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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야심작 국민행복기금, 채무자 역차별 낳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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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박근혜 야심작 국민행복기금, 채무자 역차별 낳나?

[정책쟁점 일문일답] <14> 도덕적 해이 차단 장치는 오리무중

1.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가계 부채 해결을 위해 국민행복기금을 조성하겠다고 공약했고, 최근 금융위원회가 이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금융위 대책의 주요 내용은 어떤 겁니까?
⇨ 금융위는 채무자들의 연체 상황에 따라 지원 방식을 네 가지로 달리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1억 원 이하의 채무를 6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자에 대해서는 국민행복기금을 통해 채무 원금을 최대 50%(기초수급자는 70%)까지 탕감해준다는 것이고요. 둘째, 5억 원 이하 채무를 3개월 이상 연체한 채무자에 대해서는 현행 제도인 개인워크아웃(개인채무조정)을 활용해 신용회복위원회와 민간 금융 기관이 구제하고요. 셋째, 5억 원 이하 채무를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한 채무자에 대해서는 역시 현행 제도인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활용해 신용회복위원회와 민간 금융 기관이 구제한다는 것입니다. 넷째, 연체 기록은 없지만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에게는 현행 제도대로 소득이 2600만 원 이하인 사람에 한하여 10% 안팎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 준다는 것입니다.

2.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자와 개인워크아웃 대상자 사이에는 혜택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자든 개인워크아웃 대상자든 일단 대상자로 선정되면 연체이자는 모두 면제됩니다. 다만 원금의 경우 개인워크아웃 대상자는 금융 기관이 손실 처리한 상각채권에 한해서 원금의 50%까지 탕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자는 상각채권 여부와 상관없이 원금의 50~70%까지 탕감을 받는다고 합니다. 후자의 경우 상각채권 여부와 무관하게 원금을 최대 70%까지 탕감받기 때문에 전자보다 더 혜택이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지난해 11월 가계 부채 해결을 위한 7대 정책 과제를 발표하던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연합뉴스

3. 두 제도 모두 혜택이 엄청나게 많은데요. 대상자의 자격 요건은 없나요?
⇨ 개인워크아웃의 경우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이 있거나, 채무 상환이 가능하다고 인정된 자'라는 자격 요건이 있습니다. 이 제도는 어차피 금융 기관이 손실로 처리한 상각채권에 한해서 채무자에게 원금을 탕감해 주며 빚 갚을 기회를 주는 제도로, 금융 기관의 채권 회수 기법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자들의 경우, 정부가 아직 개인워크아웃과 같은 자격 요건을 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정부가 개인워크아웃과 같은 자격 요건을 요구하게 된다면 수혜 대상자는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는 대상자, 예컨대 40만 명보다는 훨씬 더 적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쨌든 금융위원회는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자들의 도덕적 해이 논란을 피해 가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지 채무자 자구 노력을 증명할 자격 요건을 붙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선진국들의 경우에도 채무자의 자구 노력을 증명할 자격 요건을 붙여서 채무 조정(원금 일부 탕감이나 이자 감면)을 해주고 있습니다.

4.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자와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대상자 사이에는 혜택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 둘 다 연체이자는 면제됩니다. 그러나 프리워크아웃 대상자의 경우 원금은 전혀 탕감되지 않습니다.

5. 두 제도의 혜택 차이가 큰데요. 혜택 차이가 크다면 자격 요건 차이도 커야겠지요?
⇨ 프리워크아웃 대상자가 되려면 5억 원 이하의 채무를 1~3개월 연체한 사람으로서 실직, 폐업, 소득 감소 등으로 사전채무조정 없이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자는 자격 요건이 매우 불분명합니다. 개인워크아웃처럼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이 있거나 채무 상환이 가능하다고 인정된 자'라는 자격 요건이 요구되는 것도 아니고, 프리워크아웃처럼 '실직, 폐업, 소득 감소 등으로 사전채무조정 없이 정상적인 채무 상환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자격 요건이 요구되는 것도 아닙니다. 자칫하다가는 자격 요건을 프리워크아웃처럼 느슨하게 요구하면서 혜택은 개인워크아웃보다 더 후하게 주는 역차별이 일어날 가능성도 매우 많습니다.

6.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자의 자격 기준이 애매모호할 경우 원리금을 성실하게 상환하고 있는 채무자들의 반발도 크지 않을까요?
⇨ 원리금을 성실하게 상환하고 있는 채무자들 중에서도 특히 까다로운 자격 요건 때문에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지금 정부는 연체 기록은 없지만 고금리로 대출받은 사람들 중에서 연소득이 2600만 원 이하인 사람들에게만 연 20%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 주고 있습니다. 결국 이렇게 자격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연소득이 2600만 원 이상인 사람이나 10~20%의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은 저금리 전환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만약 정부가 국민행복기금으로 6개월 이상 연체한 악성 채무자들의 원금을 50%까지 탕감하는 데만 열중할 경우 이 사람들의 불만이 폭발할 수 있습니다.

7. 실무적인 차원에서 50% 원금 탕감은 어떻게 가능합니까?
⇨ 금융 기관들은 6개월 이상 연체된 빚은 회수가 쉽지 않다고 보고 상당 부분을 손실(상각) 처리해 오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채권들을 싸게 사들여서 채무자의 빚을 탕감해 주고 이들의 신용을 회복해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컨대 빚을 갚을 능력이 전무한 연체자 A씨가 은행에 1000만 원의 빚을 졌다고 할 때, 정부가 A씨의 채무 1000만 원에 대한 은행의 채권을 80만 원에 인수하여 A씨에게 원금의 50%를 탕감해 주고 나머지를 장기간 나눠 갚게 하면서 A씨의 채무 불이행 기록을 삭제해 준다는 것입니다.

