 이 세 기업(인텔, 페어차일드 반도체, 레이시언)이 입주했던 지역에서도 토양과 지하수에서 TCE가 검출돼 미국 정부에 의해 슈퍼 펀드 지구로 지정됐다.

이 지역에서는 1989년 이후에만 10만 파운드 이상의 TCE 등 오염 물질이 제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임신 초기의 여성이 TCE에 노출될 경우 아기의 심장에 구멍이 나는 등의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EPA는 TCE의 기준치를 더욱 강화한 바 있다.

슈퍼 펀드 지구에서는 현재도 오염된 지하수 등에서 TCE가 포함된 증기가 나와 건물 내로 스며들 수 있다. 이 때문에 2011년부터 이 지역에 새 건물을 지을 때는 완벽한 통풍 시설 및 증기 유입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구글은 과거 넷스케이프사가 사용하던 건물을 리모델링해 입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단체는 예전에 넷스케이프가 이 건물에서 유독 화학물질을 공중에 살포하는 식으로 폐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넷스케이프는 타임워너의 인터넷 부문 자회사 AOL에 인수된 현재 이러한 의혹에 대해 묵묵부답인 상태다.

구글 위성 사무소는 2010년 9월에 실시된 대기 샘플 측정 조사에서는 TCE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조사에서 EPA의 기준치인 '1세제곱미터당 5마이크로그램'을 초과하는 TCE가 검출됐다. 이에 구글은 증기로 된 TCE가 들어올 수 있는 건물 내 균열을 보수하는 등의 작업을 벌였지만 지난해 12월 조사에서 오히려 농도가 올라갔다.

지난 1월이 되어서야 조사팀은 건물 내 통풍 시스템이 원인이었던 점을 깨달았다. 지난해 가을 기온이 떨어지자 건물 내 기온을 유지하기 위해 통풍 시스템을 수동 조작으로 바꿨는데, 이후 TCE 농도가 증가한 것이다. 이 시스템을 다시 자동 조작으로 바꾸자 TCE 농도는 기준치 이하로 떨어졌다.

EPA는 그 사이에 이 사무소 두 곳에 있는 1000여 명의 직원 중 몇 명이, 얼마나 TCE에 노출됐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잠재적인 노출을 염려하는 가임기 여성이나 임신부는 병원을 방문할 것을 당부했다.

<CIR>은 구글 측에 위성 사무소 직원들의 유해 물질 노출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질의했지만 "직원들은 결코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다"는 말 이외에는 상세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 매체는 또 최근 위성 사무소에서는 젊은 여성, 임신부, 아이를 동반한 방문객들이 뜰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 보였으며, 한 임신부에게 TCE 노출과 관련한 위험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물었을 때 "우리는 그 주제에 대해 얘기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수십 년 전 누출되거나 폐기된 유독성 물질의 위험이 현재까지 유지된다는 점은 최근 잇단 화학 물질 유출 사고를 겪으면서 경각심이 커지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

'삼성 백혈병' 논란과 관련해서도 1990년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 중 일부는 자신이 TCE를 다루는 작업을 해왔다고 주장해 왔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과거 TCE를 다루기는 했지만 노동자에게 위험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했으며, 현재는 반도체 공정에서 TCE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계에서는 세척 효과가 뛰어나고 값이 싼 TCE를 사용하는 국내 업체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 구글 위성 사무소에서 유해성 물질이 검출됐다고 보도한 미국의 비영리언론 <탐사보도센터>(CIR)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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