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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이승헌 '천안함' 주장 왜곡"…정정보도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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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이승헌 '천안함' 주장 왜곡"…정정보도 판결

법원 "<조선>, 의도적 왜곡 의도 보여"

법원이 천안함 합조단 보고서의 분석 결과에 의문을 제기해 온 이승헌 미국 버지니아대 물리학과 교수의 발언을 <조선일보> 온라인판이 왜곡 보도했다며 정정보도문 게재 및 명예훼손에 따른 보상을 명령했다.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문(제14민사부 1월 23일 판결, 부장판사 노만경)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 '디지털 조선일보' 측에 지난해 4월 3일 보도한 <나꼼수, 천안함 합조단 보고서 왜곡해 '폭침' 부인> 기사에 대한 정정보도문을 48시간 동안 게재할 것을 명령하고, '디지털 조선일보'와 해당 기사를 작성한 조 모 기자가 각각 1500만 원씩 이 교수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승헌 교수, 무엇을 주장했나

이 교수는 지난해 4월 2일 방영된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 출연해 천안함 합동조사단이 '북한 어뢰에 의해 천안함이 침몰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데 활용한 과학적 데이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합조단은 2010년 5월 21일 발표한 중간보고서에서 북한 어뢰설을 입증하는 증거로 '천안함 선체와 어뢰 파편에서 각각 추출한 하얀 분말물질(A, B), 합조단이 시행한 모의 폭발 실험에서 나온 하얀 물질(C)을 분석한 에너지 분광(EDS) 데이터'를 제시했다. 실험에서 나온 C물질의 EDS 데이터와 A, B의 EDS 데이터가 같으므로 어뢰 폭발에 의한 침몰이라는 게 합조단의 결론이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에 대해 합조단의 EDS 데이터가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 교수는 '나꼼수'에서 "폭약에는 알루미늄 가루가 섞여 있어 폭발하면 산화알루미늄이라는 흡착물질이 생기는데, 합조단의 모의 폭발 실험으로 얻은 (C의) EDS 데이터는 폭발을 통해 얻어지는 산화알루미늄에서는 나올 수 없는 데이터"라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또 "(알루미늄산화물이 아니라) 알루미늄황산수화물이라는 침전물질이면 합조단이 제시한 C 물질의 EDS 데이터와 같은 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해당 팟캐스트에서 "2010년 6월 국방부가 이정희 의원실에 A와 B를 공개했는데 캐나다 매니토바대학의 양판석 박사와 안동대 정기영 교수라는 지질학자들이 독립적으로 아주 자세한 실험을 했다. 그 결과 A와 B는 알루미늄황산수화물이라는 침전물질임을 밝혔다"고 설명했다. 수화물은 폭발과 같은 고온 상태가 아니라 100도 이하의 저온에서 생성되는 물질이다.

이 교수의 주장을 정리하면, 민간 과학자들이 A, B가 폭발로 인해 생성된 물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C물질(합조단이 A와 B가 폭발로 생성된 물질임을 증명하기 위해 실시한 모의 폭발 실험에서 얻은 물질)의 EDS 데이터를 자신이 분석한 결과 폭발로 생성된 물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간 과학자들의 분석 결과가 사실이라는 전체를 놓고 보면 합조단은 실제로는 침전물질인 A·B가 폭발로 형성된 산화알루미늄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실제 폭발 실험으로 생겨난 산화알루미늄 C의 EDS 데이터를 알루미늄황산수화물, 즉 A·B의 EDS 데이터로 바꿔치기한 뒤 3개의 물질 모두 폭발로 인한 산화알루미늄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그렇지 않다면 실험 자체에서 실수가 있었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지만 합조단은 실험 과정에서 실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무엇을 왜곡했나

문제는 이 교수의 주장이 맞는지 여부를 증명하는 것을 떠나 <조선일보>가 이 교수의 발언을 전달하는 과정에 있었다.

법원은 <조선일보>가 지난해 4월 3일자 해당 온라인 기사에서 이 교수의 주장을 왜곡해 보도했다고 판단했다. 신문은 이 기사에서 이 교수가 '나꼼수'에 출연해 "천안함 선체의 흡착물질(A), (프로펠러를 가진) 어뢰 파편의 흡착물(B), 합조단의 모의 폭발 실험물질(C)을 에너지 분광분석(EDS)으로 분석하면 C에는 황이 있지만 A, B에는 황이 없는 알루미늄산화물이라며 결국 천안함이 폭발로 침몰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이 교수가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황'을 이용해 <조선일보>가 이 교수의 발언을 전하려 했다면 기사 내용은 달라져야 했다. 즉, "어뢰 폭침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선체 흡착물질(A), 어뢰 흡착물질(B)을 EDS로 분석했을 때 황이 없는 알루미늄산화물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민간 과학자들의) EDS 분석 결과 황이 나왔으므로 이는 천안함이 침몰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면 이 교수의 주장에 부합한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A와 B에 (황이 없어야 함에도) 황이 있다'는 이 교수의 전제를 'A와 B에 황이 없다'는 전제를 제시한 듯이 정반대로 보도함으로써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천안함이 어뢰로 침몰하지 않았다'는 이 교수의 주장을 소개하기 위한 전제를 충분히 제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교수의 핵심 주장을 허위로 적시했기에 중요한 왜곡을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이 사건 기사가 복잡한 사실관계를 독자가 알기 쉽게 만드는 과정에서 특정한 사실관계를 압축 강조한 것이라거나, 편집과정에서 업무상의 혼선으로 축약되었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도 어렵고, 오히려 원고의 주장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려는 과정에서 위와 같은 내용의 기사가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이러한 판단에 근거해 <조선일보>가 이 교수에게 "'황'의 원소기호(S)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섣부르게 억지 주장을 한다는 인상을 부여하는 점" 등으로 미루어 "독자들에게 원고(이 교수)가 종전의 논리가 막히게 되자 물리학자로서의 이성적·합리적 판단 및 학문적 양심·도덕을 저버리고 합동조사단의 보고서 내용 자체를 왜곡하여 새로운 논거를 주장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부여하고 있다"며 이 교수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피고 측이 13일까지 항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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