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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의 성기 노출은 왜 처벌 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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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짱구의 성기 노출은 왜 처벌 받지 않을까?

[인터뷰] '아청법' 헌법소원 청구한 오픈넷 박경신 교수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랐다.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와 개방성 등의 가치를 지킨다는 목적으로 지난달 출범한 단체 '오픈넷'(http://opennet.or.kr)이 '아청법'에 적용돼 기소 유예 처분을 당한 피해자를 대리해 헌법소원을 청구했기 때문이다.

'아청법'은 2011년 '조두순 사건'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 아동 성범죄를 막기 위해 법의 적용 범위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그해 9월 개정됐다. 기존에는 실제 아동·청소년을 음란물에 출연시키는 행위 등만 처벌했지만, 개정법에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등 가상 표현물에 등장하는 아동·청소년 캐릭터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해 3월 개정된 '아청법'이 시행되면서 웹하드 등에서 아동·청소년의 노출 장면이 나오는 가상 표현물을 올리거나 내려받은 이들이 실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처벌 받는 사례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22일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에 따르면 개정 '아청법' 시행 후 약 1년 동안 '아청법' 위반 사건은 2011년 100건에서 2012년 2224건으로 대폭 늘어났다. 22배로 증가한 것이다. 또 지난 7일에는 수원지방법원에서 성인 배우가 교복을 입고 출연한 음란물을 유포한 2명에게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아청법'에 의해 처벌 받은 이들은 관할 경찰서에 신상정보를 등록하고(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을 소지한 혐의로 처벌 받은 이는 제외된다) 취업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과잉 처벌 논란도 나왔고, 법 규정이 모호해 실제 아동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작품을 그리는 예술인들의 창작욕을 제한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반면에 아동 성범죄가 피해자에게 끼치는 해악과 사회에 미치는 충격을 감안했을 때,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여론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법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이들이 양측의 의견을 수렴하고, 아동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책임이 따른다. 문제는 '아청법'의 개정 및 집행 과정에서 그러한 책임이 엿보이지 않았다는 데 있다. 끊임없는 개정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20일 서울 서초동 오픈넷 사무실에서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옹호해 온 박경신 고려대 교수(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를 만나 '아청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박경신 고려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짱구의 성기 노출은 왜 처벌 받지 않을까?

프레시안: '아청법'으로 기소 유예 처분을 받은 이를 대리한 헌법소원을 냈다고 들었다.

박경신: ('아청법'이) 가상 표현물을 아동 포르노로 보겠다는 견해에 변함이 없기에 이를 바꾸지 않으면 부당한 법 집행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됐다. 약식 명령을 받은 뒤 공식 재판을 청구한 분들의 변론과 위헌 제청 역시 이뤄지고 있다.

프레시안: 현행 '아청법'의 문제가 정확히 무엇인가?

박경신: '아청법', 즉 '아동·청소년 성 보호법'은 아동 포르노 규제를 담은 법이다. 한마디로 말해 아동 성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다. 아동에 대한 물리적 접촉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를 주는 행위를 처벌한다. 신상정보를 등록하거나 (아동 성폭력 범죄자의 경우) 공개하고, 취업 제한 등의 처벌을 하는 건 아동에게 실제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캐릭터나 만화 캐릭터, 또는 성인 배우가 출연해 아동 역할을 하는 표현물에는 실제 피해를 보는 아동이 없다.

프레시안: 법 자체의 취지가 아동 포르노물에 출연하는 등장인물 보호에 맞춰졌다는 설명으로 들린다.

박경신: '아청법'이 김대중 정부(2000년)에서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이 법의 취지가 정확히 이해되고 있었다(당시에는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졌고 2009년 개정 때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로 바뀌었다. <편집자>). 이 법에는 아동 포르노를 '청소년 이용 음란물'로 부른다. 청소년을 '이용'해서 만드는 표현물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은) 해석을 잘못하는 것 같다. 청소년이 보는 음란물, 혹은 청소년이 이용하는 음란물로 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청소년 이용 음란물에 대한 정의는) 헌법재판소에서도 정확히 판정을 했었다. '아청법'은 청소년을 이용해 피해를 주는 것을 처벌하는 법률로 가상 표현물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2002년에 찬성 8, 반대 1로 나왔던 판정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이런 인식에서 퇴보했다고나 할까. 법을 만들 당시에 여야 의원들이 모두 정확히 이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프레시안: 청소년 이용 음란물의 법적 정의에 따르면 가상으로 표현된 음란물은 법의 취지에 맞지 않게 된다.

