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중 지난달 8일 '스마트폰 유저도 기본료 3300원! 통신생협이 뭐야?'(☞기사 보기)라는 제목의 기사가 트위터 등 SNS 세계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대형 이통사들의 회선을 임대해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는 '알뜰폰'(MVNO) 업체와 제휴해 통신비 절감을 꾀할 수 있다는 게 독자들의 흥미를 끈 대목이었다. ('통신생협'은 '협동조합 전국통신소비자'의 줄임말이었는데, 공정위의 권고에 따라 현재는 '통신협'이라는 줄임말을 사용하고 있다.)
통신협에 가입하면 MVNO 가입비 2만4000원 및 유심(USIM) 구입 비용 5500원이 면제되고, 조합비 1만 원도 MVNO 업체가 대신 지불한다. 지난달 15일 조합원 모집을 시작한 통신협에는 6일 현재 2000명이 몰려 MVNO 요금제를 신청했고, 약 2만 명이 약정계약 종료 후 가입을 약속한 상태다. 통신협 측은 규모가 성장한다면 이동통신 세계에서 기업들이 무시하지 못할 소비자 운동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소비자 개인이 통신협 홈페이지에 들어가 가입하려고 할 때 몇 가지 의문이 든다. 통신협이 아니고도 MVNO를 찾아보면 기본료가 아예 없는 요금제도 있다. 가입비가 면제된다고는 하지만 꼭 조합에 가입해서 기본료를 부담해야 할까? 기존 이통사의 멤버십이나 요금 할인 혜택이 중단되면 오히려 요금 부담이 심해지지는 않을까? 아직까지는 통신협을 통해 LTE폰을 사용할 수 없는데, 유행에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힘겨운 생활 속에 통신비 한 푼이 아까운 이들을 대신해 6일 이용구 통신협 상임이사를 만나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다.
▲ 협동조합 전국통신소비자(통신협)의 이용구 상임이사. ⓒ프레시안(최형락) |
프레시안: 통신생협에 가입하면 어떤 점이 좋을지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이용구: 일단, 가격도 가격이지만 소비자들이 뭉쳐 그 힘으로 다양한 일들을 할 수 있다. 심지어 지금 아파트도 공동 구매하자는 얘기까지 나오는 세상이다. 이동통신을 매개로 조합원들이 통신비를 낮추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이고,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게 가장 크다.
프레시안: 이동통신 서비스를 주어진 대로만 쓰지 않고, 소비자들이 따져보고 불만이 있으면 문제를 제기한다는 차원으로 이해된다.
이용구: 우리가 무조건 (요금을) 내리겠다는 게 아니다. 회사도 살고, 소비자들도 합리적인 가격에 이동통신을 이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프레시안: 통신협이 제공하는 요금제는 대형 이통사들의 패키지 요금(통화+문자+데이터)이 불필요한 이들에게 요긴하다고 본다. 그런데 개별적으로 발품을 팔아도 (MVNO 요금제를) 찾을 수 있는데, 굳이 통신협에 가입해야 할 이유가 있나?
이용구: (혼자) 알뜰폰 시장을 뒤져보면 비슷한 요금이 있을 순 있다. 그런데 알뜰폰도 시장에서 마케팅비를 쓴다. 통신협은 그 비용을 요금(인하) 쪽으로 거의 다 반영을 시켰다. 그래서 발품을 팔아도 우리가 더 쌀 것이다(웃음). 설령 더 싼 곳이 있을 순 있다. 하지만 그 상품은 합리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장기간 존속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프레시안: 너무 싼 요금은 신뢰하기 힘들다는 뜻인가.
이용구: MVNO업체도 회선을 빌려주는 대형 이통사에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기본요금 0원 요금제에 가입해 최소한의 통화만 쓴다면 해당 업체가 회선 임대료만큼의 수익도 얻지 못할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회사도 살고, 소비자도 혜택을 봐야 한다. 기본료 3300원을 정한 것은 MVNO 업체의 최소 수익은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이용자들이 서비스와 관련해 불만을 제기할 때 조합을 통하면 더 유리할 수 있나?
이용구: 통신협 홈페이지에 '신문고'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언제든지 불만을 올리면 시정에 들어가 권리를 구제해드릴 것이다.
프레시안: 바람직한가 여부를 떠나 현재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이동통신 문화를 보면 이통사들이 제공하는 보조금을 받아 최신형 단말기를 싸게 구매하고, 또 유리한 조건이 나오면 통신사를 갈아타는 게 경향이다. 소비자들로서는 혜택이라면 혜택일 수 있는데, 그런 소비자들에게 기존의 단말기를 유지하면서 요금제만 바꾸는 통신협의 사업이 의미를 가질 수 있나?
