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트 회장은 지난 10일 3박4일간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중국으로 출국했다. 그는 방문 기간 동안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컴퓨터센터, 인민대학습당 등 북한의 기술 수준을 엿볼 수 있는 시설을 방문했다. 그는 베이징 국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북한의 IT 환경이 매우 폐쇄적이라며 주민들이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슈미트 회장은 "전 세계는 점점 연결되고 있다"며 "가상공간에서 고립되는 것은 (북한의) 실제 세계와 경제 성장 등에도 크게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 9일 평양컴퓨터센터에서 3D 안경을 써보고 있는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AP=연합뉴스 |
평소 인터넷이 독재자에 대항하는 유용한 수단임을 강조했던 슈미트 회장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의 방문이 실제로 북한의 인터넷 자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낙관보다 비관이 앞선다.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이 IT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정은이 10대 시절 일부를 스위스에서 보내면서 서양 문화와 기술 수준을 접할 기회가 있었으며, 집권 이후 북한의 과학 기술 발전을 강조해 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북한의 실제 IT 환경을 보면 일반 주민들의 인터넷 이용이 거의 차단되어 있고, 한국 드라마가 담겨 중국 국경을 통해 들어오는 DVD나 휴대용 저장장치 등도 엄격히 통제된다. <뉴욕타임스>는 김정은이 강조하는 IT 발전은 북한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외부세계로부터 얻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지도부의 권위를 약화시킬 수 있는 인터넷 자유 증진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한편으로 슈미트 회장이 방북이 김정은의 현대적 지도자 이미지를 강화하는 선전물로 활용된 점도 있다. 신문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IT 재벌이 자국의 컴퓨터 시설을 방문했다는 사실은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이 빈곤한 상태에서 벗어나 점점 진전하고 있다고 선전할 도구가 된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서방에서는 슈미트 회장이 역대 북한 지도자의 현지 시찰처럼 북한 시설을 보고 있는 사진을 모아 인터넷에 게재해 희화화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의 불쾌감 속에 진행된 리처드슨 전 주지사와 슈미트 회장의 방북을 순진하기 이를 데 없다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위터에 이들을 가르켜 "쓸모 있는 멍청이"(useful idiot, 적대 세력에 이용당하는 사람)라고 비꼬기도 했다. 하지만 존 페퍼 정책연구소(IPS) 연구원 등 일부 대북 전문가들은 로켓 발사 이후 북미관계가 경색되어 있는 가운데 나온 가치 있는 민간 외교라고 평가해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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