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국 고위 간부가 최근 '용산참사'를 '용산사건'으로 바꿔 보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실제로 바뀐 단어가 보도에 사용되면서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31일 KBS새노조 측에 따르면 김시곤 KBS 보도국장은 지난 21일 오전 보도국 국장단 회의에서 '용산참사'라는 말은 경찰의 강제 해산에 대해 부정적인 뜻을 담고 있기 때문에 '용산사건'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의에는 함철 KBS기자협회장도 참석했고, 회의 이후 KBS서울기자협회 측은 회원들에게 "(김 보도국장의 발언은) 용어 사용을 개선해보자는 제언이라기보다는 앞으로는 사용하지 말라는 논지였다"며 "그동안 다른 언론사는 물론 KBS의 수많은 데스크들과 기자들이 사용해 온 용어를 국장이 일방적으로 잘못됐다고 선언하고 금지하는 것은 대단히 큰 문제라고 생각해 공개적인 토론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후 노조는 공정방송위원회에서 김 보도국장의 발언에 대해 문제 제기를 시도했지만 사측은 '개인의 의견 개진이고, 구체적으로 보도에 반영이 되지 않았다'며 정식 안건으로 다루기는 곤란하다는 태도를 취했다.
이에 공방위에서 정식 안건으로 다루지는 않되 기자들의 의사를 전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28일로 예정됐던 공방위는 연기됐고, 29일 KBS는 청와대의 특사 발표 소식을 전하면서 '용산사건'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향후 노조는 공방위에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단어를 바꾼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할 계획이며, KBS기자협회도 보도본부 내 보도위원회를 통해 사측에 항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트위터에서 "광주민주화항쟁을 광주사태라고 표현하던 그 시절의 문법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한심한 인식", "용산참사가 아닌 것 맞다. 용산학살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김 보도국장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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