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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화재 참사', 서방 의류회사는 책임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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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 '화재 참사', 서방 의류회사는 책임 없나?

121명 사망…한 달에 4만 원 버는 노동자 수두룩

지난 24일(현지시간) 저녁 방글라데시의 한 의류공장에서 불이 나 최소 121명이 사망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방글라데시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기록될 이번 사고를 두고 방글라데시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할 뿐 노동 조건 개선에는 큰 관심이 없는 서방 의류업체들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화재는 24일 오후 7시경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 북부의 타즈린 의류공장에서 발생했다. 120명이 넘는 사망자 이외에도 100명 이상이 화상과 연기 질식으로 병원에 실려간 상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당장의 사고 수습조차도 쉽지 않은데, 타즈린 의류공장 인근의 도로가 열악해 당장 소방장비의 현장 진입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처음 이 공장 창고에서 발생한 불은 삽시간에 1층과 2층으로 번졌으며, 사망자의 대부분이 두 층에서 일하고 있었다. 2010년 5월에 문을 연 이 공장은 15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해 한 해 3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날도 공장 안에서는 600명의 노동자들이 초과근무를 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불이 난 걸 알았지만 공장 내 비상구가 거의 없어서 대피하지 못하고 화를 입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화재가 전기적 원인 혹은 담뱃불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으며, 발견된 시신 대부분이 심하게 불에 타 신원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 24일(현지시간) 방글라데시의 한 의류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시신 앞에 선 가족들. ⓒAP=연합뉴스

세계 2위 의류 수출국이지만 안전 조치는 '빵점'

의류품목 수출액이 연간 180억 달러에 달하는 방글라데시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의류 수출국이지만 화재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고 신문은 전했다. 방글라데시의 많은 공장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비상구도 제대로 갖추지 않았으며 안전 조치를 위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방글라데시 섬유산업 종사 노동자는 300만 명이 넘는데 대부분이 여성이다. 네덜란드의 섬유산업 인권단체 '깨끗한 옷 캠페인'(CCC)에 따르면 2006년 이후 공장 내 화재로 사망한 노동자만 500명이다. 또한 방글라데시의 공장 노동자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축에 속하며 신입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은 한 달에 약 37달러(약 4만 원)다.

신문은 최저임금 상승을 요구하는 방글라데시 노동자들과 사용자·정부 사이의 긴장은 나날이 올라가고 있으며, 노동 조건 개선 및 임금 상승 캠페인을 벌이던 노동 활동가 아미눌 이슬람은 올해 다카 외곽에서 고문당한 뒤 살해된 상태로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이번 비극이 방글라데시 내부의 문제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동 운동가들은 타미힐피거나 갭, 월마트 의류 브랜드 등이 자신들의 제품을 위탁 생산하는 방글라데시 공장의 노동 조건에 대해 책임을 느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CCC는 성명에서 "이 의류업체들은 지난 수년간 하청을 준 많은 공장들이 위험한 상태라는 걸 알고 있었다"며 "그들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와 같다"고 주장했다.

타즈린의 홈페이지에 올라온 문서에 따르면 월마트의 윤리구매 담당자는 2011년 5월 이 공장 내의 폭력이나 노동조건이 높은 위험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구체적인 사안을 열거하지는 않았다. 문서에 따르면 공장은 '오렌지' 등급을 받았고, 감사 이후 2년 동안 같은 등급의 평가를 3번 받으면 1년 동안 월마트로부터 주문을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월마트 대변인 케빈 가드너는 타즈린이 월마트의 남품업체인지, 혹은 그 문서가 월마트로부터 온 게 맞는지 현재까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제노동권포럼(ILRF)은 공장 잔해에서 발견된 문서와 상표 로고를 봤을 때 이 공장이 월마트의 '페이디드 글로리' 브랜드를 비롯해 미국 등 외국 기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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