이용구: 최신 '유행폰'은 누구다 쓰고 싶은 게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심리를 이통사나 제조사에서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도 그런 마케팅에 쉽게 쓸려간다. 하지만 통신협은 최신 '유행폰'에도 (가격) 거품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통신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 100만 원을 주고 태블릿PC를 구매했는데 5만5000원 요금제에 가입하니 보조금 20만 원이 들어왔다. 그런데 며칠 있다 기사를 보니 같은 모델이 미국에서 60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식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만약 공동 구매로 사면 30~40만 원에도 살 수 있다는 얘기 아닐까.
현재 통신협은 요금제를 선보였지만 앞으로 단말기 공동 구매 사업 역시 일정한 규모가 되면 착수해서 최신 '유행폰'을 거품 없는 가격으로 누릴 수 있게끔 할 계획이다.
"일정한 규모가 되면 단말기 공동 구매 사업도 할 계획"
프레시안: 제조사 쪽에서 (공동 구매를) 달가워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
이용구: 제조사가 국내에만 있는 건 아니다. 국내 제조사에 먼저 제안을 할 것이지만 잘 안 된다면 해외 업체 쪽도 접촉할 예정이다. 아직은 시작 단계라 만만치는 않은 작업이다.
프레시안: 결국 인원이 어느 정도 모여야 가능한 얘기가 아닐까 한다.
이용구: 제조사로서는 매출이 중요하니 사람 숫자가 중요할 수 있다. 실제 구매 의사를 밝히는 이들이 모이는 게 중요하다.
프레시안: 대형 이통사들의 패키지 요금이 상대적으로 고가이긴 하지만 가족 할인 등 여러 할인 혜택이 있어서 소비자들에게 이득이 된다는 주장이 있다. 결국엔 약정계약도 필요 없고 쓴 만큼만 내겠다는 의사가 있는 이들이 통신협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현재 통신협에서도 12개월 약정을 조건으로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
이용구: 그 점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형 이통사는 요즘 약정 기간이 24개월, 36개월까지 있는데 우리는 12개월 정도만 양해를 구해 만들었다. 영세한 MVNO사들이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각자의 이익만 주장하는 건 옳지 않다.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가는 게 통신협이 할 일이다.
프레시안: 통신협이 MVNO 한 업체와만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이용구: 많은 MVNO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프레시안: 앞으로 여러 MVNO사들과 연계해 서로 경쟁해서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지 않나.
이용구: 소비자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시할 수 있고,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이어서 소비자 선택권을 더 넓힐 수 있는 서비스면 함께 갈 생각이다.
프레시안: 와이브로 어드밴스 기술을 이용한 제4이통사 출범을 지지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용구: 카카오톡 (망 부하) 문제가 터졌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려 기초조사를 하다가 와이브로망에 주목했다. 와이브로는 현재 거대한 설비를 갖춰놓고도 1만 원에 10기가바이트씩 주고 있다. 그래서 와이브로망을 카카오톡과 연계하면 어떨까 싶어서 세미나를 했다. 제4이통 사업을 하고 있는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과 대화했는데 와이브로 어드밴스 망을 현재의 20분의 1 가격으로 깔 수 있고 LTE보다 8배 빠른 기술이 현재 상용화되어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 사용하지 않는 이유가 뭔가?
이용구: 돈이 되지 않는다.
프레시안: 사실상 현재 이통시장은 이통사들이 정한 요금제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높은 요금을 받으면 그만 아닌가?
이용구: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해보니 LTE와 와이브로 어드밴스 중 LTE를 선호하는 이유가 있다. 이통사가 기존의 WCDMA망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LTE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카드 하나만 꽂으면 된다고 한다. 설비비가 적게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와이브로 어드밴스의 경우에는 더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고 수익은 더 적다. LTE는 현재 10만 원대 요금제까지 나오지 않았나. 와이브로 어드밴스는 그렇게 많이 받을 수가 없다.
우리나라의 전체 이동통신 환경을 봐도 망 종류를 다양하게 갖추는 것이 훗날 데이터 트래픽 폭주 상태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정부에서도 와이브로 어드밴스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상 이통사들이 말을 안 듣고 있는 것이다.
프레시안: 이동통신 요금 말고 별도로 준비하고 있는 사업도 있다고 들었다.
이용구: 진행단계라 확답하기는 힘들지만 초고속 인터넷을 1만 원에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초고속 인터넷 요금을 내릴 수 있게 되면 일반 식당들이나 미용실 같은 대중접객업소에서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 고객들을 위해 와이파이망을 제공하는 것도 수월해진다. 업체들이 동참한다면 이들을 대중에게 알려 더 많이 찾게 만들 것이다.
프레시안: 통신협의 활동에 대해서는 통신비 인하 운동을 벌이는 시민단체 진영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통신비가 과도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사실상 MVNO 말고는 대안이 없고, 대형 이통사의 비싼 요금제는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없나.
이용구: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 희망을 거는 것은 이 운동이 시대적인 트렌드라고 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실패한다고 해도 포기할 건 아니고 다음에 더 큰 물결이 일게끔 잘할 수밖에 없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