박경신: 가상 표현물의 내용이 음란하다면 음란물 유포죄로 처벌하면 되는데 '아청법'으로 처벌하는 것이 문제다. 두 법의 형량이 비슷하다면 큰 문제는 없다. 하지만 형량도 다를뿐더러 음란물 유포죄와 달리 '아청법'은 표현물을 소지하는 행위까지 처벌한다. 그러다보니 만화 캐릭터를 그리는 작가의 경우에는 그리자마자 소지 행위가 된다. 자기만 보겠다고 소지하고 있는 사람도 처벌되고 취업 제한도 받을 수 있다. 부당한 처벌이다.

게다가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음란하지는 않지만 성적 노출을 했다는 이유로도 처벌 받을 수 있다. 음란물 유포죄도 아니고 (개정 이전의) '아청법'을 위반한 것도 아닌데 죄 없는 사람을 죄인으로 만들게 된다.

프레시안: 법 개정 이후 <춘향뎐>이나 <은교>와 같은 영화가 '아청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었다.

▲<짱구는 못 말려> 극장판 포스터.
박경신: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도 주인공들이 미성년자다. 심지어 (일본 만화 주인공) 짱구도 아동이다. 현행 '아청법'의 취지가 등장인물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표현물이 음란한가는 중요하지 않다. 짱구 만화를 보면 짱구가 성기를 노출하는 장면도 있다. 물론 경찰은 '짱구는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할 테지만, 경찰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법 조항이 살아 있는 한 창작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그런 영상이나 만화가 처벌 받지 않는 근거는 자의적 판단 외에 없다는 것인가.

박경신: 어찌 됐든 가상의 아동 캐릭터가 노출하는 모습을 누군가 보고 아동 성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논리에서 법을 개정한 것으로 보인다.

"사회악을 없애려면 그 악에 접근해야 한다"

프레시안: '아청법'의 취지를 봤을 때 표현물을 처벌 대상으로 넣는 게 모순이 있다는 사실을 개정 당시에 모르지 않았을 텐데.

ⓒ프레시안
박경신:
당시에는 (개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었다. 조두순 사건 등이 터지면서 아동 성범죄에 대한 분노가 비등할 때였고, 어떻게든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당시 범죄자 집에서 아동 포르노가 발견되고 하면서 가상 아동 캐릭터까지 들어가게 됐다. 물론 당시에 (가상 표현물을 '아청법'으로 규제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논증을 정확히 한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도 개정을 정당화할 수 있는 논리로 인식됐다.

프레시안: 지금도 분위기는 비슷하지 않나? 많은 이들이 '아청법'의 취지를 잠재적인 범죄자가 아동을 성적으로 다루는 표현물을 볼 수 없도록 하는 법이라고 알고 있다. 설사 '아청법'의 애초 취지를 이해하더라도 아동 성범죄자는 절대 나오지 말아야 하기에 현재 규제를 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박경신: 그렇게 가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있는지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아청법'은 아동 성범죄를 처벌하는 법이다. 아동 성범죄를 처벌하려면 피해 아동이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정부는 경찰력을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잡는 데 동원할 게 아니라 실제 아동을 보호하는 데 운용해야 한다. 실제로 영국 등에서는 일반 사진관에서 현상하는 개인 사진 중 아동이 목욕하는 장면만 나와도 곧바로 경찰이 와서 가족 내에 성 학대가 있는지 조사를 할 정도로 아동 보호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피해자가 없는 애니메이션, 교복을 입은 성인 배우에 자원을 낭비하고 있어서 도리어 아동 성범죄를 막는 데 소홀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든다.

프레시안: 왜 인터넷 단속에 공을 들이게 됐을까.

박경신: 잡기 쉽기 때문이다. 웹하드에 로그인하고 들어가서 조사하면 되니까. 하지만 실제 아동 성범죄는 공개적인 장소가 아니라 밀폐된 공간에서 이뤄진다. 실존하는 아동의 사진이나 영상이 찍히고 있는지 수사를 해야 하는 게 경찰이다.

프레시안: 아동 성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가상 표현물이라도 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을 텐데.

박경신: 만화나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아동 성범죄를 유발한다고 생각한다면 지금보다 처벌의 범위가 더 넓어져야 한다. 사기를 치는 사람이 나오는 영화를 보고 사기를 칠 수 있다. 뇌물을 받은 경찰에 관한 내용이 있으면 경찰이 보고 따라 할 수 있으니 그런 영화는 불법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사실 음란물이라는 개념도 필요가 없다. 매우 비인간적인 성적 욕구에 충실한 것을 음란물이라고 하는데 그런 정의 자체가 불필요해진다. 가상 표현물이라도 보면 따라 한다는 생각에 기초한다면 모든 성적 표현물, 조금이라도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는 게 있으면 처벌해야 한다.

