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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희귀병' 노동자 2명 산재 신청 또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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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희귀병' 노동자 2명 산재 신청 또 기각

반올림 "노동자 고통 가중시키는 노동부 산재 재심사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과 LCD 공장에서 일하다 희귀병을 얻은 노동자 2명에 대한 산재 인정 여부를 결정하는 재심사에서 또다시 불승인 결정이 났다.

25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에 따르면 노동부 산재 재심사위원회는 지난 22일자로 삼성전자 다발성경화증 피해 노동자 이소정(삼성 반도체) 씨 및 김미선(삼성 LCD) 씨에 대한 재심에서 산재 청구를 기각했다.

재심사위원회는 결정문에서 "다발성경화증의 원인과 발병기전이 현재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결과가 없다"며 "유기용제 노출로 인한 발병 가능성을 강하게 인정할 만한 일관된 연구결과가 부족하고 피해자가 유기용제에 어느 기간 동안, 어느 정도 노출되었는지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없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다발성경화증은 척수에 염증이 생겨 몸에 마비와 통증이 오고 현재까지 효과를 본 치료법은 거의 없는 희귀병이다. 이 때문에 피해 노동자들은 일을 할 엄두도 못 낸 채 종일 병원 신세를 지는 경우가 많다.

피해 노동자 중 이소정 씨는 2003년 2월부터 2005년 2월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가공 공정에서 감광용액(포토 공정에서 사용되는 물질로 벤젠 등 유기용제가 포함된 화학물질)을 밀폐된 공간에서 기계에 직접 주입하는 일을 했으며 감광용액이 가열되면서 발생하는 벤젠 등의 유기용제에 역시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일하면서 18개월이나 월경이 없었고 헌혈도 거부당했으며 몸무게가 갑자기 줄어드는 등의 이상을 겪었다.

1997년 입사한 김미선 씨는 2000년 3월 발병했고 그해 12월 퇴사했다. 김 씨는 12월 LCD 패널 조립부에서 12시간 주야 맞교대 및 연장·교대근무에 시달리면서 LCD 패널을 닦아내는 일을 했다. 세척 물질로 사용한 IPA(이소프로필알코올) 냄새가 항상 작업장 안에 꽉 차 있었다는 게 김 씨의 증언이다. 반올림은 공정 과정에서 김 씨가 벤젠이 발생할 수 있는 기계 내부에도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러한 진술이 나온 상황에서 '병의 원인을 알 수 없어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재심사위원회의 결정은 결국 발병 원인이 의학적으로 충분히 규명되지도 않은 다발성경화증과 업무 환경의 상관관계를 피해 노동자가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반올림은 성명에서 "다발성경화증의 경우 희귀질환이란 특성으로 연구 결과가 많지 않고 현대 의학과 과학의 한계로 명확한 원인 규명이 되지 않았다"면서도 "다발성경화증이 자가 면역성 질환의 일종이라는 점과 직업적 요인으로 유기용제와 교대근무에 노출되었을 경우 관련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산업재해 관련법과 과거 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노동자가 자신이 입은 산재와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의학적·과학적으로 입증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推斷)되는 경우 (산재가) 입증된다"는 대법원 판결도 있다.

피해 노동자들은 삼성에서 일할 때 과로와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유기용제에 계속 노출되면서 교대근무를 했다고 증언했지만 재심위는 이를 고려치 않았다는 게 반올림 측의 주장이다. 반올림은 또 재심위가 피해 노동자들의 증언보다는 역학조사 결과에 의존했는데, 해당 역학조사는 사업주의 작업 환경 측정 자료, 작업장 근로자 인터뷰만으로 이뤄져 있어 이 씨와 김 씨가 일했을 당시의 작업 환경을 유추하기에는 부실한 자료라고 주장했다.

반올림은 "산재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 상당인과관계라는 법리를 둔 취지는 의학적으로 규명된 질병에 한정하지 않고 제반 사정을 모두 고려하여 업무와 관련성이 추정되는 경우 산재로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법리를 산재 재심사위원회는 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의학적·자연과학적 인과관계만을 고집하여 산재 노동자의 고통을 가중시키는가"라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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