8. 정부가 만약 그런 정책을 계속 추진하면 빚을 갚을 수 있는 채무자들도 연체를 해서 원금 탕감을 받으려 할 텐데요. 정부는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습니까?
⇨ 정부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수혜자를 올해 2월 말 기준으로 6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들로 한정했습니다. 공약이 나온 뒤 일부러 빚을 갚지 않은 사람들은 제외하려고 연체 시점을 못 박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눈치 빠른 사람들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공약이 나올 때부터 부채 상환을 기피해 왔고, 또 지난 1월에도 인수위가 이와 관련한 언질을 상당히 많이 주었기 때문에 2월 말 기준으로 수혜자를 한정한 것은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9.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자와 다른 채무자들 사이의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자와 개인워크아웃·프리워크아웃 대상자, 그리고 저금리 대출 전환에서 제외된 채무자들 사이의 혜택과 자격 요건이 비례할 수 있도록 정교한 대안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프리워크아웃 대상자의 경우 연소득에 대한 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 비율, 즉 DTI 비율이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자격 요건이 있습니다. 정부가 이 비율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자의 경우 DTI 비율이 60% 혹은 7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고, 개인워크아웃 대상자의 경우는 40% 혹은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는 것입니다. 단, 대상자 자격 요건으로 개인워크아웃처럼 '최저생계비 이상의 수입이 있거나, 채무 상환이 가능하다고 인정된 자'라는 자격 요건을 붙이면 수혜자들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이보다는 느슨한 자격 요건을 붙여야 할 것입니다. 대신 그렇게 된다면 개인워크아웃 대상자들과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자의 경우 자격 요건으로 DTI 비율을 대폭 높일 필요도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60% 혹은 70%는 예를 든 것이고, 정부는 통계를 분석하여 적절한 DTI 비율을 설정해야 할 것입니다.

10. 채무자들 사이의 역차별을 막으려면 프리워크아웃 대상자와 저금리 대출 전환에서 제외된 채무자들에 대한 혜택도 늘려야 하지 않나요?
⇨ 프리워크아웃 대상자에 대해서는 DTI 비율을 낮추어 대상자는 늘릴 필요도 있습니다. 또 저금리 대출 전환에서 제외된 채무자들을 위해서는 자격 요건을 낮추어서 2600만 원~3500만 원 소득자나 10~20% 고금리 대출자도 저금리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할 것입니다.

11. 채무자들에 대한 지나친 혜택은 그 자체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요?
⇨ 제가 위에서 말한 것은 예를 든 것이고, 채무자들에 대한 혜택의 정도는 정부의 재원 동원 능력과 채무자 통계 등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할 것입니다. 또 국민행복기금 수혜 대상자를 제외한 다른 채무자들에 대한 혜택도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수준에서 그쳐야 할 것입니다.

12. 정부는 서민들의 가계 부채를 줄여주기 위해서 애쓰고 있다고 하는데요.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금리는 대출 시기에 따라 최고 4%포인트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학자금 대출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겁니까?
⇨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 대출 금리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2009년 2학기 이전에 대출받은 학생에 대한 대출 금리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이후에 대출받은 학생에 대한 대출 금리입니다. 문제는 후자 중에서 올해 신규 대출자 금리는 2.9%로 낮아졌는데 전자는 여전히 7%에 이르고 있다는 점입니다. 학자금 대출에 대한 정부 지원은 20대 청년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책인데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시행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많이 듭니다.

13. 정부가 20대에게 이렇게 부당한 차별 금리를 적용한 이유가 뭡니까?
⇨ 정부와 공공기관이 자신들의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서 이런 어이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많이 듭니다. 학자금 대출의 변천 과정을 보면 2009년 1학기 이전에는 대출 금리가 6~8%였습니다. 당시 이렇게 금리가 높았던 것은 학자금 대출로 발생할 수 있는 원리금 미회수분을 금리에 반영했기 때문인데요. 결국 이로 인한 고금리로 학생들의 불만이 고조되자 정부는 수천억 원의 출연금을 투입하여 신규 대출에 대한 금리를 내렸습니다. 문제는 정부가 2009년 2학기 이후 신규 대출에 대한 금리만 내리고 기존대출에 대한 금리는 내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14. 기존 대출에 대한 금리는 왜 내리지 않는 겁니까?
⇨ 정부와 한국장학재단이 2009년 2학기 이후 신규 대출에 대한 금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정부로부터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출연금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돈으로 기존의 대출금 금리까지 내리면 전체 금리가 평균적으로 많이 안 내려가고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실적이 적어 보이니까, 금리릃 많이 내렸다는 자신들의 실적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신규 대출 금리만 낮추고 기존 대출의 금리는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많이 듭니다.

15. 정부와 한국장학재단의 금리 차별 때문에 2009년 1학기 이전에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 중 연체자가 4만 명이 넘는다고요?
⇨ 한국장학재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그 수가 4만3334명이라고 밝혔습니다. 2009년 1학기 이전에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 중 연체자가 많은 것은 역시 '고금리' 때문입니다. 학자금 대출 금리는 2005년 연 6% 수준이었고,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에는 연 7% 중반대로 책정되기도 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 금리는 많이 떨어졌음에도 이들에 대한 대출 금리는 요지부동입니다. 주택 담보 대출 금리는 2008년에 7.6%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4.2%로 내려와 있고, 보증 대출 금리도 7.7%까지 치솟았다가 4.8%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그런데 2008년에 학자금을 대출받은 사람들은 여전히 7%대의 이자를 내고 있습니다. 더구나 이들은 저금리 전환 대출 대상에서도 제외됩니다.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전환 대출은 연 20%가 넘는 초고금리 대출자만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문명사회에서 보기 드문 씁쓸한 진풍경이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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