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21일 발표한 국정과제를 통해 박근혜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정치권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의사를 밝히면서 부동산 시장에 다시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인수위는 국정과제 중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첫 번째 추진계획으로 "부동산 시장 과열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를 정비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임대주택 위주의 공공주택 공급, 하우스푸어·렌트푸어 대책 실시 등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애초 공약도 과제에 포함됐지만, 부동산 업계와 시장에서 바라는 규제 완화 대목이 슬그머니 들어간 것이다.
이날 정치권에서도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자며 여야가 나란히 분양가 상한제 폐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금융, 사회 문제로 번져나가고 있어 위기관리 차원에서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 분양가상한제 철폐문제는 여야 간 합의가 거의 다 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회 국토해양위 야당 간사인 민주통합당 이윤석 의원도 "(27일 열리는) 국토위 소위에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업계와 일부 언론은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같은 규제 완화가 매매 활성화 등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민사회 진영에서는 주택과 관련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진 일반 국민들의 주거불안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22일 논평에서 "분양가가 자율화된 이후에는 예외 없이 가격폭등이 일어났다"며 "정부와 건설사 주장대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 이후) 분양가가 오르지 않을 거면 이윤 추구가 최고 목표인 건설사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앞장서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하더라도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지역은 국토해양부장관의 권한으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계획이지만 참여연대는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지역에 다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고 하면 주민들의 엄청난 반발과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 불 보듯 뻔하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현재 주택가격과 주택거래량이 하락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주택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인간거주정착센터(UN HABITAT)는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3~5배를 넘으면 부동산 가격이 과도하다고 보고 있는데, 한국의 평균주택가격은 2008년 기준 2억9000만 원으로 당시 도시 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5배인 1억9000만 원보다 1.5배 더 비싸다.
참여연대는 "거래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분양가가 더 낮아져야 한다"며 "정작 집이 필요한 사람들은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는데,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분양가 상승을 부추기는 것은 무주택자나 내 집 마련의 꿈을 품은 중산층은 아예 안중에도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