덴마크에서도 아동 포르노에 가상 표현물을 포함하려고 논의하다가 인과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포기했다. 미국에서도 가상 표현물을 처벌하는 법에 대해 위헌 판정이 내려졌는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가상 캐릭터들의 행위를 따라 할 것이라는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프레시안: 우리의 '아청법' 개정은 그러한 인과관계가 성립하는지 연구하거나 고민하는 과정 없이 이루어진 건가. 최근 몇몇 국회의원이 수정안도 발의하고, 헌법소원도 제기됐지만 사회 분위기에 휩쓸려 유사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도 남아 있고, 반대로 그러한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박경신: 의외로 여당 의원 중에도 성인 배우가 아동을 연기하는 경우에는 '아청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견해을 내비치는 사람이 있는 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은 공유되는 분위기다. 만화나 애니메이션 산업 쪽에서 이 법 때문에 하청 계약이나 프로젝트가 무산되고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하면서 여론이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아동 성범죄를 막는 노력 자체는 이어져야 하지 않겠나.

박경신: 현실을 직시해 고민해야 한다. 아동 성범죄가 얼마나 악독한 것인지 주의를 환기한 사례로 영화 <도가니>가 있다. 영화에서 실제 아동이 성범죄를 당하는 설정이 나오는데 조금만 선을 넘어도 범죄가 될 수 있다. 이를 피하려고 성인 배우가 연기하거나 애니메이션, CG(컴퓨터 그래픽) 등을 쓸 수도 있다. 현행 '아청법'으로는 그러한 대안도 차단된다.

아동 성범죄를 해결하려면 여론이 분노케 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예술이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으로 실존 아동을 동원하지 않고도 사람들의 주의를 환기할 기회가 현재로선 손상된다. 애플 아이패드에 아이들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는 앱(app)이 있다. 그 앱을 실행하면 남녀의 성기 모습이 애니메이션으로 나온다. '아청법' 조항에 따르면 성적 수치심을 느낄 수 있는 신체 일부의 노출 행위고, 앱 제작자와 앱을 소지한 부모 모두 아동 성범죄자로 몰릴 수 있다.

어떤 사회악을 퇴치하기 위해서는 그 악에 근접한 거리에서 내용을 보고, 그 악독함을 체감할 수 있는 통로가 필요하다.

프레시안: '아청법' 헌법소원은 오픈넷 출범 후 첫 공익 소송이다. 자유로운 인터넷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꾸려졌는데 향후 다른 계획이 있다면?

박경신: 자유로운 인터넷 공간을 막는 것 중 하나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다. 통산사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다 소진하지 못하겠으니 음성통화를 하는 데도 쓰겠다는데 이를 막고 있다. 소비자에게 물을 팔면서 그대로 마시게만 하고, 다른 것을 첨가해 주스로 만들지는 말라고 하는 것과 같다. 통신사들이 음성 통화 수익 하락을 막기 위해 그런 식으로 나서면 음성 통화를 대체할 수 있는 시도들이 계속 가로막힐 수 있다.

또 인터넷 실명제 위헌 결정 이후에도 본인확인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청소년 보호법이 그 근거가 되고 있다. 청소년이 유해물을 보지 못하게 하려고 모든 사람이 본인 확인을 해야 해서 인터넷 실명제가 부활한 것과 마찬가지인 상황이 됐다. 음란물을 올리는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 일이며, 보지 못하게 막겠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검토가 필요하다.

보지 못하게 하려면 먼저 음란물, 유해물이라는 판단이 내려져야 하는데, 그전에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누군가가 문화를 향유할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또 과거에 청소년 유해물에 정치적으로 불온한 내용이 포함되는 일도 있었다.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보기 위해 모든 이가 명찰을 달고 봐야 하는 셈이고, 국가 권력에 의해 그 기록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 미국 대법원 판결을 봐도 아동이 유해물을 보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교육의 문제고, 교육의 주체는 부모라고 밝히고 있다. 원천적으로 청소년은 보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모든 이에게 본인 확인을 하는 것은 위헌이고 과도한 규제라는 것이다.

공인인증서 문제도 있다. 한국의 인터넷 보안 기술은 공인인증서를 중심으로 해서 이뤄지고 있는데, 공인인증서가 복제되거나 유출될 때 피해가 크고, 공인인증서 중심의 정책이 보안 기술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금융 거래를 할 때 공인인증서를 의무화하는 법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온라인상의 지적재산권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저작권의 본래 목표는 문화예술인을 먹여 살리는 것이다. 이 길이 열리면 영세한 음악인이나 영화인들이 청중을 모을 수 있는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소송과 입법 활동을 검토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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